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전호 Oct 12. 2017

중국의 숨겨진 보석 지난(제남_濟南)

지난주에 지난에 다녀왔지 난

"지난"은 도대체 어디입니까?


혹시 "지난"이라는 이름의 도시를 아시나요?

중국말로는 "제남"이라고 발음하는 도시 입니다만. 네. 중국에 있는 도시입니다.

정말 아실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아름답고 멋진 그런 도시입니다. 정말로요.



샘의 도시 답게 지난의 어느 곳에서도 푸른 나무와 물이 보인다.


가깝고도 먼 나라?

우리에게 있어 "가깝고도 먼 나라"는 이제 일본만이 차지하는 고유명사는 아닐 듯싶다.

일본이라면야 당연하게 역사적인 배경으로 인해서(그리고 요즘 종종 터져 나오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과 반성이 뭔지 모르는 태도 때문에) 가깝지만 먼 나라가 되어 버렸고, 오늘 소개할 중국은 요즘 들어서 군사 외교적인 관계로 조금은 먼 나라가 돼버리진 않았나 싶다.


그렇게 조금은 우리의 마음속 애증으로 멀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라는 나라가 꽤나 매력적인 나라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우리와 상당히 비슷한 문화권에 속해 있는 나라이고, 비행시간도 매우 짧아서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물론 여전히 비싼 비자 값이 조금은 불만이긴 하지만 그건 중국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


필자도 중국을 여러 번 다녀왔었지만 그때마다 다른 지역에서 다른 매력을 찾아냈었다.

정말 이게 한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인종과 언어, 게다가 수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음식들 까지. 까도 까도 무수히 많은 양파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중국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음식에 듬뿍 넣어주던 고수는 동의할 수 없다(저는 고수를 못 먹으니까요;;).


하나 확실한 건 우리가 중국이라는 나라를 떠올렸을 때, 혹 중국 여행을 가려 마음먹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도시의 리스트엔 지난이라는 도시는 아마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여행자들의 리스트 앞자리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청도 등등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이 굉장히 큰 나라이기 때문에 도시도 많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난이라는 도시를 여행자가 염두에 두기란 어려운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필자가 다녀온 지난은 그렇게 홀대받기엔 너무나도 멋진 곳이었다.


골목을 걷다보면 푸근한 풍경과 마주한다

사실 필자도 이번에 지난을 다녀오기 전 까지는 지난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무지했었다.

지난이 어디에 있으며, 무엇이 유명한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상당히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갖가지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이런 도시를 그동안 마음의 발치에 두고는 알은 채 하지 않았었다니 말이다.



산둥성엔 칭다오만 있다고요?


맞습니다. 산둥성의 도시 중엔 칭다오가 유명하죠. 도시는 물론이거니와 맥주도 말입니다. 그런데 지난도 나름 꽤 멋있습니다. 게다가 지난에서도 칭다오 맥주를 마실 수 있습니다. 맛은 똑같으니까요.



지난은 직항으로 1시간 30분만에 도착할 수 있다


지난시는 산둥성에 위치한 부성급 도시로 인구가 무려 7백만(2010년 기준)이나 되는 엄청나게 큰 도시이다. 물론 땅이 넓으니 인구도 많겠지,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은 그래도 고작 한 도시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니. 실로 엄청난 규모이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지난도 한국사람에게 너무 유명한 도시인 산둥성의 "칭다오"로 인해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여행자들은 산둥성하면 칭다오 맥주와 양꼬치를 먼저 떠올리고 말아버리니 말이다.

맥주는 역시 칭다오 맥주니까요!!


그런데 중국에서 칭다오 맥주는 왜 생수보다 가격이 싸죠?


하지만 지난은 칭다오에 가려서 숨어 지내기엔 아쉬울 정도로 큰 매력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우리에겐 친숙한 "공자"의 고향이 바로 지난이다. 그러므로 지난은 유교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필자는 어렸을 때 공자와 맹자가 우리나라 사람인 줄 알았었다. 창피하지만.

지난의 도시 곳곳에서 우리는 "공자"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공자"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다. 규모가 역시나 대륙급이다.


또 지난은 도시의 곳곳에 있는 백여 개가 넘는 샘에서 깨끗한 물이 나오고 있어서 "샘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도시를 감싸며 물이 흐르고 있는 커다란 수로가 있고, 그 물든 자연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샘물로 둘러싸여 있다. 흔히들 중국의 베니스를 항저우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두 군데 모두 방문해본 필자가 생각하기엔 오히려 지난이 중국의 베니스는 아닐까 싶다. 뭐 개인의 취향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진에 보이는 기포는 자연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샘물이다

물이라는 건 사람이 살아가는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물이 풍부한 지난에 모여 살기 시작했고 큰 도시를 이루었을 것이다. 커다란 중국 땅에서도 물의 축북을 듬뿍 받은 땅, 그리고 넘쳐나는 물처럼 마음에 넉넉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난. 그 여유로운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행자의 마음에도 어느 순간 그 여유가 옮아 온다.


지난의 옛 건물들은 대부분 목조 건물이었다.


조금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중국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각 지방마다 그렇게 독특하고 다양한 음식이 발달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필자가 발견한 독특한 사실 하나는 지난의 어느 식당이나 술집엘 가도 맥주를 시키면 칭다오 맥주를 주는 것이다. 분명히 지난 만의 맥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그럴까 하는 호기심에 여행에 동행했던 중국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래도 맥주는 역시 칭다오지!"라고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가 자신의 고장의 것이 제일이라고 말하는 가운데 칭다오 맥주를 칭송하던 친구를 보니 역시 지난 사람들은 마음이 넉넉하구나,라고 시원한 칭다오 맥주를 한 잔 마시면서 내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푸근한 샘으로 둘러싸인, 넉넉한 마음의 사람들이 칭다오 맥주를 마시며 살고 있는 지난, 매력적이지 않은가요?



정말로 물이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우리 집 대문을 활짝 열면 바로 앞에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흐른다. 그곳에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따듯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 곳에 살고 싶다. 그곳이 바로 지난이었다.



높은곳에서 내려다본 대명호


지난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명호(大明湖)는 지난시 중심부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표돌천(趵突泉)과 천불산(千佛山)과 함께 지난의 3대 명소 중에 한 곳이며 지난시에서 솟아난 많은 샘물들이 모여 이루어진 호수이다.

지난을 여행하는 내내 대명호를 향해 흘러가는 물줄기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표돌천과 대명호 주변엔 느긋하게 시간을 즐기고 있는 지난 사람들을 쉽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물이 솟아 나오니 가뭄 걱정이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 사람들은 그렇게 여유로움을 담고 살고 있었을까?


집 대문 열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그들의 여유를 좇아 느긋하게 물을 따라 걷다 보면 따스한 풍경들을 만나게 된다.

대문을 열면 흐르는 물이 사람과 나란한 게 물의 골목을 만들어내던 그곳의 풍경들. 그리고 그 물 주변의 물을 닮은 사람들의 여유 있는 삶. 낯선 여행자가 건네는 인사를 따듯하게 받아내고 그것을 다시 돌려주는 넉넉한 마음까지.

물과 가까운 삶은 어떤 삶일까?

수로를 호위하듯 견고히 세워져 있던 커다란 버드나무들이 만들어낸 시원한 그늘 아래서 필자는 여행의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었다.



전통과 현대의 따듯한 조우


도심 한가운데, 전통의 모습을 간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옛 건물의 외관에 현대적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필자에게 지난의 매력을 하나 더 꼽으라면 전통과 현대가 따듯하게 어울려있는 도시의 풍경이었다.

대도시의 상징을 회색빛 빌딩의 풍경이라고 한다면, 지난은 분명 대도시이지만 그 풍경에서 살짝 비켜나가 있다.

전통을 소중히 하고 그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지난 사람들은 자신들이 물려받는 것을 아름답게 지켜나가고 있었다.  

도시의 옛 모습은 무분별한 개발의 그림자에 뒤덮이지 않고 보존되어 있었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지켜가고 있는 사람들. 옛 골목의 정취에선 지켜지고 있는 것과 그것들의 지금의 것들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석류나무가 보이고, 그 석류를 따서 허술해 보이는 바구니에 담아 착한 가격에 팔고 있는 할머니를 만난다. 햇빛을 맞이하기 위해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정겹게 식사를 하고 있는 가족을 만난다.

차가운 물이 흐르는 수로 옆, 나무 벤치에 앉아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이 보이고 얼마 후 기다리는 연인에게 달려오는 남자가 보인다.

따듯하다. 그곳에 엮여있는 모든 풍경과 마음들이 따듯해서 덩달아 나도 따듯해졌다.


옛것이 그저 옛것이 아니라 지금을 만들어준 따듯한 뿌리라고, 지난 사람들은 말하고 있었다.



마음의 멈추었던 순간들


기억에 남는 풍경은, 눈을 감아도 더욱 선명해집니다. 모든 오감이 그곳에 반응하고 그것으로 위로받는 순간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필자는 이 글에 "지난주에 지난에 다녀왔지 난"이라는 소제목을 붙였다.

"지난"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재미도 있지만, 지난이라는 도시가 조금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알지 못했었지만 이제 알아버렸으니 지난은 더 이상 먼 곳이 아니고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었다.


사람이 사는 세상 모든 곳은 다 똑같다, 라는 걸 필자는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경험하였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사랑이 있고, 사랑이 담긴 음식이 있고, 음식을 나누는 따듯한 정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역시 지난에도 있었다.


부족한 여행자와 함께해준 동행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고, 게으르고 더딘 여행자를 어르고 달래 가며 자신들의 소중한 공간과 마음들을 보여주고 나누어주었던 중국 친구들에게는 더더욱 감사한 마음뿐이다.


부족한 글로 다 표현해내지 못한,

여전히 생각나는 지난의 풍경들과 그곳에 넘쳐났던 따듯한 마음들이,

오래도록 남아 오래도록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르치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씁니다.
저서로는 “첫날을 무사했어요” 와 “버텨요, 청춘”이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