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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전호 Jun 02. 2017

세계일주, 당신이 꼭 알아야 할 Tip

배낭여행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세계일주>, 이것만큼이나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아마도 세계 여행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버킷리스트의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마찬가지다.

학창 시절 품었던 버킷리스트의 1번은 언제나 항상 바로 배낭여행이었다.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 다니며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곳의 음식을 먹으며 그렇게 머물고만 싶었다. 현실은 반대로 너무 힘들었었으니까. 그 희망 하나를 붙들고 지겨운 책상을 견뎌 냈으며, 결국 자유라는 것이 나의 삶에 주어졌을 때 비로소 배낭여행을 할 수 있었다.

배낭여행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5년이 돼가고, 그동안 40여 개국이 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이곳저곳을 여행했었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은 학생이었던 예전 청춘의 시절만큼 자주, 오래 여행을 하고 있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첫 여행에 발을 내디뎠던 그날의 설렘은 여전히 가슴속 깊이 남아 삶의 한 조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

세계일주 혹은 세계여행이란 말과 마주쳤을 때, 우리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무엇일까?

필자의 경우엔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디까지나 소설 속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렸을 적 책장을 넘기면서 머릿속으로 그려낸 내가 아직 가보지 못했던 넓은 세상은 황홀하고 아름답기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현실 속에서 우리가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주인공처럼 상당히 오랜 시간을 연속적으로 여러 나라를 이어서 여행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 여행은 항상 동경의 대상이긴 하지만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생활인인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그저 환상 너머에 걸려있는 무지개일 뿐이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여행을 업으로 살고 있는 직업적인 여행가가 아니라면, 혹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요즘은 그런 분들이 꽤 많이 계시는 듯하다. 부럽군요.) 직업군의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의 현실적인 생활을 접어두고 여행만 한다는 건 많은 희생이 뒤따르는 일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작은 소망 상자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일상의 작은 틈 사이로 그 상자의 크기를 키워나가고 아름답게 가꾸면서 조금은 힘든 삶을 버텨낸다. 그리고 장담컨대 그 상자의 커다란 부분엔 여행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세계 여행


누구나 꿈꾸지만 누구나 하지는 못하는 것.

망설이고, 어렵고, 하기 두려운 것.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것.

오늘은 우리를 자꾸만 여행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방법들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01. 자신의 처지 이해하기


세계여행을 떠나기 힘든 것 중 한 가지는 바로 여행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낸 닿기 힘든 이상이다. 너무 커다랗고 환상적이라서 나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일명 여행스타그램을 통해서 보이는 사람들의 여행은 정말이지 '아니, 저렇게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단 말이야? 내 주위엔 다 나 같은 사람들뿐인데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지?' 하는 힘 빠지는 생각만 들게 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여행을 하는 사람이 백 명이라면, 여행의 모습도 백 가지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여행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따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정작 누간가의 것을 흉내 내는 여행은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답이 없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자신만의 여행을 할 필요가 있으며, 반드시 그런 여행을 해야 한다.



1. 우리는 대부분 뛰어난 여행가가 아니다

우리는 오지 여행을 하면서 생존을 목표로 하는 생존 전문 여행가인 "베어스 그릴"과 같은 뛰어난 육체적 능력과 생존 지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여행 자체를 철학적으로 바라보며, 여행을 하면서 그 속의 인간의 본능과 본성에 근접한 감정과 사고를 이끌어내는 "알랭 드 보통"처럼 철학적인 여행가도 아니다.

또, 작품의 대부분을 본국인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혹은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집필해내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뛰어난 여행가 이자 그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써내는 소설가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통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그것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그것에 걸맞은 결과물을 이끌어낸 "한비야"씨처럼 여행을 삶의 한가운데 놓고 사는 사람도 아닐 것이다.


물론 그들에겐 분명 배울 점이 있고 부러운 점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과 달리 일반인이다. 대부분이 힘들지만 현실이라는 삶에 발을 딛고 있으며, 그 현실에 눈을 감은 채 환상만을 쫒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 우리는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다.


우리가 그 사실을 부정하고 난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에 굉장히 특별한 여행을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순간 여행을 향해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다.

또, 여행을 업으로 삶고 있는 여행가들의 여행을 부러워하고, 그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세계여행을 시작하고 결심해보기도 전에 이미 지치고 만다. 시도해보기도 전에 포기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 여행의 첫 단계는 바로 우리 자신이 뛰어난 여행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일상의 작은 틈 사이로 여행을 희망하고 힘들겠지만 그것을 조금씩 실현해 나가는 평범한 여행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2. 자신만의 취향을 알아야 한다

여행이 여행지에서 각자의 여행자에게 건네는 이미지와 이야기는 각각 다른 모양과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은 그것들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세상의 어느 것도 의미 없는 것은 없으니까.

어느 여행이 뛰어나고, 어느 여행은 부족하다 라고 그 누구도 감히 말할 수는 없다. 물론 방법론적으로 뛰어난 여행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여행 루트를 짠다던가, 비슷한 컨디션에 좀 더 싼 가격의 숙소를 구한다던가 말이다.

하지만 그런 물리적인 것들과 방법적인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여행이 여행자에게 건네는 커다란 의미의 무거움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세상에 나쁜 여행은 없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스스로가 어떤 취향의 여행을 선호하는지 알아야 한다. 더 자세히는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어떤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말이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서 여행의 선택지는 다양하게 나뉠 수 있다.


여행의 목적지를 어디로 정할지부터, 혼자 떠날 건지 일지 아니면 동행과 함께일지.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으며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지내고 올지를 말이다.

누군가는 베어스 그릴처럼 자연을 벚 삼아 생존투쟁을 해야만 하는 오지 여행을 좋아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한비야 씨처럼 비단 여행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무언가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들 사이엔 순위도 없을뿐더러, 누구도 그 여행의 질을 평가할 수는 없다.

여행을 떠나기 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깊게 생각해본다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늬의 여행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취향이 자신 안에 세기는 무늬를 따라가는 여행을 한다면 우리는 그곳에서 큰 기쁨을 얻어올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휴양지보다는 오지를 좋아하고,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물기를 좋아한다. 음식과 잠자리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되도록이면 현지인처럼 지내는 편이다. 유명하다는 관광지엔 괜한 심술로 가보지 않는 억지를 종종 부리기도 한다.

물론 본인의 취향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시행착오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알게 된 후부터는 여행을 떠나기 전 고민의 시간도 줄어들게 되고 여행지에서 느끼는 만족감도 올라간다. 많은 것들은 포기하고 내려놓고는 힘들게 떠난 여행에서 다른 이의 취향을 따라간 여행을 하게 된 다면 그건 차라리 떠나지 않는 것보다 못할 것이다.



3. 나에게 주어진 돈과 시간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돈과 여행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여행의 경비는 여행지에서의 숙소와 먹는 음식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리고 시간은 여행지의 선택과(시간이 얼마 없다면 비행시간이 긴 여행지를 선택하는 건 조금 어렵다), 여행지에서 몇 곳의 도시를 여행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과 투자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판단을 한 뒤, 그것들을 기준으로 여행지를 선택하고 여행의 콘셉트를 정해야 한다.

돈이 부족한데 휴양지에서 머무는 리조트 여행이나 크루즈 여행을 바랄 수는 없다. 시간이 많다면 조금 경유를 하더라도 싼 비행기 티켓을 선택할 수 있고, 시간이 없다면 조금은 비싸더라도 좀 더 많은 시간을 여행지에서 보낼 수 있게 직항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행은 물론 환상과 희망의 구름 위에 놓여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현실적인 돈과 시간을 배재하고는 실행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당신이 "떠나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다면야 아무것도 문제 될 것이 없지만 말이다.




02. 자신만의 여행 계기를 만나야 한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게 되는 순간은 어쩌면 매우 짧고 간결하다. 여행이라는 것이 분명 삶의 커다란 이벤트임에도 그 시작은 어쩌면 굉장히 사소할 수 도 있다는 것.

그것은 여행을 오래 고민하고 계획했다 하더라도 그 계기를 만나지 못한다면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반대로 오랜 장고 끝에 여행을 포기하고 다음으로 미뤘는데도 스치듯 지나간 어느 작은 하나 때문에 그냥 밀어붙여 비행기에 오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여행이란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작은 계기들이다.



1. 뇌리에 남는 사진, 영화의 한 장면, 누군가 건넨 한 마디

필자는 어렸을 때 잡지의 한 귀퉁이에서 봤던 에펠탑의 사진 한 장이 훗날 파리 여행의 계기가 되었다.

자주 꺼내보지는 않았지만 그 시절 스치듯 봤던 에펠탑의 이미지는 항상 마음속에 있었으며 여행이 시작되려 하는 순간 커다란 동기로 작용한 것이다.

어느 날엔가 적당한 돈과 적당한 시간이 생겨 여행을 결심하게 될 때, 그 순간 깊이 잠겨있던 에펠탑의 사진은 마음의 한가운데로 떠올라 '이번 여행은 파리다!!'라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노출되는 여행지의 그림 같은 이미지가 우리를 여행을 떠나도록 부채질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한 장의 이미지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때론 어느 무엇보다 강력하다. 내 머릿속에 강력하게 박혀있는 이미지에 내가 서 있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 내 마음속에 화려한 무지갯빛으로 자리 잡은 한 컷의 이미지.

그것을 마음의 중심으로 옮겨보면 우리의 여행은 출발선 앞에 서게 된다.


또, 영화의 한 장면이 우리로 하여금 여행을 떠나게 만들기도 한다.

가장 직관적인 것은 특정 나라와 도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대표적인 예로 "우디 엘런" 감독의 영화이다. 예술의 도시인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진 <미드나잇 인 파리>, 사랑의 도시 로마를 위에 펼쳐진 <로마 위드 러브>이다. 두 영화 모두 도시가 가지고 있는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을 환상적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그 도시를 품고 꿈꾸게 만든다. 그런 계기로 시작된 여행은 영화의 배경지를 찾아가 보기도 하고 영화의 주인공들이 걸었던 거리와 카페에 앉아 마치 자신이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보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여행자들이 영화 속 도시들을 찾아가 보는 여행을 하고 있다.

 

필자의 소중한 Y는 영화의 배경이 된 곳에서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한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인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찾아 쿠바의 작은 마을 "코히마르"까지 찾아왔으니 Y도 대단한 여행자임이 분명하다.

나로 하여금 여행의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 혹은 그 누군가가 서있었던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해 보자.

일상의 삶이 힘겹고 지루하고 또 매일 저녁 녹초가 되어서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잠이 들 때. 그래서 내일의 삶이 전혀 기대되지 않고, 불만만 가득한 날들이 이어질 때. 그때 우리의 뒤통수를 치듯 흔들어 놓는 누군가의 한 마디도 우리를 비행기에 오르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그래도 열심을 다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위하고 있는 나에게 "넌 아무것도 도전하고 있자 않아."라는 친구의 한 마디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또 러시아의 대 문호인 도스토옙스키는 이런 말을 했다.


한 인간을 완전히 뭉개버리고 파괴하고 싶다면 무시무시한 살인자라도 벌벌 떨 만한 가장 끔찍한 형별을 내려라. 전혀 무익하고 의미 없는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묶여있는 현실이 당신에게 전혀 무익하고 의미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현실은 한낱 종이 조각보다 더 가여워진다. 그리고 그 깊은 깨달음 속에 우리는 분명 여행을 꿈꾸게 될 것이다.


이처럼 필자가 제시한 세 가지의 계기가 아니라도 우리로 하여금 여행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는 다양하다. 그런 작은 계기들이 모든 것에 녹초가 되어버린 우리에게 나지막이 말을 건다면, 그것들에 용기를 내어 과감히 여행을 선택해 보자.



2. 나의 여행을 가로막는 것

하지만 그런 우리 각자만의 소중한 계기를 만난다 하더라도 우리의 여행을 가로막는 것들은 많다.

빈약한 통장의 잔고, 시간, 취업, 친구, 관계, 부모님의 기대, 돌아와서 걱정되는 삶, 잘 나가는 친구, 부족한 외국어, 입만에 맞지 않는 음식, 불편한 잠자리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끝이 없다.

그것들은 자꾸만 떠나려 하는 우리들을 겁주고 붙잡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에 발을 붙잡혀 떠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현실의 두려움들 앞에 여행을 놓아버리게 된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여행을 떠날 수 없는 백 가지 이유보다는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하나의 이유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떠날 수 없는 백 가지 이유보다는 떠나야만 하는 한 가지 이유에 집중해보자.


그 한 가지 이유가 우리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많은 장애물들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3. 정작 여행을 위해 필요한 것

필자는 "To do is ti be"라는 말을 가슴에 두고 여행을 시작했다.

행하는 것이 곧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원한다면, 진정으로 원한다면 행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린 제대로 존재하는 못하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여행을 위해 필요한 건 온전히 스스로 존재하고자 하는 결심이다. 거기에 비행기 티켓, 여권, 약간의 돈만 있다면 세상에 떠나지 못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




03. 두려움 없애기_여행 준비 과정


하지만 우리가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를 하고, 자신만의 여행 계기를 만났다고 해서 그때부터 모든 여행이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고 극복하고 난 뒤, 여행을 결심하고 결정한 그 후에도 우리는 곳곳에서 다시 우리의 여행을 방해하는 것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두려움들은 우리로 하여금 힘들게 결정했던 여행을 다시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힘들게 결정한 우리의 여행을 지키기 위해서 여행의 준비과정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1. 지나친 여행 준비는 피하자

사실 이건 성격이기도 하지만 필자는 여행 전에 준비과정을 정말 최소화하는 편이다.

필자가 처음 배낭여행이라는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은 고작해야 여권과 현금 그리고 비행기 티켓이 전부였다. 조금 여유가 있으면 그 나라나 도시의 가이드북 한 권.

그러니까 당시에는 열심히 철저하게 꼼꼼히 미리 여행 준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을 이용해 미리 정보를 찾아본다던지, 블로그나 SNS를 통해 숙소와 맛집의 정보를 알아내고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은 어려웠다. 근본적으로 그때는 스마트폰 자체가 없었고, 와이파이란 단어는 아직 존재하지 않은 단어였으니까. 그래서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는 미지의 세계에 도착한 기분이 되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여행지에서 머무는 기간보다 더 긴 시간을 여행 준비에 쏟는 여행자들을 종종 보게 된다. 또 필자는(어쨌든 여행 관련 에세이를 쓴 작가이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어느 곳을 여행하려 하는데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질문들에 큰 도움이 될 만한 대답을 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미안해지기도 한다. 필자가 떠난 여행들의 대부분은 준비라는 것을 거의 하지 않고 무작정 떠났던 여행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설렘이 분명히 있다. 그것만으로도 듬뿍 만족해서 여행을 미리 한 듯한 기분이 되는 여행자도 있을 것이다.

또, 열심히 준비된 여행의 장점은 여행 중 예기치 못했던 변수를 없애주기도 한다. 치밀한 준비들은 머릿속에 그렸던 여행의 순간들을 순차적으로 막힘없이 실현해내는데 도움을 주니까.

하지만 반대로 준비 과정 자체에 지치게 되기도 한다. 준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 바람에 정작 여행에서는 힘이 빠지고 기대감이 떨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셀 수 없이 많은 선택들과 변수들 사이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만 골라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그것들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배열해서 차례차례 수행해나가는 여행이 정말로 좋은 여행일까?


이 부분은 성격이나 취향의 문제 이므로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필자에게 여행의 준비 과정에서 도움을 청한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말해주고 싶다.


-여행에도 여백과 공백이 필요하다.

-여행은 반드시 완수해내야만 하는 과제가 아니다.

-예기치 못한 장소, 음식, 마주침 또한 여행이다.


조금은 힘을 빼고, 조금은 허술해 보이는 여행 준비가 출발 전의 두려움을 없애줄 것이다.

왜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2. 자신만의 여행의 콘셉트 정하기

여행의 준비과정에서 망설임이나 두려움을 없애는 것에는 자신만의 여행의 콘셉트를 확실히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다양한 콘셉트의 여행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한적한 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쉬는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을 것이고, 유명한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블로그 맛집에 가서 음식을 먹는 콘셉트의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현재 가지고 있는 돈과 시간에 따라서 각자에게 최적화된 여행의 콘셉트를 정하고 여행을 준비해 보자.

시간이 충분하다면 조금은 여유 있게 움직이는 여행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조금은 바쁘더라도 빠르게 움직이는 여행을 짜면 될 것이다.


여행의 콘셉트는 시간에 따라 바뀌기도 할 것이고, 더욱더 철저하게 굳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둘 모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덤으로 필자는 상당히 게으른 여행을 추구하는 편이다.(아무래도 아침잠이 많고 부지런하지 못하며 삼십 대가 되고 난 뒤 예전 같지 않은 체력 때문일지도)


3. 자신의 여행 계획을 여기저기 떠벌이고 다녀라

예전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유재석과 이적이 불렀던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가 있다. 힘들었던 시절 입으로 말했던 희망사항들이 언젠간 이루어지길 바라고, 결국 그렇게 이루어졌다는 내용의 가사이다.


여행의 준비 과정에서 갑작스레 엄습해오는 두려움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고 싶어 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여행 계획을 주변 사람들에게 떠벌이고 다녀라. 여기저기 여러 사람들에게 여행을 갈 것이라고 말해 논다면 양치기 소년이 되기 싫어서라도 계획한 여행을 밀어붙이게 되더라.


그래서 필자는 비행기 티켓을 끊으면 꼭 SNS에 비행기 티켓 인증샷을 올리곤 한다.


-글로 적으면 계획이 되고, 말을 하면 현실이 된다.




04. 두려움 없애기_ 여행 중


힘들게 떠나온 여행이 계획하고 기대했던 장밋빛 상황만 펼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여행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예상치 못했던 여러 상황들을 만들어내서는 여행자를 당황시키고 낙담시키기도 한다.

이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살아내고 지내온 익숙한 곳에서 떠나와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 여행인데 어찌 편안하고 행복한 일만 있겠는가? 여행은 당현하게도 "불편함"을 동반하는 것이다.

때때로 예상치 못했던 암초를 만나는 것이 여행이다. 눈비신 햇살을 기대했지만 구름이 잔뜩 낀 우중충한 날씨를 선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마주치게 되는 여행지에서의 두려움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1. 계획은 꼬이고 뒤틀리기 마련

치밀하게 계획을 짰던, 아니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여행지에서 하루하루를 지내건 마음속 계획은 자꾸만 어긋나고 뒤틀리기 마련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인 것이다.

여행에서 자신 스스로의 결정은 내부적 요인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외부적으로 주어지는 환경은 여행자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인 것이다.

비행기는 날씨 때문에 지연되기도 하고, 힘들게 찾아간 식당은 휴일이 되기도 한다. 돈을 아끼고자 찾아간 도미토리 옆 침대의 여행자는 엄청난 코골이로 내 잡을 방해 한다. 맞지 않는 음식과 물 때문에 며칠을 물갈이로 고생을 한다. 이것들은 여행자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봤자 상황은 하나도 변하지 않는다.


이럴 땐 '이건 내가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안 그래?'라는 편한 마음을 먹는 것이 좋다. 외부 요인에 대한 인정이 빠를수록 여행은 다시 즐거운 길로 접어들 테니까 말이다.


2. 필자의 경험

실제로 필자는 여행지에서 계획이 마구마구 엉망진창이 돼버린 경험이 있다.

세 달 간의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당차게 시작했던 터키 여행에서 일주일 만에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자전거 여행에서 자전거를 도둑맞자 오토바이 여행으로 계획을 변경했지만 삼일 만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서 터키의 낯선 병원에 일주일을 입원하게 되었다. 손과 발에 붕대를 칭칭 감고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필자를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이 보살펴 주었다.

당시엔 돈도 떨어졌고, 몸과 마음도 성치 않아서 힘들었었다. 정말이지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 라는 생각에 괜한 돌멩이들을 발로 걷어차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사고와 사고의 연속에서 필자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 친구들은 오토바이 사로고 몸이 불편한 필자를 일주일이 넘게 자신들의 여행을 희생하면서 보살펴 주었다.

계획은 멋대로 망가졌지만 계획에도 없던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계획이 뒤틀리고 꼬여서 엉망진창이 되었던 여행이 이 친구들로 인해서 훨씬 더 재밌고 충만한 여행으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05. 두려움 없애기, 여행 후에 오는 것들


이제 모든 두려움을 이겨내고 여행을 잘 다녀왔다,라고 끝일까?

아니다. 필자의 경험상으론 여행 후에 오는 것들이 우리를 다시 한번 힘들게 한다.

여행 후에 오는 두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여행지 앓이

여행에서 돌아온 후 우리는 한동안 여행지 앓이를 하게 된다.

일상의 복잡하고 힘든 현실 속에서 다시금 여행지에서 봤던 하늘, 먹었던 음식, 걸었던 거리들이 떠올라 속해있는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것들이 한 번 마음속에 떠오르면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늦은 저녁, 여행지에서 찍었던 사진첩을 들춰보면서 혼자 피식 웃는다. 그 시절들의 나를 떠올리며 행복했던 기억들이 다시금 마음의 중심에 자리 잡고 그러므로 다시 힘들어진다. 차라리 여행을 했던 시절이 진짜 삶이고, 지금의 삶은 잠시 여행 온 것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한다.


2. 사람 앓이

여행 후 우리에게 찾아오는 그리움은 비단 여행지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또한 강한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함께 여행을 했던 친구들, 마음을 나누었던 현지인들이 반짝이는 보석처럼 남아있다.

모든 게 부족하고 낯설었던 날 위해서 수고를 내어주고, 자신의 것들은 나에게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의 여행이 안전하고 행복했던 것이다.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만남이 잦지만 그만큼 이별도 잦다.

여행에서의 만남은 어쩔 수 없이 시한부 만남인 것이다. 

다시금 서로의 현실로 돌아가야 하기에. 하지만 끝이 정해져 있다고 해서 우리는 그곳에서 무엇을 감추거나 남겨놓지 않았다. 그 순간이 끝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서로를 대했다. 건넸던, 나눴던 모든 것들이 진심이었기에 우리는 이별 앞에 한없이 무너져 내렸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자주자주 생각난다. 하지만 물리적 거리와 현실이라는 벽 앞에 조금씩 줄어드는 그들을 향한 마음의 크기를 확인해가는 것 또한 슬픈 현실이다.

결국 잊히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정말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분명 있기에 우리는 그것들 안에서 한동안 앓을 것이다.


3. 다시, 여행하기

그렇다면 우리는 여행 후에 떠오르는 여행지와 사람의 기억에 대한 두려움들을 없애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행이란 것이 여행이 끝나버린 여행자에게 떠넘겨 버린 그 아련한 추억들을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것에 대한 해결방법은 단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시, 여행하기


여행의 향수병에 적합한 처방전은 새로운 여행밖에 없는 듯하다.

여행지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진 마음의 빚은 이제 다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조금씩 갚아가면 되는 것이다.

지난 여행이 다시 새로운 여행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이런 선순환의  고리가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 주고 우리를 다시 여행의 길로 안내해 줄 것이다.




06. 그리스인 조르바가 당신에게

필자가 좋아하는 책 중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이 있다.

책의 주인공인 조르바는 굉장히 호전적이고 충동적인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고 원하는 일이라면 주저 없이 행한다. 그에게 두려움이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책의 내용 중 조르바가 자신을 고용한 주인에게 한 말이 있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그 줄을 오고 가고, 그리고 그것을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끈을 잘라버리지 못해요.
두목! 어려워요. 그 끈을 잘라버리려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바보... 아시겠어요? 모든 걸 걸어야 합니다. 인간을 가진걸 다 걸어볼 생각을 하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둡니다. 이러니 끈을 자를 수 없지요. 더 붙잡아 맬 뿐이지...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삶은 조르바가 말했던 그 긴 줄이다. 줄이라는 것은 워낙 좁고 얇기 때문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줄 위에서 앞, 뒤로 움직이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소심한 움직임을 우리는 자유라고 생각하고, 그 자유를 우리가 마음껏 누리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줄 위에서 떨어질까 두려워 매번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므로 결국 좌, 우로는 움직이지 못한다.

조르바의 말처럼 우리가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줄을 잘라버려야 한다. 줄을 잘라버리고 땅으로 내려왔을 때야 우리가 원하는 것을 두려움 없이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들의 삶의 줄이 높은 절벽 위에 놓여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땅 위에 10cm에 우리의 줄이 걸려 있다. 우리가 용기를 내어 줄 위에서 뛰어내린다고 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문제는 줄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 이다.


이제는 우리는 자꾸만 떠나지 못하게 하는 줄이라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마음속 꿈꿔왔던 여행을 떠나보자.


지금까지 필자가 경험하고 생각해봤던 여행에 관한 두려움들과 그것을 극복해보는 방법이었다.

생각이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주관적이고, 주관적인 것에 많은 이해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그러므로 필자의 글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건 필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필자가 원하는 건 단 한 가지다.


당신이 한번쯤, 마음속 깊은 소리에 응답하는 것.

그리고 그 응답이 단단하고 견고해져 꿈꾸며 그려왔던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가르치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씁니다.
저서로는 “첫날을 무사했어요” 와 “버텨요, 청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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