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나는 설겆이를 좋아하지 않는데, 마음이 소란하거나 너무 조용할 때에는 제 발로 가 싱크대 앞에 선다.

멍하니 뽀득뽀득 그릇을 닦다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에 안정이 조금씩 흘러들어온다. 얼어붙은 골짜기에 물이 졸졸 흘러들듯.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릇을 잡을 때가 있다.


바닥 청소를 할 때도 있다.

괜한 부지런을 떨어대며. 오래 가지 않아 쇼파에 털썩 주저앉지만, 그 사이 한 뼘 깨끗해진 바닥을 감상해본다. 새털같이 팔랑대며 마음에 내려앉았다가 이내 휘리릭 사라지는 옅은 만족감.


외출갔다가 돌아오면 외투를 정리한다.

아끼는 옷은 더 꼼꼼하게 만진다. 표면에 붙은 먼지를 하나하나 떼어가며. 손바닥으로 주름진 부분들을 쓱 펴가면서.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다. 어차피 내일이면 다시 먼지가 붙고, 주름이 잡힐 테지만.


나를 둘러싼 것들을 매만지기 좋아한다.

무슨 마음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무언가를 귀하게, 정성들여 대할 수 있어 좋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에 숨통이 틔인다. 하- 하고. 아마도 나는 가끔 정갈한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그곳에 주저앉아 두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기념하는 것 같다. 감사하다고 느낀다. 일상의 작은 숭고가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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