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Oct 25. 2023

데이빗 핀처가 돌아왔다, 더 섹시하게 <더 킬러>

그리고 오늘의 일기

영화 <더 킬러> 포스터

chap. 1 / 더 킬러

핀태식이 돌아왔구나! <더 킬러>는 왕년의 데이빗 핀처를 다시 맛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간 <나를 찾아줘>(2014), <맹크>(2020) 등으로 호평받았지만 내게 데이빗 핀처는 <파이트 클럽>(1999)의 재기 발랄함이 훨씬 매력적인 감독이라, 자신의 장점을 버린 채 자꾸만 무거워지는 경향이 아쉬웠다. <더 킬러>는 그런 아쉬움을 날려버리는 작품이다.


바이크 씬은 우아하다. 반박자 빠르게 끊어지는 편집도 맛있다. 포스터도 (흔치 않게) 잘 만들어졌다. 영화의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는 저 색채와 '실행이 전부'라는 말까지. 탄탄한 원작이 있기 때문인가? <세븐>(1995)의 각본가가 돌아왔기 때문인가? 알 수 없다.


내게 <더 킬러>는 딱 <세븐>과 <파이트 클럽>을 만들던 아티스트가, 지금 시대의 감성을 소화해 만든 영화로 보인다. 예전의 데이빗 핀처가 거칠고 개성 강한 청년이라면, 지금은 잘 관리된 몸에 클래식하지만 유행을 놓치지 않은 슈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남자로 느껴진다. 올, 섹시해졌는데. 자신의 색깔을 지키며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것. 기본이지만, 할 수 있는 이가 거의 없다.


참,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영화의 전반에 흐르는 미묘한 '어긋남'인데 이 부분은 따로 글로 쓰려고 한다.



chap. 2 / 기도하는 밤

글을 쓰기 전에는 눈을 감고 내면으로 내면으로 내려간다. 거기서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내 감정과 만난다. 혹은 생각. 이 순간이 너무 좋다. 너무 좋다. 한지에 수채화 물감 번지듯 온몸을 가득히 채우는 행복.



chap. 3 / 명랑함에 대하여

<더 글로리>의 강현남(엄혜란)이 그랬다. 난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 요즘 들어 자꾸만 명랑함을 생각한다. 명랑할 일이 없어서인가? 혹은 진짜 명랑해져서인가? 모르겠다. 실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놓지 않으려고 한다. 솔직하고 발랄한 나의 일부. 그런데 현남 언니. 매 맞지만 명랑한 게 아니라, 명랑해서 자꾸 맞는 거 아닐까요? 밝음을 나약함으로 착각하는 인간들이 있잖아요. 그래도 실행이 전부다. 명랑하고 싶다면, 명랑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허우 샤오시엔

내게 영화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허우 샤오시엔이 알츠하이머로 공식은퇴했다. 나는 그의 영화에 대한 글로 데뷔했다. 우리 사이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리라 짐작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 마음을 표현할 언어는 아직 찾지 못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와 웹툰의 결합, 어느 평론가의 걱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