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화평론가 홍수정 Nov 24. 2021
올해의 베스트를 뽑는 시즌이 돌아왔다.
귀찮다, 쓸게 없다 투덜대면서도 이 순간이 설레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한 해의 끝을 바라보는 시기에 한 해의 작품들을 되돌아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선별 이상의 작업이다. 지난 영화들을 마음에 되새기는 일이며, 조용히 영화관에 앉아 어딘가를 바라보며 소요한 나의 시간을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비평가의 가장 큰 자질은 취향(taste)과 안목이고, 그것을 가장 간단명료하게 드러내는 것은 베스트 리스트이다. 한 줄 평은 어딘가 간질거리고 비평은 사뭇 진지하다. 하지만 '올 해의 베스트' 만큼은 그것을 쓴 사람의 시각을 가장 간결하고도 군더더기 없이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베스트를 꼽는 일은 설레기도, 한 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올 해는 후회 없는 리스트를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어떤 리스트를 만들더라도 그것을 들고 찾아와 따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충실하게 썼는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떳떳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 스스로가 만든 리스트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비평가는 없다.
차가운 날씨에 한 해의 개봉 영화를 뒤적거리며 잡념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여겨진다. 감상주의일지 모르겠지만. 이다지도 자신을 모두 걸어야 하는 동시에, 무용한 작업은 세상에 얼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