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쓰이는 단어 '소통'
최근에 인사과 면접을 2번이나 보고 왔다. (취준생임)
면접장 안에서 무슨 질문이 오가는지 계속 관찰했다. 내가 무엇을 대답해야 할지 미리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면접이라는 이벤트 자체를 크게 분석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보니, 뭔가를 확실히 느꼈다.
면접에 가보면 정말 '소통'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애들이 많다. 특히 인사 직무 면접에선 더더욱.
"저는 대학을 다니며 뭐를 하고 뭐를 하며 '소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저는 어디서 인턴을 하고 어디서 이런저런 일을 하며 '사람 다루는 법'을 배웠습니다."
정말 이렇게 자기를 소개하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근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도대체 사람 다루는 법이 무엇인가? 소통하는 법은 무엇인가?
세상에 소통할 줄 모르는 사람도 있는가? 스티븐 호킹도 컴퓨터로 소통 잘만 한다.
사람 다루는 법을 몰랐으면,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누구나, 인사 직무 지원자가 아니더라도, 사람 다루고 소통하는 법쯤은 안다.
애초에 '소통하는 법'이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다. 소통에 법칙이 어딨어?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도 없는 것인데.. 소통 자격증이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소통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젠 식상하게 느껴진다. 취준생인 나도 그런데, 면접관들은 오죽할까.
인스타그램에서도 사진 하곤 전혀 상관없지만 #소통 다는 애들이 대부분이잖아?
면접관들이 원하는 건 '소통'이니 '사람 다루는 법'이라는 뻔한 단어를 늘어놓는 게 아니었다.
아니 그래서 너가 어떻게 우리 인사과에서 도움이 될 거냐고 ㅡㅡ
이런 걸 원하는 것 같았다. 소통이라는 단어를 과도하게 쓰는 지원자들한테는 꼭 저런 질문이 한 번씩 더 들어오더라.. 지원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인사과에서 일을 할 거냐고 되묻는 질문이었다.
이런 질문에 앵무새처럼 계속 소통~ 사람 다루는~ 커뮤니케이션~ 이러면 진짜 답도 없을 듯 보였다.
그리고 또 면접장에서 느낀 건, 참신한 질문이 정말 없다는 것이다. (회사마다 다르긴 하다)
채용 과정에서의 '질문'에 대한 고민은 많이 안 하는 회사가 있는 반면, 시대에 흐름에 맞춰서, 그리고 본인들의 인재상에 맞춰서 질문을 꾸준히 바꾸어 나가는 회사도 있었다.
그래서 내 생각엔, 인사과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면 좋을 것 같다.
'소통'이란 말을 사용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 왜 인사과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설명해보시오.
이렇게 질문하면, 자기가 준비해온 자기소개에 일단 문제가 생긴다. 자기소개에 '소통'이란 단어가 범벅인 애들은 진짜 크게 당황하겠지.
어차피 면접이란 건 준비해와서 되는 형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90% 이상이 돌발 상황과 질문으로만 채워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재미도 있고, 순발력과 센스를 확인할 수가 있다고 본다.
면접 보는 입장에서도.. "면접 딱히 준비해오지 마세요." 이러면 맘 편하지 않을까? (너무 내 생각일지도)
물론 그렇다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마냥 정말 답도 없는 질문을 낼 필욘 없을 듯싶다.
예를 들면 "서울에 있는 바퀴벌레의 숫자는?" 이런 질문은 정말.. 답도 없다.. 면접관도 제대로 대답 못할 질문을 지원자에게 묻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굳이 이런 질문이 아니더라도 창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느낀 가장 치명적인 질문은 이거다.
왜 하필 이 회사여야 하는가? 그 이유를 이야기해보세요.
이거... 이게 노답인 이유는, 나는 거짓말이나 괜히 아부하는 걸 잘 못한다. 구리면 구리다고 하는 편인데..
딱히 성장 동력이 안 보이는 회사에 가서 저런 질문을 받으면 진짜 난감하다. 순간 입이 콱 막혀버린다..ㅋㅋㅋ
그 말은 곧, 내가 이 회사에 적합한 인재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맞다. 억울하진 않다. 애초에 맘이 없는 곳에서 일하면 안 되는 거니까.
만약 정말 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반드시 그 회사여야만 하는 이유를 정리해두면 좋을 듯하다.
참 이렇게 써놓고 보면, 인사과에서 채용 담당 업무도 정말 재밌어 보인다. 쏟아지는 서류를 읽기조차 힘들겠지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