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ghborhood

by 제인

'탁... 떼구루루... 탁... 다다다... 탁탁....' "좀 심한 거 아니야?" "어젠 여자 우는 소리도 들렸어. 오후엔 남자가 계속 토하는 거야." "어제는 밤새 청소하는 것 같던데? 항상 새벽에 세탁기를 돌리거나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 같더라고." "그 집 애는 정말 밤낮이 없나 봐. 새벽에 뛰어다니다가 여자한테 혼나거나 오후 내내 구슬을 떨어뜨리고 놀거나." "남자가 아픈 거 아닐까? 여자가 일하고 밤늦게 들어와서 새벽에 밀린 일을 할 수도 있고." '탁... 떼구루루... 탁.... 다다다다... 탁.... 떼구루루' "저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어. 올라가서 물어보고 싶어." "종일 저러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정말 윗집 일지 어떻게 알아?" "정말 가까이에서 들리는 걸? 그 구슬 굴러가는 소리 책상 바로 위에서 나." "애가 있긴 있나 봐. 어른이 그렇게 뛰진 않을 텐데." "집집마다 사연도 많을 테지." 대화는 또 그렇게 끝이 났다. 집집마다 사연이 있을 거라고. 부부가 싸우는 것도 아이가 우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끝이다. 몇 달 전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음에도 남의 집 일이라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집의 문을 열어보지 않는 이상 눈이 시퍼런 여자도 학대받은 아이를 마주 할 일은 없는 것이다. 몸이 아파 매일 구토를 하는 남자는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부분일지도 모른다. "자기 없을 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이상하게도 집 안에서 만들어지는 소리 있잖아. 걸어놓은 옷이 떨어진다거나 식기 건조대에서 그릇이 떨어진다거나 옷장에서 뿌직 하는 소리가 날 때도 있고. 누군가 걸어 다니는 듯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혼자가 아닐 땐 그런 소리들에 민감해지지 않는데." "혼자 있을 땐 평소엔 들리지 않던 것들도 들려." "위층 말이야. 오늘은 조용하던데? 생각해봤는데,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뭘?" "그런 거 있잖아. 자주 체하는 사람에게 구토하는 건 일상적일 수도 있는 문제니까 그게 큰 병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 수 있잖아. 정말 난리 날 듯 싸우는 건, 너랑 나도 마찬가지잖아. 한 번 싸울 때 크게 싸우는 집도 있을 테고 말이야. 아이 문제도 그래. 시끄럽게 뛸 수도 있는 거고 구슬 떨어뜨리기 놀이를 하다 혼날 수도 있는 거잖아?" "괜한 착각이라는 거야?" "생각해 보니까 그렇더라고. 뭐든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걸 파헤쳐 보고 싶잖아. 그런데 그 모든 게 오해의 연속이라고 믿고 있다면 진실은 어디로 간 거지?" "어이없네, 어떻게 거기까지 생각한 거야?" 나는 화가 났다. 진실은 어디로 간 거냐는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생각한 진실은 그런 게 아니었으니. 위층에 올라가 물어볼 수도 있는 문제였다. 구슬 떨어뜨리는 소리가 신경 쓰이니 주의를 주었으면 한다고 말해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막상 그 집의 문이 열리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겁이 났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진실에 맞설 자신이 없어서다. 새벽 세시. 잠이 들려는 순간, 위층의 샤워기 소리에 눈이 떠졌다. 곧이어 들리는 싱크대 물소리와 청소기 소리. 눈을 감았다. 적어도 구슬 떨어뜨리는 소리는 새벽에 들리지 않으니 그걸로 만족했다. 오후 세시엔 아이의 구슬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내 머릿속에 색색의 구슬들이 흩어져 있는 것처럼 아이는 다다다닥, 작은 발로 구슬을 주으러 다닐 테지. 내가 눈을 뜨면 보이는 천장 위엔 아이가 살고 새벽에만 바빠지는 아이의 엄마나, 부모가 있을 테지. 신경을 쓰지 않는 순간 집 안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얼마 후 이사를 간 건지 누군가 민원을 넣은 건지 소음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아이의 구슬 소리와 새벽의 소음은 들리지 않게 되어 다행이었지만 왠지 모를 마음에 나는 자꾸만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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