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작은 공간
우선 필자가 이 책을 선택하고 읽게 된 계기는 각기 다른 두 가지의 사건이 겹쳐서 이다.
첫 번째로 필자가 오키나와로 여행을 가게 된 것,
두 번째로 필자의 작은 꿈이 언젠간 커피와 책을 파는 작은 공간을 갖고 싶다는 것.
전혀 다를 것 같았던 두 사건이 겹치게 되었고, 그것들의 교점에 책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 꼭 합리적이고 타당하며 효율적인 이유는 필요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더군다나 오키나와를 여행했다면, 혹 할 것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이 꽤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표면적으론 제목 그대로 책의 저자가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책일 읽다 보면 사실 이건 오키나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본의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섬. 먼 만큼이다 다른 역사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섬. 그곳이 바로 오키나와인 것이다.
앞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이 책은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상당이 많이 맞닿아 있는 책이다. 어쩌면 저자 "우다 도모코"가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면서 겪었던 과정과 그 결과들은 필자가 겪고 싶고, 얻고 싶은 것들과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을 관찰하게 되고, 지켜보게 되고, 응원하는 일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대리만족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 구체적이라서 대리만족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꿈이란 건 그 자체로 충분하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런 이유들로 책을 읽는 내내 필자는 책의 저자와 비슷한 결과 무늬를 따라 스스로의 꿈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아하, 이렇게 하면 되겠군.'
'오호라. 이런 방법도 있겠구나.'
'이런 삶은 역시나 행복하겠지?'
등등의 추임새를(혼자 맘 속으로) 넣으며 책을 읽어 내려갔었다.
그러므로 결국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는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겹쳐있는 책인 것이다. 그래서 좋았고, 그래서 혹 필자와 취향이 비슷한 독자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의 저자 "우다 도모코"는 헌책방 "울랄라"를 열기 전 일본의 대형 서점에서 일을 했었다. 그만큼 그녀의 삶은 책과 매우 가까웠으며 그 관계의 깊이는 "울랄라"를 운영하면서 더욱 단단해져 갔다.
필자가 처음 일본을 여행했을 때는 2004년이었다. 그리고 그때 도쿄의 지하철 안에서 놀랐던 장면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일본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달리는 지하철, 버스 안에서나 음식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가방 속에서 작을 책을 꺼내어 읽는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마만큼 일본 사람들은 책과 상당히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를 배출했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도 상당하다. 그런 결과물들은 분명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책과 가까운 삶.
이미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활자를 읽어 내려가는 습관이 그들에게는 있는지도. 살짝 부럽긴 하다.
그래서 아마 서점뿐만 아니라 헌책방도 하나의 문화이자 공간으로 일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책을 상당히 좋아하는 필자로서도 책이라는 것 자체가 독자들의 삶에 개입할 여지가 풍부한 그 모습들이 무척이나 좋다.
책이라는 것 자체는 이미 물리적으로 고정되어 있고, 디지털 문화가 급격하가 발달하고 있는 지금 시대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책은 충분하다. 독자들은 작가가 풀어놓은 고정된 활자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찾아내고 확장시켜 나간다. 책 속의 삶이 내 삶에 반영되고 그것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간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책이 여전히 굳건하게 이 시대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일 것이다.
필자가 오키나와를 여행하기 전에는 오키나와를 그저 일본에 속한 커다란 휴양지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필자가 다녀왔던 도쿄나 삿포로, 후쿠오카 등과 오키나와를 크게 구분하여 생각하고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오키나와를 다녀왔고,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감히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다.
오키나와는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오키나와 자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키나와는 원래 류쿠왕국으로 불렸으며 일본과는 다른 나라였다. 일본에 편입되어 지냈던 시간보다 그들만의 문화를 가지고 독립된 국가로 살아왔던 시간이 훨씬 더 길다.
역사적인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길어지겠지만 일본에 속한 이후에도 상당한 홀대(?)를 받았던 곳이다.
우선 건축물 자체가 일본의 본토와는 상당히 다르다. 지진 때문에 대부분 목조 건물로 건축되어 있는 본토와 다르게 일 년에 커다란 태풍을 수 차례 맞이하게 되는 오키나와는 대부분의 건물이 시멘트로 되어 있다. 태풍에 견디기 위함이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들의 생김새도 본토와 다르고 미군 기자기 있는 덕분에 미국 문화의 영향을 본토보다는 더욱 크게 받은 곳이다.
일본에서 초밥이 가장 맛이 없다고(필자는 상당히 맛있게 먹었지만) 평가되지만 오키나와에서만 먹을 수 있는 풍부한 음식을 가지고 있다.
또 섬이라는 곳의 지리적 특성이 문화에 자리 잡은 오키나와는 오키나와에서 만들어진 모든 것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 책의 판매량만 보더라도 오키나와에서 제작되고 출판된 책이 단연 높고, 대부분 오키나와에서만 유통되고 있다.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라는 책을 통해서, 그리고 직접 오키나와를 여행하면서 관찰하고 알게 된 오키나와는 일본에 속해있지만 일본과는 사뭇 다른 문화와 그것이 만들어낸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헌책방 "울랄라"가 독특한 이유는 그것이 내걸고 있는 슬로건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헌책방
가장 클 것이 아니라면 가장 작아야 한다. 그리고 헌책방에 어울리는 옷은 큰 옷이 아니라 작고 아담한 옷일 것이다.
"울랄라"는 시장의 작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시장 안에 책방이 있다는 것도 상당히 낯설지만 일단 책방을 찾는 것 자체도 상당히 어렵다. 너무 작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구글맵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한참을 찾고 나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저자 "우다 도모코"는 두 사람이 들어가도 꽉 차 버리고 마는 이 작은 공간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책에서 이 공간이 자신에겐 매우 적당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그건 집이라는 일반적인 공간일 수 도 있고(물론 한국에서는 그것조차 얻는 것이 상당히 힘들지만), 스타벅스가 주장하는 제3의 공간일 수도 있다.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나의 물건들이 놓여 있고, 나의 취향으로 채워질 수 있는 소박한 공간.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꿈을 꾸고 계획하면 그것들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소박한 행복들을 경험하게 된다.
공간의 크기가 그 안에서 뭉글뭉글 일어나는 꿈의 크기를 제한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이 책이 설명하고 있다.
세상에서 자장 작은 헌책방 "울랄라"에서 "우다 도모코"가 꾸었던 꿈들을 우리도 우리만의 공간에서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필자가 생각했던 건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이다.
세상적인, 상업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헌책방 "울랄라"는 그다지 돈이 되지 않는 곳이다. 안정적이지 않고 명예나 권위를 얻기도 힘들다.
하지만 저자는 매일 고객이 원하는 책을 팔고 그렇게 받은 작은 돈으로 집으로 돌아갈 때 채소를 사는 것에서 행복함을 느낀다고 했다. 물론 저자가 책방의 수입으로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글을 써서 책을 내기도 하고 잡지에 원고를 기고하고 있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가 가장 큰 행복을 느끼고 있는 곳은 헌책방 "울라라"이다.
행복이라는 건 타인의 시선을 만족시켜가며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성취와 만족을 늘려가는 것에서 우리는 행복함을 느낀다. 모든 것이 빠르고 눈에 보이는 타인의 행복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조금은 작고 조금은 느리더라도 자신만의 행복함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래. 거두절미하고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다는 것 자체로 어떤 책을 쓸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책의 첫 장을 넘겼다. 별 다른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이미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작은 책방이나 독립출판 서적을 취급하는 책방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므로 헌책방을 열었다는 것 자체가 그다지 큰 이슈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건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들을 통해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세상과 시대와 타인이 강요하는 정형화된 행복이 아니라 나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법.
그것이 옳다고 저자는 자신이 이루어낸 작은 공간 "울랄라"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엔 정답이 없다.
행복의 기준에 있어서도 자신의 것만을 주장하는 건 억지이다.
그럼에도 행복의 방향에서 있어서 우리는 어느 정도 옳은 길들을 알고 있다. 다만 실행하기 어려울 뿐.
필자가 닮고 싶은 삶의 몇 순간들이 이 책에는 녹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공감하며, 약간은 부러워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책과 공간과 그 속의 소소한 행복들이 녹아 있는 책.
그리고 그것들이 삶의 행복을 비춰주는 작은 등대가 되어주는 책이었다.
가르치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씁니다.
저서로는 “첫날을 무사했어요” 와 “버텨요, 청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