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림이 있는 말

대화 사이에 흐르는 머뭇거림을 좋아한다.

그냥 버퍼링 말고. 단순한 더듬거림 말고.

적확한 언어를 찾기 위해 감수하는 그런 머뭇거림.

평범한 언어로 대충 말할 수 있는 순간에도 진실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 더 나은 표현을 찾기 위해 감행하는 노력이 좋다. 누군가에게는 약간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것이 신중함과 정성스러움으로 다가온다.


머뭇거림 없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말이 청산유수라는 것은 그만큼 관습적인 언어를 잘 구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실은 관습적이지 않다. 매일의 경험과, 그 안에서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은 매 순간 조금씩 얼굴을 달리한다. 그것들을 모습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세상에 없다. 그러나 어떻게든 표현해 보려고, 우리는 단어를 이리저리 저글링 한다.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낡은 언어를 배열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다시 한번 머릿속 서랍을 뒤져 단어를 찾고, 그걸 이리저리 조합해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걸 보는 것을 좋아한다.


감정과 느낌에 비할 때, 내가 아는 언어들은 얼마나 비루한지. 그러니 무언가를 말과 글로 옮기는 것은 필패의 작업이다. 하지만 너무 쉽게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종종 그럴듯하게, 멋있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하고 싶어 진다.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대화 중에 흐르는 정적, 찌푸려진 미간, 구겨지는 입술, 조심히 등장하는 단어 하나. 그게 대단한 단어인 경우는 사실 별로 없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그런 순간이 좋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등단한 지 1년이 됐을 때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