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에 머물다 내 곁에 오는 걸까. 나를 떠나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새벽에 나간 그는 내가 일을 끝내고 돌아온 시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배는 고팠지만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식탁 위에 먹다 남긴 빵을 조금 떼어 씹다 뱉어 버렸다. 어디에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온통 그런 생각으로 가득한 머리를 찬 물로 가득 찬 욕조에 담갔다. 추웠다. 그를 업고 그에게 농담을 건네고 싶었다. 왜 이렇게 말랐냐고, 살 좀 찌워야겠다고 하며 야윈 허벅지는 좋지 않다고, 그런 농담을 하며 그와 걷고 싶었다.
"감기 걸리잖아."
고개를 들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욕조의 물과 눈물이 섞여 말을 건네는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다가온 두 손은 머리카락을 넘겨주었고 그는 소매 끝으로 얼굴을 닦아 주었다.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이 있었냐고. 그는 말간 눈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욕실 앞엔 장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그가 내게로 걸어오자 장바구니가 넘어져 펜네와 토마토소스, 버섯, 양파, 오렌지가 쏟아져 굴러다녔다.
그의 소매 끝을 잡고 끌어당겼다. 굴러다니는 오렌지처럼 그도 중심을 잃고 내 품으로 들어왔다.
"아무 일도 없었어.... 아무 일도 없었어."
그는 나를 안고 내 등을 쓸었다. 추운 거리를 헤매었을 그의 손은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차가운 물속에 담긴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있었다. 그가 돌아오면 시간은 제 자리를 찾아 흘러가고 쏟아진 것들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나는 나로 돌아가고 그는 그대로 있다. 나의 입술은 그의 작고 통통한 입술 위에 한참 머무르다 그 안으로 파고든다. 어린아이처럼 보채는 나를 받아주는 쪽은 언제나 그 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의 허리를 안고 가슴에 키스하며 욕조 속으로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