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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Sep 27. 2022

독자로서 내 글을 읽을 수 있는가?

분명히 대화를 하고 있는데 대화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저 사람이 나를 향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혼잣말을 하고 있구나 싶은.


이미 했던 말을 곱씹는다거나, 대화 화제와 상관없이 자기 머릿속에 연상된 이야기를 얘기한다거나. 이때 그는 말하는 순간이 좋아서, 혹은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려고 말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듣는 이는 배려받지 못한다. 청자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화자만이 남는 순간. 대화를 가장한 혼잣말이다. 순식간에 독백을 는 신세로 전락한 상대방은 집에 가고 싶어 진다.


듣는 이를 병풍으로 만드는 말하기는 생각보다 흔하다. 우리는 예상보다 자주 이런 실수를 저지른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청자의 입장에서, 내 말이 어떻게 들릴지 고려하며 말을 하는 게 어디 쉬운가? 오히려 반대가 훨씬 자연스럽다. 아이들을 생각해보자.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방식대로 말한다. 그래서 애들 말은 종종 알아듣기가 힘들다. 자기중심적인 화법 때문이다(이기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리고 몸은 컸지만 여전히 대화의 어린아이인 우리는, 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함인 대화의 본질을 잊고 종종 자기중심적인 말하기에 빠지고 만다.


글도 마찬가지다.

처음 글을 쓸 때에는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마치 애들이 처음 말하기를 배우듯이. 그 과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그 단계에만 열중한다. 그리고 끝내 놓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독자. 글은 언제나 읽는 이와 만나기 위해 쓰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글쓰기 실력은 내가 쓴 글을 독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을 때에 한 단계 도약한다.


나는 독자의 마음으로 내가 쓴 글을 읽을 수 있는가?

이 글의 필자인 나는 당연히 내 글이 좋다. 하지만 누군가는 싫어하고 누군가는 무관심하다. 글을 읽는 이들은 대게 쓴 이보다 애정도, 관심도, 배경지식도 부족하다. 그런 독자가 대부분이라는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들의 시선을 안경처럼 눈에 걸친 채로 나의 글을 검토할 수 있을까? 자기가 쓴 글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다만 냉정해져야 한다.

필자에서 독자로의 시선 전환.

글쓰기 역량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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