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끈 풀어졌어요!

얼마전 별 생각 없이 길에 서 있었는데, 옆에 있던 아는 동생이 다급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신발 끈 풀어졌어요!"

알겠다 하고 다시 멍 때리고 있었는데, 뒤늦게 무리에 합류한 다른 분이 내 쪽을 보면서 불안한 표정으로 입술을 두 번 물어뜯다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신발끈...풀어졌는데?!"

나는 내 풀린 신발끈이 이곳에서 불안을 조성하고 있음을 깨닫고 당장 신발끈을 묶어버렸고, 주변 사람들은 다시 편-안한 표정이 되어 아무일 없다는 듯 대화를 이어갔다.


뒤늦게 생각하니 재밌다는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런거 있지 않나. 별 거 아니지만 교정해주지 않으면 못참겠는 포인트들. 풀린 신발끈. 열린 가방. 어깨에 붙어 대롱거리는 머리카락. 내가 만약 저 자리에서 당장 신발끈을 묶지 않고, 널부러진 끈을 흔들며 무방비하게 걸었다면 누구든 사냥감을 향해 뛰어드는 고양이처럼 몸을 날려서 내 신발끈을 동여매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하니 울엄마는 밥을 먹는 순서를 그렇게 정해줬다. 어버이날 딸래미가 블로그에 엄마 썰이나 풀고 있어 송구하긴 하지만 그냥 말해보겠다. 엄마는 밥 위에 반찬을 올리는 순서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이건 식으면 맛없으니까 먼저 이걸 먹어. 그리고 이제 이걸 먹어. 다시 이걸 얹어서 먹어봐. 어때 맛있지?


그런데 나도 나름 못지 않게 먹는 순서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애라 엄마의 조언은 늘 나의 신념과 부딪쳤다. 뭐 음식은 엄마가 만드니까 별 수 없지. 엄마의 순서를 따르다가, 한 번은 못 참고 말했다. 엄마, 나는 밥을 먹는 나만의 순서가 있어. 나는 요로케 먹어야 맛있는데 왜 자꾸 조로케 먹으라고 해?

그러자 엄마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냥 말한 건데 뭘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하니, 그래 니 맘대로 잘 먹으라고 말하며 쿨하게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볼 때 뭔가 약오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도 있다, 그런거. 나는 후드티의 모자 부분이 백팩과 등 사이에 끼여있는 그 꼴을 못보겠다. 별로 안친해도 꼭 달려가서 후드티 모자를 빼줘야 기분이 편안해진다. 그거보다 덜하지만 후드티 모자가 뒤집혀 있어도 약간 기분이 좀 그렇다. 의자에 묶어두고 후드티 위에 커다란 백팩을 메고, 꽥 하고 눌려있는 모자를 보여주며 앞에서 왔다갔다 걸으면 울면서 뭐든지 실토할지도 모를 일이다. 갑자기 중학교 때 친구가 떠오른다. 반 아이들 이마 위에 뾰루지를 모두 짜버리다가 애들이 짜증내면 어르고 달래서 다시 짜길 시도했던 대단한 그녀. 그 아이의 야무진 손기술도 여전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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