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톱니바퀴화
나는 톱니바퀴처럼 살지 않을 거야.
언젠가 대학 동기가 술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생각해보면 저 말을 정말 많이 들어온 것 같다.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저학년 때.. 많은 친구들이 저렇게 말했고, 부끄럽지만 내가 직접 저런 말을 한 적도 있다.
왜? 톱니바퀴는 너무나 쉽게 대체될 수 있으니까. 고장 나거나 수명을 다 하면 언제든지 뽑혀서 다른 톱니로 바뀔 수 있으니까. 지금 대학생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아마
대체 가능한 인간이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일 것이다. 말 그대로.. 톱니바퀴 인간이 되어 버리진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러나 톱니바퀴가 되기 싫다고 말하던 동기들 중 대부분이(정말 대부분이) 3, 4학년이 되면 신기할 만큼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
학점을 올리고, 영어 성적을 올리고, 자격증을 따고, 대외활동을 하는 둥 똑같은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시사 상식 모음집도 빡세게 읽는다.
노력하는 건 절대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톱니바퀴로 살기 싫다고 외치던 또래 대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톱니바퀴화'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 무력감을 느낀다. 정말로.
왜냐면 나 또한 뒤쳐지는 게 두려워서 남들과 똑같이 스펙을 쌓으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마음속에 톱니가 들어서고 있었다.
스펙을 쌓는다는 건 그냥 조금 더 반짝이는 톱니가 되는 것에 불과하지는 않을까? 근데 매년 새로 공급되는 톱니바퀴는 점점 더 성능(?)이 좋아지고 있잖아.
우리 괜찮은 거 맞아? 남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스펙을 쌓아야 하는 거 아냐? 아니면 정말 최고급 톱니가 되기 위해 노오오력 해야 하는 걸까?
나도 저 위에 신한은행 자소서 처럼, 거의 코미디 수준의 자소서를 써야 하는걸까?
아니.. 싫다. 난 저렇게는 못 쓴다. 내가 아직 철이 들지 않은걸까. 그래도 난 다시 한 번 더 반항하고 싶다.
나는 톱니바퀴처럼 살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