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그건 바로 지금이다.

by 꼬메뜨

어디에선가 나태주 시인이 생각하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대해서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질병', '실패', '여행', '독서'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실패, 질병은 위험하지만, 여행, 독서는 안전하기에, 가능하면 여행과 독서를 통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으면 좋을 것이라는 조언도 함께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워킹 홀리데이로 온 것이 지금까지의 인생 중에 가장 큰 터닝포인트였다. 워킹 홀리데이라는 '여행'을 통해서 나의 인생이 정말 크게 바뀌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주말, 밤, 공휴일은 추가로 일하는 날이었다. 낮에는 공부를 하고, 밤에는 바텐더로 일하고, 바에서 쉬는 날이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아서 또 일하고. 친구를 만나 하소연을 하거나, 괴로움에 술을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드라마 같은 일들은 없었다. 일단 먹고살아야 하고, 이라도 아파서 병원에 가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런 나날들이 내가 기억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의 생활이었다.


그때 가장 원했던 삶이 '보통의 삶'이 아니었나 싶다. 주중에 아침에 일을 나가서, 오후에는 퇴근을 하고, 주말에는 쉴 수 있는 삶이 내가 원했던 일상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중에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본어 공부를 하고, 또 막무가내로 직접 가 보았다. 만 24살이었다. 나중에 서른 살이 지나고 나서 그때의 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을 때 정말 무모한 결정이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는 사람은 한국에서 유학생으로 만난 일본인 친구 한 명뿐이었다. 그렇다고 그 친구 집 가까이에서 사는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용기였던 걸까.


당시에는 일본어 회화가 조금은 되는 상태이니 주방에서 설거지 하는 아르바이트라도 하게 된다면 1년은 버티면서 살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아주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그걸 잘 잡았다. 운이 좋았던 것이다.


일본에 온 후, 나는 내가 원했던 '보통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평일에는 9시부터 18시까지 일하고 나서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거나 쉬기도 하고, 주말에는 온전히 쉬었다. 돈이 좀 모였을 때부터 여행을 다녀보기도 하고, 새로운 공부를 해서 전직도 해 보고. 한국에서는 상상만 해 봤던 '보통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일본에 오는 게 내 인생에서 첫 번째 터닝 포인트였다면, 이번 달로 12년 다니던 일본 회사를 '퇴사'하는 일 역시 나에게는 큰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다.


살아가다 보니, 결혼과 출산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인생의 이벤트로 인해서 다시 한번 많은 생각이 바뀌었다. 회사를 다녀야 돈을 벌 수 있지만, 정작 회사 일 때문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졌다. 아이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건지, 회사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운 시간이 있었다. 그렇다고 회사 일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돈을 버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계획을 실천하는 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에 꼭 완성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에 나는 '퇴사'라는 계획을 실천할 수 있었다.


나태주 시인님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 목록 중에서 '퇴사'는 뭐가 될까. 질병이나 실패는 아니다, 독서도 아니다. 결국엔 '여행'이라는 단어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퇴사'라는 여행을 위해서 나는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보육원에 입소하는 그 순간부터 계획을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퇴사'와 함께 '자영업', '작가'라는 여행을 새로 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실천 중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 두려움도 있지만, 기대감도 있다.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곤 하지만, 잘 될 수 있을까. 5년 후,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추억하면서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인생은 유턴이 아니다. 그냥 계속 가는 거다. 새 길을 내면서 나아가는 것.

나아가자. 내가 원하는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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