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예거 Nov 24. 2016

전쟁을 소원이라 말하는 ‘우리’는 누구일까?

장강명 작가 신작 <우리의 소원은 전쟁> 서평


소설의 메인 캐릭터 중 한 명인'강민준'은 남한에서 '게임기획자'로 일하던 젊은 청년이다. 김씨왕조가 무너지며, '평화유지군'으로서 북한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인 '장풍군'으로 배치를 받게 된다. 민준과 같은 청년들은 입대를 두 번이나 하게 된 꼴이다. 20대 초반에는 의무복무로 약 2년을 군대에 바쳤고, (가상이지만) 북한의 몰락 이후엔, 치안유지를 위해 다시 군대로 불려 가서 이번엔 대놓고 '북한' 내부에서 복무를 하게 된 것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준은 소설의 한 장면에서, 이런 말을 내뱉는다. '이렇게 고생할 바에야, 전쟁해서 북한을 싹 밀어버렸어야 한다.'라고. 조금 뒤에선 심지어,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의 목숨 값을 같게 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는 말을 한다.

즉, 제목에 나타난 '우리'는 남한 청년들이라 말할 수 있겠다. 북한 몰락 이후 다시 군대에 끌려가게 된 청년들의 억울함을 담은 목소리다. 그러나 이게 소설의 주된 내용은 아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란 제목은, 대중소설스러운 제목이다. 장강명 작가가 이번엔 맘 잡고 대중소설을 썼다.

그러나 장강명 작가는 어떤 글이든, 깊은 메시지를 담곤 한다. 대중소설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제이슨 본>에 비유되는, 첩보&액션물이다. 그리고 그 배경은, 미국과 같은 서양이 아닌, 우리가 그토록 미워하는 북한이다.

김씨왕조 이후, 무법지대에 가까운 북한. 그 안에서 여러 캐릭터들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결국엔 한 곳에서 전부 부딪힌다. 그 클라이맥스로 이르는 길이 재밌다.


'장리철'이란 이름은 일부로 '잭 리처'와 비슷하게 지었다고 한다.


신천복수대 출신의 특작부대원 '장리철'이란 캐릭터가 바로 <우리의 소원은 전쟁>의 제이슨 본이다. 어릴 적부터 살인기계로 키워진 남자. 세뇌교육으로 인해 싸움 외엔 아무것도 모르는 차가운 남자이지만, 여러 인물을 만나고, 그들의 배려. 사랑. 이타심. 양심과 같은 감정을 경험하면서 내적으로 조금씩 성장하는 장리철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혹시 액션첩보장르가 아니라, 장리철로 상징되는 북한의 성장소설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장리철의 내적 성장이야말로 장강명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일지도.


다시, 이해하기 쉽게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표현해보자면.


<제이슨 본>의 액션과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긴장감,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의 현실감을 섞고 그 위에 장강명 작가 특유의 씁쓸함을 믹서기로 갈아, 근사하게 내놓은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카리오>와 겹치는 모티프가 정말 많다. 마약, 고문.. 그리고 '눈호랑이 작전'


북한 체제에 물들어가는 소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


작가의 이전글 인사 직무 면접과 '소통'이란 단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