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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Dec 04. 2019

동굴의 비유로 배우는 플라톤의 이데아론

원전으로 배우는 철학 유치원


동굴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갇힌 사람들이 있죠. 그들은 사슬에 묶인 채 평생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머리마저 고정되어 동굴의 벽멱 말고는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상황이죠. 그들 뒤로는 불이 있으며, 불과 그들 사이에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며 그림자를 동굴의 벽면에 드리웁니다. 몇몇은 동물의 모형을 운반하며 그림자를 만들기도 하죠. 결국 이들은 이 그림자가 실재라고 믿게 됩니다. 이보다 나은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러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잠시 풀려나게 됩니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레 동굴의 반대편을 향하죠. 처음엔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조금씩 환한 빛에 적응하게 됩니다. 그는 곧 태양빛 가득한 동굴 밖까지 발걸음을 옮기고, 그곳에서 자신이 실재라고 믿었던 것들이 고작 그림자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다시 동굴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지만 더 이상 어둠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친구들은 그가 불쌍하기만 합니다. 동굴 밖을 다녀온 뒤로 시력이 떨어진 데다 엉뚱한 소리마저 지껄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그가 아무리 ‘진짜를 보았다’고 외쳐도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의 친구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들이 바라보고 있는 그림자에 만족하며 평생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죠. 



위의 이야기는 플라톤, 다시 말해 서양철학의 토대를 만든 것으로 평가받는 철학자의 책 <국가>에 나오는 예입니다. ‘동굴의 비유’라 불리는 이 이야기는 플라톤이 이해한 인간이 처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데요. 그가 보기에 대부분의 인간은 단순한 현상들, 즉 동굴의 벽면에 비친 그림자만으로도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반면 철학자들은 진리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실재에 관한 지식을 추구하죠. 다시 말해, 동굴 밖으로 나가 ‘이데아’를 향해 나아가는 겁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데아란 무엇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하나의 사례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의자가 존재합니다. 어떤 것은 나무로 된 것이며, 또 어떤 것은 푹신푹신한 쿠션으로 만들어져 있죠. 1인용도 있으며,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의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의자’라고 불리는 무언가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공유하는 것이 바로 이상적인 의자와의 관계, 즉 의자 ‘이데아’와의 관계입니다. 플라톤이 보기에 이데아는 실제로 존재하며, 그곳의 의자야말로 ‘진정한’ 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의자들은 이데아의 불완전한 복사물에 불과하죠.



우리는 의자의 이데아로부터만 의자에 대한 진정한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실의 의자에 대한 정보는 무엇이든 견해에 불과할 뿐 지식은 되지 못합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과 달리, 이데아의 세계는 시간을 초월하며 불변합니다. 철학자들은 지혜에 대한 사람을 바탕으로, 이데아계에 접근하고 사유를 통해 지식의 가능성을 얻게 되죠.


재밌는 점은 이데아가 개별 사물뿐만 아니라 정의正義나 선善 같은 추상적 개념에도 적용된다는 겁니다. 특히 선의 이데아는 궁극적인 이데아이자 모든 철학적 탐구의 목표라고 할 수 있죠. 플라톤은 선의 이데아를 태양에 비유하여 설명합니다. 그는 태양이 우리가 보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며, 성장의 근원이 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플라톤은 선의 이데아가 마치 태양처럼 마음의 눈을 통해 실재의 본성을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합니다. 선이라는 빛이 있기에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그는 우리가 이성을 토대로 이데아를 발견하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불완전한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완벽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목표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임에 분명합니다. 게다가 그는 이런 고민을 선행한 철학자들이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하지만 보다 높은 이상과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그의 목표가 분명 인간 문명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철학을 향한 그의 열정이 보다 높은 이성을 향해 나아가는 초석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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