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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Oct 14. 202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첫인상

엄마와 딸의 싸움은 우주 전쟁이 된다


충분히 주목받을만한 작품이다.  

이제는 다소 익숙해진 '다중우주'라는 소재를 신선하게 펼쳐낸다. 핵심은 '버스 점프'. 다른 우주 어딘가에 있는 또 다른 내가 가진 경험과 기술을 순식간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스킬이다. 마치 게임 캐릭터가 스킬을 다운로드하듯이. 

또 기상천외한 우주들과, 점점 레벨업하는 주인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 소재는 매우 현대적이지만, 중국 무술 영화의 전통을 잇고 있다.


주인공이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민 1세대 중년 여성이라는 것도 신선하다. 얼핏 상상이 안 가는 조합이지만 영화를 보면 납득이 된다. 양자경은 이번에도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하고, 다소 무리한 세계관을 관객에게 설득시킨다. 아 저런 사람이 정말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든다.


딸 역할의 스테파니 수도 여러 버전의 연기를 화려하게 선보인다. 잘할 뿐 아니라 매력이 넘친다. 남편 역의 키 호이 콴은 약간 성룡의 느낌도 있는데 액션, 멜로 여러 색깔을 폭넓게 소화한다. 



영화의 매력의 대부분은 기발한 설정에서 온다. 다중우주 속에서 또 다른 나와 접속해 기술을 배운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로우니까. 또 우리가 흔히 하는 후회들, '그때 이런 선택을 했어야 했는데' 같은 후회들을 통쾌하게 날려버리는 희열이 있다. 


다중우주라는 설정이 영화계에서 사랑받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스토리를 이리저리 주무르기에 좋고, 그래픽의 차원에서 화려하며 흥미롭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그 안에 묻어있는 '위안'의 감성도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지 못한 선택들이 후회스럽지만, 이 넓은 우주 속 어딘가에서는 그런 가능성을 모두 실현하고 살아가는 또 다른 내가 있으리라는 위안. 그래서 다중우주라는 소재는 트렌드에 머물지 않고 클래식이 될 것이다.


러닝타임 내내 웃으며 볼 만하다. 개그도 적중률이 높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조금 늘어지는 측면은 있다. 결말 부분을 더 압축했으면 좋았을 것을.


엄마와 딸의 갈등우주 전쟁으로 확대한 상상력도 좋았다.

감독이 모녀의 미칠 듯 치열한 싸움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치다가, 그걸 그대로 영화로 만들어버린 느낌이 든다. 여성 관객들은 낄낄대며, 더 많이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것이다.

 

후우 그래 알지 알지. 

누구 하나 물러설 수 없는 싸움. 거대한 세계관의 충돌. 우주 전체가 흔들릴만한 사건이지. 

...

우리 집 보고 만든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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