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학기를 다니는 대학생의 생각

짧은 생각들 모음

by 유예거

지하철이 한강을 지날 때

집에서 대학교까지. 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타는 환승을 포함하면, 환승만 총 3번을 해야 한다. 버스에서 지하철로, 2호선에서 4호선으로, 마지막으로 4호선에서 6호선으로.


1학년 때는, 이 먼 길을 어떻게 통학을 하지.. 걱정이 앞섰고, 자취를 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아무래도 월세가 너무 비싸니까.. 그리고 혼자 산다는 것이 생각보다 외로울 것 같았다. 사실은 두려웠다.

KakaoTalk_20160429_193511342.jpg 한강을 건너는 오후의 4호선

그런데 어느새 8학기에 재학 중인 4학년이 됐다. 군대를 빼고 4년간 꼬박꼬박 잘도 다녔지. 요즘엔 오후 수업이 많아서 한적한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사당에서 4호선을 타고 올라갈 때, 동작대교를 건너는 순간을 제일 좋아하는데, 어두컴컴한 지하만 보다가 갑자기 빛이 보이면서 예쁜 한강과 건물들이, 지하철로 들어오는 햇빛들을 보면 기분이 이상하게 편안해진다. 계속 스마트폰을 들여보고 있다가도, 한강에 올라서면 잠시 폰을 내려두고 밖을 구경한다.


언젠가 한 번은 여행 온듯한 서양인들 몇 명이랑 같은 칸에 탄 적이 있었는데, 지하철로 한강을 건너는 순간에 다들 감탄사를 내뱉으며 창밖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더라.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는 듯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때 느꼈다. 우리에게는 매일 보는 심드렁한 풍경일 수도 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정말 멋진 경험이 될 수도 있구나. 그 이후로 한강을 건널 때마다 일부로 아이처럼 밖을 적극적으로 관찰한다. 낮에는 빛이 예쁘고 밤에는 야경이 끝내준다. (요즘엔 공기가 안 좋아서 별로이긴 하지만..)




피처폰의 추억과 싸이월드식 감성

난 피처폰 세대에 입학하여 스마트폰 세대로 바뀌는 과도기를 대학에서 겪었다. 어떻게 보면 재밌는 경험이었는데, 이 얘기를 후배들에게 해주면 참 신기해한다.


1학년 때는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없었다. 모두 다 피처폰을 쓰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다른 대학교 여대생들과 미팅을 하려면, 일단 번호를 받은 후에, 문자를 주고받아야만 했다. 낯선 번호의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고 친구들과 설레발치던 날들이 기억난다.


카톡처럼, 수신자가 메시지를 보면 '1'이 사라지는 기능도 없던 시절이니, 일단 문자를 보내면 마냥 기다려야 했다. 그 느낌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요즘에야 뭐 카톡도 있고 SNS도 활발한 시대라서. 번호만 알자마자 구글링으로 상대방을 다 찾는다더라. 설렐 틈도 없다. 남녀 사이의 정보전이라고나 할까.


피처폰 문자.png 피처폰 시대의 감성은 이랬지


특유의 오글거리던 감성. 피처폰 세대의 감성은 싸이월드와도 일맥상통한다.


요즘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 시절 감성이 나았던 것 같다. 오버하는 듯이 오글거렸지만, 요즘처럼 쿨(cool) 병 걸린듯한 감성보다는 그때의 뜨거운 감정들이 좋았다. 모든 것들을 진지하게 대하던.




KakaoTalk_20160429_193511605.jpg 어느 봄날의 캠퍼스


캠퍼스의 봄

어느새 봄이 끝나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더니, 중간고사가 끝나기도 전에 벚꽃은 언제 피었었냐는 듯이 다 사라져 버렸다. 봄이 좋니 나쁘니 하는 계절성 노래들이 이젠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학 캠퍼스라는 공간은, 다가온 봄을 느끼기엔 최적의 장소다. 날도 좋고 바람도 좋고 설레는 대학생활이 시작하니까. 신입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잔디 위에서 둥글게 앉아 논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잔디 위에서 짜장면도 시켜 먹고.. 낮에 술도 마시고 허허허. 지금은 졸업반이라 학교에 밥 같이 먹을 친구도 부족하지만 말이다.


위에 사진은 내가 직접 찍었다. 수업을 듣고 혼자 이동하던 중에, 날씨는 너무 좋고 학생들도 훈훈하게 노는 그런 분위기가 넘나 좋아서 엉거주춤 카메라를 들어 찍어봤다. 구도는 별로지만 느낌만은 담을 수 있었다.




대학생 때가 좋았어

동기들은 본격적인 취업준비에 뛰어들었다. 나도 곧 그래야겠지. 선배들은 하나같이 대학시절이 좋았다고 얘기한다.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게.. 그러면 우리나라는 나이를 먹을수록 불행해지는 구조인가? 생각도 든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힘들어진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만약 내가 더 어른이 된다면. 직장인의 타이틀을 달고 사원증을 목에 거는 날이 온다면. 후배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대학생활이 '제일' 행복한 시기인 건 맞다.
근데 직장인 나름의 행복도 분명히 존재한다.

라고 말이다..


근데.. 그렇게 되려면 내가 먼저 훈훈한 분위기의 기업에 들어가야겠지? ㅎㅎㅎ..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꾸준히 책도 읽고 글도 열심히 쓰련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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