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제니퍼 로렌스)는 혜성과 지구의 충돌을 예측할 정도로 경이로운 발견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부터다.
혜성이 날아와서 충돌할 거에요.
우린 모두 죽을거라고요!
이 단순한 명제는 왜곡 없이 전달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돈 룩 업>의 대답은 웃음을 넘어 좌절감을 안긴다.
난무하는 정치적 구호와 자극적인 이미지.
영화는 과연 우리가 프레임 없이 온전히 사고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암담한 현실에 대한 케이트의 반응은 '죽음을 수용하는 단계'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말이 안통하는 상황에 분노하고 좌절하다, 결국 무기력하게 수용한다. 아니, 포기하고 만다. 혜성이 오고 있다는 단순한 진실은 누군가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 달리 말하자면. 우리는 과연 '대화'할 수 있을까.
흉하게 펄럭대는 정치 구호와 이미지들.
그런 와중에 우연처럼 하나의 장면이 도착한다.
케이트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율(티모시 살라메), 케이트의 모습이 멋지다고 말해주는 남자다.
어느 밤,케이트는 율과 함께 옥상 위로 올라간다. 자포자기한 그녀의 상태도 이날 밤에는 어쩐지 평온하게 느껴진다.
케이트는 율과 함께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혜성이 오고 있다고. 그때 율은 호들갑스럽지도, 그렇다고 침울하지도 않은 적당한 태도로 케이트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한다. 두런두런 혹은 소곤소곤 이어지는 말들. 이 순간 케이트는 영화가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혜성에 대한 온전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영화는 기적과도 같이 하늘 위로 혜성의 정체를 드러내보인다. 이것은 바로 전에 둘이 나눈 애틋한 대화, 그 작지만 거대한 성취에 대한 화답같이 느껴진다.
영화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래, 그녀의 말이 맞아. 혜성이 여기 있다는 건 어떤 구호도, 작당도 아니야. 그냥 이렇게 명백한 사실일 뿐.
그리고 나는 이 일련의 장면에서 어마어마한 쾌감을 느꼈다. 둘이 말하는 장면에서는 드디어 제대로 된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기쁨에 속이 뻥 뚫리는 듯 했고, 뒤이어 등장한 혜성은 아름다웠다.
어떤 수작질도 끼어들 틈 없는
평온한 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온전한 대화.
안도감.
환희.
그 한 조각의 대화를 보기 위해 그다지도 지루하고 답답한 순간들을 견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다. 내게 <돈 룩 업>은 그 장면, 그 순간에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