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단순한 스릴러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 <향수>가 5월 19일에 재개봉합니다.
저는 브런치로 오기 전에 영화 음악을 다루는 블로그를 운영했었습니다.
작년 11월에 <향수> OST를 리뷰하면서 제 작은 바람을 쓴 적이 있는데요.
꼭 리마스터링 해서 재개봉해줬으면 좋겠다.
저는 <향수>가 재개봉한다는 사실을 불과 일주일 전, 네이버 메인에서 보고 알게 됐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보니 예고편도 고화질로 새로 제작했더군요.
근데.. 재개봉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예고편은 개인적으로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영화의 부제는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입니다만, 그루누이의 '이야기'보다는 '살인자'라는 단어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한 예고편이었기 때문입니다.
예고편 중간부터 갑자기 삼류 스릴러에 나올 듯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면서 잔인한 방법으로 여자를 살해하는 장면들이 연이어 나옵니다.
영화 <향수>의 전체적인 프레임은 [어느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 vs 가족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향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한 남자가 그의 본질적인 자아를 찾기 위해 헤매는 과정이자,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향한 맹목적인 욕망을 담은 작품입니다.
그루누이의 욕망이 '살인'이라는 왜곡된 방법으로 나타나긴 합니다. 그래서 부제가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새로 만들어진 예고편이 그루누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그 길고 철학적인 스토리를 2분 남짓한 짧은 예고편에 담기는 어렵다는 건 이해가 됩니다만, 단순히 싸이코 살인마가 나오는 영화처럼 포장해놓은 예고편은 좀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호러, 스릴러 장르가 홍보에 유리하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공포심을 유발하는 예고편은 단기적으로 대중1의 관심을 끌 수 있겠죠.
하지만 <향수>와 같은 명작을 굳이 이렇게 홍보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것을 위해 재개봉하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죠.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강한 영화이긴 합니다. 영화를 보고 불쾌함을 비치는 관객들도 많았고 이상한 영화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것들에서 벗어나, '향기의 세계'를 묘사하는 방법에 주안점을 두고 영화를 감상해도 좋습니다. <향수>는 향기라는 후각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어떻게 후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인상적인 대답을 제시합니다.
아시다시피 <향수>는 소설이 원작이죠. <향수>가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독자들은 어떻게 책에 나오는 내용을 시각화할 것인지를 제일 걱정했다고 합니다.
이 걱정에 대해 영화의 제작자인 베른트 아이힝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듯이 가장 어려운 점은 책의 내용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큰 문제는 아니다. 왜냐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책도 향기가 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단어의 힘'과 세밀한 묘사만을 가지고 향기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독자는 실제로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상상하게 된다. 특별한 효과나 속임수는 전혀 없다. 우리가 이용한 것은 영상과 음악이란 수단이다.
<향수>는 영상과 음악이 특히나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향기를 은유하는 소재들이 장면 장면마다 가득하고 음악은 베를린 필하모니가 녹음했습니다.
진정한 아트버스터를 기다렸다면, <향수>를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