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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Oct 23. 202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전작을 봤는데

<스위스 아미 맨> 리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를 재밌게 봐서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전작인 <스위스 아미 맨>(2016)을 봤다. 보고 나서의 느낌은, 와우 내 생각보다 훨씬 미친X들이었어.


줄거리는 외딴섬에 표류 중인 행크(폴 다노)가 해변에 떠내려온 시체 매니(다니엘 래드클리프)와 함께 다시 생의 의지를 찾는 내용. 이렇게 보면 진지하고 희망찬 영화 같지만 그렇진 않다.


괴이한 감성의 판타지 코미디. B급 유머도 가득. 여기 멜로도 한 줌. 진지한 독백이 이어질 때는 사이코 드라마 같기도.

전반적으로는 좀 메스껍다ㅋㅋㅋ '으웩...' 하게 되는 정서를 계속 자극함. 그래서 보고 있으면 속이 울렁댄다. 처음 20분 정도 보다가 그냥 끄려고 했는데 오기가 생겨서 겨우 끝까지 보고 뻗었다. 이런 유머에 항체가 있는 분들은 괜찮을 듯.



 아래 회색 부분은 스포

서사의 짜임새가 치밀하지 않지만, 그것보다는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뭘 비유하는지가 중요한 영화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혼자서 상상의 나래만 펼치는 남자의 현실을 무인도에 표류된 채 시체와 우정을 다지는 극한의 외로운 상황으로 표현했다. 어찌보연 톰 행크스가 연기했던 <캐스트 어웨이>(2001)의 암울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의 이름조차 '톰 행크스'와 닮은 행크 톰슨이다. <캐스트 어웨이>에 등장한 배구공은 시체로, 여자 친구는 짝사랑하는 여자로 바뀌었다. 짝사랑하는 여자는 행크를 알지도 못하고, 행크는 그녀에게 이상한 존재로 비칠까 봐 두려워 고백도 못한다. 결국 행크가 시체 매니에게 건네는 말들은 나약한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자 위로이다.



영화 자체는 그냥저냥 했지만 감독들의 상상력은 이때도 눈에 띈다. 그 상상력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에서 우주적 차원으로 뻗어나간다면 <스위스 아미 맨>에서는 시체와 화장실 유머로.. <에에올>에서도 버스 점프를 할 때 기상천외한 짓들을 하는데, 그거는 이 영화에 비교하면 갓 쓰고 도포 입은 선비 수준이다.



또 하나 신기한 게, 영미권에서는 '메스꺼움'을 다루는 콘텐츠가 많은 것 같다.

징그럽다, 역겹다는 감정과 비슷하지만 부정적이지는 않고, 진절머리를 치면서도 은근히 즐길 수 있는 그런 감정. 영어로 gross나 disgusting이라고 표현하는. <에에올>에서는 핫도그 손가락 인간이 손가락을 흔들 때 들리는 철벅철벅 소리 같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으악 징그러워 정도로 끝날 감정을 영미에서는 유희화하고 콘텐츠로 소비한다는 게 신기하다. 아님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내가 아직 잘 모르는 건가?



마지막으로, 감독들의 전작이 궁금한데 <스위스 아미 맨>은 너무 매운맛이라 고민되는 사람을 위해 아래 뮤직비디오를 추천. DJ 스네이크와 릴 존의 <Turn Down for What>. 역시나 기상천외하고 요란스럽고 유쾌함. 이게 더 순한맛 맞냐고? 네 그렇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MUDVMiIT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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