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서지 않는 마음_프롤로그
고백하자면, 내가 지난 몇 년간 배운 일의 대부분은 ‘물러서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내 손으로 창업한 회사를 나오고, 여러 의미로 독립을 하게 되고, 말로 설명하기도 버거운 여러 문제들을 겪는 동안 내가 늘 고민해야 했던 건 ‘어떻게 잘 물러설 수 있는가’ 하는 것 뿐이었다. 물러섬의 주제는 대체로 이런 것들이었다.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빠지는 법, 날 세우는 상대와의 다툼을 피하는 법, 누군가의 욕’망’을 인정하고 그 욕망과 충돌하는 내 욕’심’을 순순히 접는 법 등등.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그건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내 뜻과 관계없이 문제를 마음대로 규정하고 그 답까지 내려줄 사람들이 주변에 널리고 또 널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늘 내게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포기해”, “그건 네 능력 밖의 일이야”,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 매번 그들의 말을 귀기울여 들은 건 아니었지만, 나는 대체로 그들이 가라고 하는 길을 따랐던 것 같다. 그건 아마 그리하는 편이 몸 편하고 마음 편하다는 걸, 나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사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물러서지 않는 마음이나 소신껏 살아가는 용기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런 건 내 삶에 불편이나 장애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적당히 편하고, 즐겁고, 인정받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와는 정반대의 마음이 필요하다. 더 큰 어려움을 겪기 전에 적당히 포기할 줄 아는 마음, 내 소신과 고집은 고이 접어두고 세상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아갈 줄 아는 마음, 모두가 “가야한다”고 말하는 길을 의심하지 않고 따르는 마음 같은 거 말이다.
문제는 그런 ‘타협하는’ 마음으로 잘 살다가도 울컥울컥 다른 감정, 다른 마음이 밀려온다는 데에 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선택할 용기, 모두가 아니라고 말해도 고집스럽게 밀고 나아가려는 열의 같은 거 말이다. 아, 물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마음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하자면, 자신의 인생에서 그런 마음을 지켜낸 사람들의 삶과 사상을 만나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우리는 흔히 그들을 ‘철학자’라고 부른다. 사실 철학자라는, 꽤 거창해 보이는 단어의 이면에는 불완전한 인간이 있다. 이들 역시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와 똑같이 실수하고, 불안해하며, 후회하고, 아파했다. 다만 꼭 필요한 순간, 그들은 우리와 달리 용기를 발휘하여 물러서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그들 역시 그 용기를 매번 발휘하지는 못했겠지만 말이다.
대단한 철학자들조차 매번 훌륭하지 못했으므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거나 평생 남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만큼의 충분한 용기를 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친 당신이 이 정도 기대는 해주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삶에 위기가 찾아온 순간, 전보다 조금은 더 넓은 시야와 냉정한 자세로 그 문제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말이다. 그리고 만약, 당신 삶에 그런 변화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저자인 내 입장에서는 더 없는 기쁨이 될 거다.
이 책이 나온 뒤, 아마 내 삶은 어떤 형태로든 조금 변화할 것 같다. 나는 그 변화가 그동안 내가 경험한 것과는 다른, 조금은 긍정적인 방향을 향해 가길 바라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당신의 삶 역시 그리 변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