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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디자인

'오티스타' 이소현 교수님과의 대화

by 유예거
전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자폐인 디자이너 브랜드 '오티스타'



정말 좋은 사회적 기업을 소개하고 싶어요.


오티스타

는 자폐라는 장애로 인해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재능인 시각적인 표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들의 사회적 자립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기업입니다. 자폐인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세계에서 유일한데요.


제가 <오티스타>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자폐를 장애가 아닌 재능으로 만들다> 라는 글을 읽고부터에요. "세상에 이렇게 좋은 브랜드가 있구나. 직접 매장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제품도 구매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 이르러서, 블로거 동아리인 <블렌딩> 멤버들과 같이 방문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오티스타 설립자이신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이소현 교수님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그 내용입니다.




유백조(이하 '유')

교수님 안녕하세요! 정말 좋은 사회적 기업 발견하게 되어서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소현 교수님(이하 '이')

반가워요. 다들 어디서 오셨는지 궁금하네요. 자기소개 부탁해요.


(돌아가면서 자기소개) .. 이제 몇 가지 질문 여쭙고 싶습니다. 교수님!


최근에 <스파오>랑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티셔츠를 출시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오티스타의 디자인이 더 인정받으면서 넓게 퍼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스파오와의 콜라보는 어떻게 시작된 건지 궁금합니다!


오티스타 X 스파오 티셔츠 @ 스파오

어려운 질문이네요. 이게 'A 해서 B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딱 떨어지는 게 아니었어요. 오래전에, 기업에 있는 사회공헌팀을 초대해서 컨퍼런스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인연이 시작됐어요. 이랜드의 사회공헌 팀장님이 오셔서 <오티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간 거죠.


세월이 흐르며 미디어를 통해 오티스타가 눈에 보이고 들리고 하니까, 연락이 다시 닿게 되었어요. 함께 어떤 것을 해볼까? 생각하다가, 역시 <스파오>는 티셔츠가 계속 나오는 브랜드니까 같이 옷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게 가장 좋은 사회공헌이 아닐까 생각한 거죠. 자폐인 디자이너들의 재능을 널리 알리는 거니까요.


만약에 다른 분야랑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하다면 특별히 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신가요?


특별히 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 건 아니구요. 세상의 모든 물건이나 모든 기업이 '디자인'은 다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요. 회사의 사보를 만들 때도 디자인이 필요하고, 상품도 당연히 필요하죠. 그렇다면 어떤 기업도 오티스타와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한 거예요. 디자인만 가져가면 되니까.


오티스타는 궁극적으로는 '디자인'만 판매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요. 어떤 곳이든지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오티스타의 이념이라든지 가능성을 보고,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회사마다 몇 명씩 채용되어서 함께 일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어요.


제가 매장을 찾아오면서 보니까, 이화여대 근처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이런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티스타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티스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계신 관광객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냥 지나가다가 매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상품들이 예쁘니까. 그래서 우리가 중국어랑 일본어 안내문도 만들어놨어요. 이 뒷골목(이화여대 52번길)까지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늘고 있어요.


관광객들을 위한 일본어, 중국어 안내문


최근에 엑소의 찬열 씨가 오티스타 폰케이스를 착용한 모습이 미디어에 오른 적이 있어요. 그 폰케이스가 오티스타 제품이란 게 알려지면서 홍보가 많이 된 것 같아요.


오티스타의 폰케이스를 착용한 엑소 찬열, 그리고 그 폰케이스. 예쁘죠?


네이버랑 인스타그램에 '엑소 찬열 폰케이스' 라는 키워드로 검색이 굉장히 많이 되더라구요. 이는 의도한 게 아니고 우연히 일어난 일인가요?


의도는 아니에요. 저희도 찬열 씨가 어떻게 구입했을지 추측만 하고 있어요. 삼성이 갤럭시 세븐 출시하면서 우리 오티스타랑 공식 콜라보레이션 폰케이스를 출시했었거든요. 전국 갤럭시 매장에 다 들어가 있어요. 아마 찬열 씨가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면서 오티스타 폰케이스를 구매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삼성과 콜라보하여 출시한 오티스타 폰케이스 @ 인스타그램 autistar.design


오티스타 인스타그램(링크)온라인몰에 올라오는 사진들이 정말 예뻐요. 이런 사진들은 어떤 분이 올리시는 건가요?


예전에는 아무나 촬영해서 예쁘게 나온 사진만 골라서 올렸어요. 근데 지금은 저희 오티스타 디자인팀 인턴들이 주로 촬영해서 올리고 있어요.


요즘에 오티스타 페이스북(링크)과 인스타그램에 사진들 많이 업로드 되더라구요. 팔로잉해두고 좋아요 꼬박꼬박 누르고 있습니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웃음) 요즘에 홍보가 점점 잘 되고 있어요. 안 나간 신문이 없고 안 나간 방송이 없을 정도예요. 오티스타가 퍼져나가는 느낌을 받아요. 처음에는 우리가 직접 나가서 콜라보 할 회사도 찾고 어떤 물건을 만들까 고민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외부에서 먼저 콜라보하자고 제안이 들어오기도 해요.


(좌) '롯데시네마'와 콜라보하여 만들어진 오티스타 컵홀더

(우) '경주인견'과 콜라보하여 만들어진 여름 침구세트(링크)


제품에 대한 홍보는 어떤 식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돈을 들여서 홍보를 했던 곳이 있어요. 특수 학급이 있는 학교들이에요. 특수 학급이 있는 학교는 전교생 대상으로 주로 4월에 '장애를 이해시키는' 그런 수업을 하거든요.


특수 학급 교사들이 무슨 말을 하냐면,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진행이 어렵대요. 근데 <오티스타> 제품은 아이들한테 보여주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장애인들이 불쌍해서 도와줘야 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이렇게 디자인 재능이 있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아이들 교육 후에, 자연스럽게 상으로 오티스타 제품을 주면 정말 좋은 '교육 자료'가 된다고 해요.


오티스타 제품들이 교육 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군요. 오티스타의 진출 방향이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사람들은 '장애인' 이라고 하면 뭐든지 '복지' 마인드로 생각하기 때문에, 무상으로 무언가를 주고 분리해내려는 경향이 강해요.


근데 오티스타의 모델은 그게 아니거든요. 자폐인들도 사회에 기여하고, 우리도 그들에게 기여하면서 같이 살자는 거예요. 여러분이 오티스타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사회에 기여하는 거예요.


우리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한테 복지만 쏟아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애인에 대한 복지는 그런 방향으로 가면 안 돼요. <오티스타>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예요.


장애인이 그렸으니까 팔아주세요. 이런 개념이 아니에요. 자폐라는 장애로 인해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재능, 시각적인 표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세상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싶은 거죠.

자폐 증상을 가진 초등학교 1학년이 그린 '수원행 지하철'

이 그림이요. 자폐 증상을 가진 초등학교 1학년이 그린 거예요. 자신이 타고 온 지하철을 그린 건데, 사실 이 그림을 보고 <오티스타> 기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얼마나 디자인 요소가 강해요.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가만히 둔다면 사회가 손해를 보는 거죠. 오티스타는 그렇게 탄생했어요.


..정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머뭇) 교수님 같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오티스타> 이소현 교수님과 동아리 <블렌딩> 멤버들




이소현 교수님에게서 성인(聖人)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멤버들은 교수님의 말씀에 감복하여, 교수님이 떠나신 뒤에도 쉬이 매장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다들 오티스타의 물건을 하나씩 구매한 뒤에서야 경건한 마음으로 매장을 나설 수 있었답니다. (머그, 손거울, 파일홀더, 엽서 구입)

이화여대 52번길에 위치한 <오티스타 갤러리 스토어>

인터뷰 중에도 많은 분들이 매장을 방문해주시고 계시더군요. 저는 솔직히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위대한 뜻과 비전, 재능이 하나 되어 만들어진 오티스타.

이화여대 근처에 오신다면, 오티스타 매장에 한 번 방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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