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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Aug 21. 2021

[리뷰] 역시 미드는 각본이지 <와이 우먼 킬> 시즌2

3, 4화를 보고


역시 미드는 각본 보는 맛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캐릭터의 독보적인 개성과 클라이맥스에서의 감성 터짐을 중시하는 것 같다. 그리고 서사는 저 매력적인 캐릭터가 멱살 잡고 끌고 나가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의 약간의 허술함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슬며시 눈감아 주는 온정이 있다. 요즘은 각본으로 승부 보는 작품들도 많아졌지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반면 미드는 역시 각본이 좋다. 

우리나라 센캐들은 감성이 풍부하고 인간적으로 매력이 있다면, 미드의 센캐들은 비교적 건조하지만 자아가 뚜렷하고 자기만의 두드러진 히스토리가 있다. 그리고 이 건조한 캐릭터들은 자신의 개성과 욕망에 따라 차근차근 행동을 실행하며 치밀하게 서사를 진행시킨다. 이때 서로 물고 물리는 서사의 복잡하고 풍부한 결이 드라마를 보는 쾌감을 만들어 낸다. 마치 정교한 궤종 시계가 자기 궤도에 맞춰 딱딱 움직일 때의 쾌감이랄까. '아, 역시 이 맛에 미드 본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와이 우먼 킬> 시즌2의 즐거움

<와이 우먼 킬> 시즌2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시즌1에 비해 캐릭터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생각했는데, 그것을 넘어서는 개성과 정교한 서사에 연일 감탄하는 중이다. 특히 마음씨 착한 알마(앨리스 톨먼)의 가든 클럽에 대한 집념이나, 속물적인 리타(라나 파릴라)가 자기 환경에서 나름의 행복을 고민하는 모습이 신선하고, 그 캐릭터끼리의 케미스트리는 마치 예쁘게 실뜨기된 스웨터의 무늬를 보는 듯하다. 이곳이 허전하다 싶을 때 반드시 그곳에 어떤 캐릭터가 나타나 사건을 만들고 사라지고는 한다.


성관념에 대한 오해 없이 받아들여지기를

알마 부부의 서사는 비인간적이면서도 사랑스럽다. 그들은 비도덕적인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면서도 서로를 애틋하게 챙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커플의 모습이 마치 남자는 범죄를 저지르고 여자는 사치를 부린다는, 그러니 이들이 잘못의 무게가 비슷하다는 이상한 등호를 만들어낼까 봐 약간은 우려스럽다.  


또 역사적으로 예술 작품에서 '여성의 살인'이라는 코드가 남성의 살인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유희적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여성 인권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실현되기 어려운 일종의 판타지이며, 실현되더라도 얼마나 극한의 고통을 받았길래 여성이 그런 짓까지 하겠냐는 전제 위에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요즘 같이 양성 간의 공평이 예민한 화두로 떠오르는 시기에, 여성의 살인이라는 코드가 반발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도 조금은 우려된다. 물론 이 작품은 예상컨대 대부분 시청자가 여성일 것이고, 여자들의 살인의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작품과 유사한 컨셉으로 새로 작품을 만들려는 사람이 있다면, 여성의 범죄에 대한 감수성이 달라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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