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20대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 나는 이제 너무 나이 들어 바뀔 미래 따위는 없다 생각했다. 이제와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어쩌면 섣부른 체념이야말로 젊음의 특권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10년 후의 나는 다시 오늘을 떠올리며 참 젊었다, 어렸다 생각하겠지.
매년 돌아오는 구정, 이정표가 되는 이날에 자주 크고 멋진 결심을 했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성취를 하겠노라고.
그렇게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다시 계획의 원대함을 핑계로 실패하는 것은 얼마나 손쉬운 일인가. 버거운 도약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지친 스스로를 보며 그래도 무언가 시도했다고 위안하면서. 어쩌면 나는 큰 성취를 바라서가 아니라 맘 편히 실패하기 위해 거대한 계획 뒤로 숨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 비하면 작고 비루한 계획을 손에 쥐고 버티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했다. 이미 안정적으로 굳어진 채 무겁게 굴러가는 일상의 수레바퀴. 거기 끈적하게 붙어있는 지저분한 습관을 맨손으로 뜯어내는 일은 얼마나 귀찮고도 하찮은지. 이미 나를 훤히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언가 바뀌어 보겠다고 안 하던 짓을 새로 시도하는 건 또 얼마나 무안한지. 그래서 나는 자꾸만 크고 찬란한 머릿속 세계로 도망쳤나 보다. 결국에는 다시 일상으로 튕겨져 나올 것을 알면서.
올해는 작은 것들을 더 오래 붙들어 볼 생각이다. 알고 있지만 쳐다보지 않던 것들. 굳어진 나의 하루를 자잘하게 귀찮게 할 것들. 해내더라도 인생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 못할 그런 사소하고 볼품없는 각오들. 작은 것조차 지키지 못하는 순간에 덮쳐올 자괴감이 무서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거기서 허우적거리는 스스로를 보는 것도. 그 감정과 대면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견뎌볼 생각이다. 그게 성장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