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에서 10km를 달리며 생각한 것들
일본에서 1월 1일을 맞이하게 된다면, 아침에 텔레비전을 한 번 켜보면 좋다. 신년 특집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이 달리고 있을 것이다. 이 나라는 새해 첫날부터 마라톤을 한다. 그리고 또, 그 마라톤을 오래 바라본다.
왜 이렇게까지 뛰는 걸 좋아할까. 도쿄에서 황궁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안다. 어느 시간에 가도, 계절이 바뀌어도, 늘 누군가는 달리고 있다. 황궁을 도는 ‘고쿄런’은 운동이 아니라 풍경에 가깝다. 숨을 고르는 사람들, 이어폰을 낀 사람들, 말없이 같은 속도로 도는 사람들. 그 풍경 속에 서 있으면 문득 생각하게 된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꾸준히 달릴까.
도쿄 마라톤은 참가하고 싶다고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추첨으로만 참가자가 정해지고, 몇 년을 연속으로 신청해도 한 번 당첨되면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도쿄 마라톤 말고도, 일본에는 마라톤 대회가 정말 많다. 거의 모든 도시가, 각자의 코스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신주쿠구로 이사한 뒤, 회사에서 함께 고쿄런을 하던 동료가 신주쿠 마라톤을 추천해줬다.
여름에 신청했고, 겨울인 1월 25일, 나는 신주쿠 시티 하프 마라톤의 10km 코스에 섰다. 하프는 무리였다. 12년 전, 나고야에서 10km를 뛴 적이 있지만 그 사이에 아이를 둘이나 낳았고 이제는 예전의 몸이 아니다. 그래서 다시, 같은 거리로 돌아왔다. 그때의 나를 흉내 내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확인하고 싶었다.
1월의 마라톤은 생각보다 훨씬 추웠다. 출발 전, 국립경기장 그늘에서 오래 대기하며 몸이 빠르게 식어가는 걸 느꼈다. 사람들은 모두 제자리에서 뛰며 체온을 붙잡고 있었다.
출발 후, 신주쿠의 도로가 잠시 나에게 내어졌다. 은행나무가 늘어선 아오야마 거리, 메이지 신궁 외원, 가구라자카의 오르막과 내리막. 평소라면 천천히 걷거나 구경하던 길을 숨이 찬 채로 지나쳤다.
처음 5km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6km를 지나며 몸이 정직해졌다. 무릎과 발목이 먼저 반응했고 나는 몇 번이고 속도를 늦췄다.
기록은 애초에 목표가 아니었다. 쉬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 그것만을 생각했다.
마지막 1km. 이 정도는, 다 뛰자.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달렸고 신기하게도, 그 구간만은 멈추지 않았다. 아마 이게, 마음이 몸을 데려가는 순간일 것이다.
결승선을 넘고 천천히 몸을 식히며 음료를 받았다. 남편과 아이들은 오지 않았다. 아이들 점심시간이었고, 그 시간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오후에 열린 어린이 경기를 함께 봤다.
트랙을 빠르게 도는 고학년 아이들을 보며 첫째 아들이 말했다.
“다음엔 나도 나가고 싶어.”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오늘 내가 달린 10km는 어쩌면 나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라 아이에게 건네진 하나의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