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은 무사했어요中]
정든 카파도키아와 이별하고 안타키아로 향하는 심야 버스에 몸을 싣는다.
안타키아에 도착하면 바로 국경 버스를 타고 시리아로 넘어가야지 다짐한다.
내 앞좌석의 갓난애가 울고 있다.
대학에서 전공이 전공인지라 ‘아동 발달의 이해‘, ’ 유아 교육의 이해’, ‘아동 발달과 심리학’등의 여러 과목을 수강한 나는 아이들이 우는 여러가지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다. 또 아이를 달랠 수 있는 여러 가지 효과적인 방법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있었다. 아이와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 버스 안에서 아이의 울음을 불편해하는 사람은 나와 그리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주위 다른 버스 승객들에게 주는 피해 때문에 자신이 대신 미안해하고 있는 아이의 어머니뿐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많이 불편할 텐데도 다른 승객들은 아이 쪽으로 전혀 시선을 주지 않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한다.
어떤 이는 약한 빛 아래서 신문을 읽고, 어떤 이들은 옆 좌석 사람과 조용히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어떤 이는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원래 신경이 무딘 건지, 아니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 어머니의 미안함을 덜어주려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귀마개를 하고 있는 건지. 이들의 여유로움과 따뜻함이 조금은 부러웠다.
결국 나는 이들의 따뜻함과 여유로움을 흉내 내느라 새벽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른 아침에 버스는 나를 안타키아에 내려줬다. 잠에서 막 깨어난 몽롱함을 이겨내고자 버스에서 내려 기지개를 켠다. 내가 한참 여러 버스회사의 호객꾼들과 가격을 흥정하고 있을 무렵 한 남자가 다가온다. 자신의 차를 이용하면 더 편하게, 더 싼 가격으로 시리아로 데려다 주겠단다. 귀가 솔깃해진다. 아무래도 버스보다는 승용차가 편하리라. 거기다 가격도 버스보다 더 싸다고 하니 나는 바로 그 남자를 따라갔다.
남자를 따라가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승용차 트렁크에 내 짐을 실었다. 난 당연히 바로 출발할 줄 알았는데 남자가 2명의 손님을 더 태워야 한단다. 생각해보면 나한명만 태워 서가는 건 수지가 안 맞는 장사다. 오늘 안에 시리아에 도착하기만 하면 되는 나는 알겠다고 하고는, 다시 손님을 구하기 위해 호객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질 터미널로 향하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정말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을 한 번바라보고는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문득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내가 저 남자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것이 무엇일까? 그렇다면 저 사람은? 매번 힘겹게 손님들을 구하고, 힘겹게 국경을 넘으며 끊임없이 손님을 실어 나르는 삶. 어떤 날은 손님을 한 명도 구하지 못해서 허탕을 치는 날도 있을 것이고, 어떤 날은 버스 회사의 호객꾼들과 싸움도 할 것이며, 어떤 날은 낡은 차가 중간에 고장이 나서 어쩔 줄 몰라하며, 짧은 영어로 손님들의 불평불만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저 남자의 노동을 가볍게 보지는 못할 것이다.
언제나 조심스레 눈치를 보며 손님을 찾아야 하는 그의 눈이 떳떳하지 못할지라도, 한 번도 당당하게 호객꾼들과 맞설 수 없는 그의 입장이 난처할지라도, 그의 노동으로 그의 가정은 밥을 먹고, 그의 자녀는 교육을 받을 것이다.
무언가 보살펴야 하는 그의 노동은 그 모습이 어떠하든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 중 하나일 게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 중 하나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