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l 19. 2022
(글을 쓸 때는) 익숙한 언어로 도피하지 말 것
글을 잘 쓴다는 느낌을 주기는 생각보다 쉽다.
유명한 글을 반복해 읽다 보면 그럴싸한 용어들을 적절히 구사하며 글 좀 쓴다 하는 느낌을 풍길 수가 있다.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이 갖은 기교를 구사하는 일과 비슷하다. 이렇게 글을 쓸 바에는 못쓰는 게 낫다. 가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는 뭐냐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생각한 바를 적확하게 언어화하는 것이 진짜 글쓰기다. 생각한 대로 쓰지 못하면 멋이 있든 없든 별 소용이 없다. "그까짓 거 생각대로 쓰면 되지" 할 수 있겠지만 예상보다 쉽지 않다. 이것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관습적인 표현'이다. 언제든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습관 같은 말들. 언어의 클리셰.
생각과 감정은 각양각색이지만 그걸 담을 언어는 얼마 없다. 많다 해도 우리는 모른다. 그러니 종이 앞에서 외롭게 펜을 쥐고 앉은 우리는 고민한다.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이때 우리가 저지르는 잦은 실수는, 정확한 용어를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익숙하고도 관습적인 언어로 도피하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속 느낌은 다채롭고 머릿속 아이디어는 반짝여도 종이 위에 현출 된 결과는 지루하다. 뻔해 보인다. 이상하다... 잠시 고민하다 그저 글빨이 부족한 탓이라 결론 내리고 돌아선다.
물론 능력 부족일 수도 있다. 그러나 태도의 문제인 경우도 상당하다. 바빠서, 귀찮아서, 혹은 습관으로 굳어서 적확한 언어를 찾을 노력을 하지 않는다. 마음속의 뜨거운 감정들을 손쉽게 '사랑'이라고 쓰는 사람은, 살면서 느낄 풍성한 감정들을 하나의 언어 안에 가두게 된다. 글쓰기 실력은 그런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를 반복할 때 비로소 성장한다. 그리고 작은 노력은 시간이 흐르며 큰 차이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