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화평론가 홍수정
May 04. 2022
돌이켜보면, 글에 대한 나의 자신감은 등단을 한 2016년에 가장 충만하고 드높았다.
그 전까지는 '나 글 좀 쓰나?' 하는 의문을 늘 품고 있었고 인정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 지인들이 간간히 칭찬을 해주면 "에이, 뭘." 하면서도 자기 전에 그걸 곱씹고 착즙하면서 달콤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여전히 삐쩍 마른 상태였던 나의 자존감은 등단과 동시에 마른 땅에 단비가 쏴아악 퍼붓듯 촉촉하게 충전되면서 포동포동 살이 올랐다. 그래, 나도 글 쓸 줄 알아!
그런데 묘하지.
등단 전에는 자연스럽게 나왔던 나의 글들은 등단과 동시에 휘청대기 시작했다. 이전과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기 시작해서였을까. 내 손에서 술술 나오는 것들은 멋들어지지만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그저 선배들의 글을 잘 따라하는 꼬마에 불과한게 아닐까. 그걸 제것이라 착각하는.
그래서 나는 새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토대부터 다시 다져야겠어. 그렇게 결심한 뒤 지금 지어둔 그럴싸한 집을 싹 다 부숴버렸다. 망치로 쾅쾅 내리치면서. 속이 시원했다. 자, 이제 다시 짓기만 하면 돼.
그렇게 6년이 지나버렸다. 나도 몰랐지. 이렇게 오래 걸릴줄은. 내가 뭐 마스터피스를 만든다고 했나. 그저 나만의 문체와 시각을 새로 찾겠다는 건데(좀 어려워 보이긴 하네). 망망대해에서 진주를 찾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찾으면 대박인데, 어디서 어떻게 찾아..?
재건축에 들어간 지 어언 6년, 옛 건물을 공들여 부순 자리에는 아직도 집이 들어서지를 못했다. 그래서 요새는 그냥 신문지 덮고 잔다. 아이 추워...
최근에는 등단하기 전에 했던 필사와 문장 분석, 마구잡이 탐독을 다시 시작했다. 뭐라도 해야될 것 같아서. 그땐 몰랐지. 지망생 때 하던 것을 지금도 하게 될 줄은. 어느 날엔가 마법처럼 다시 채워지지 않을까? 살아나라 나의 글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