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화평론가 홍수정
Mar 24. 2024
매력적인 글은 반드시 독자의 '허를 찔러야' 한다. 그런 재밌는 구석이 있어야 읽는 이들이 즐거워하며, 눈을 떼지 못하고 끝까지 집중한다.
허를 찌르는 일은, 마치 돌아앉은 사람을 대상으로 말을 거는 일과 같다. 그 사람이 나를 돌아보도록 '톡' 건드려야 한다. 이때 인상적이어야 하고,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산뜻해야 한다. 그런데 톡 칠 때에도 강도 조절이 필수다. 너무 강해서 푹 찔러버리면 상대방이 불쾌해하고(잘못하면 싸움이 나고), 너무 약하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글을 쓰며 독자의 허를 찌를 때에도 그 강도가 적정해야 한다. 너무 과해서 오버스러우면 불쾌하거나 천박한 글이 되고, 너무 약하면 아무도 보지 않는다. 그러니 좋은 작가의 자질 중에 하나는,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킬 때 수위 조절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마치 개그감과 비슷하다. 일종의 '감'인 것이다. 그래서 일단 타고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노력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필드의 한가운데서 몸으로 체득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마치 흐르는 강물 사이에 서서 몸으로 물살을 감각하는 일과 비슷하다. 글이 오가는 가운데서 독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트렌드를 몸으로 익혀야 한다. 그러니 글쓴이의 감이라는 것은 재능과 노력을 버무려 빚어야 하는 예술 작품에 가까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