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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Dec 06. 2019

장 자크 루소, <에밀>로 근대 교육의 문을 열다

원전으로 배우는 철학 유치원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 음악가인 장 자크 루소는 1762년 자신의 대표적인 책 두 권을 출간합니다. 바로 근대 정치사상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책 <사회계약론>과 오늘 소개할 교육학의 고전 <에밀>입니다.

<에밀>의 원제는 ‘에밀, 교육에 대하여’입니다. 그는 서문을 통해 ‘어느 착한 어머니의 요청과 권유’에 의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사실 교육에 대한 그의 관심은 오래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교육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특히 귀족 부모들은 자신의 삶을 즐기기 위해 자식에 대한 의무를 게을리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아이들을 수도원이나 수녀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대표적이었죠. 그런 곳은 사실 교육기관이라기보다 감금 장소에 가까웠습니다. 루소는 자유롭게 자라야할 아이들에게 가혹한 규율을 강제하는 것은, 인간성을 결여된 인간으로 만들고 결국에는 인성을 파괴하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다시 사회의 관습을 익히게 됩니다. 즉, 어린 시절에는 아이로 살지 못하고, 청년 시절에는 청년으로 살지 못하게 되는 거죠. 이는 결국 자신에게서 이탈하는 교육, 진정한 얼굴에 가면을 씌우는 교육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루소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았을까요? 그의 처방은 분명합니다. 아이를 아이답게 클 수 있게 하는 것이 그것이죠. 루소에 따르면 아이에게는 자연이 부여한 발달 순서가 있고, 각 시기에 적합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루소에 따르면, 아이에게는 전적으로 육체만 발육하는 시기와 감관이 발달하는 시기, 지적인 능력이 눈을 뜨는 시기, 이성과 감수성이 생겨나는 시기, 도덕적인 감정이 이해되어야 하는 시기 등 각 시기에 계발되고 발달되어야 할 고유의 능력이 있습니다. 


물론 루소는 그 시기마다 교육의 목표와 방법도 달라야 한다고 보았는데요. 그러한 능력들이 순서에 따라 계발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교육이 아이에게 역기능으로 작용해 성장을 방해하며, 결국 심성을 파괴하고 만다고 생각했죠.


루소가 보기에 아이에게 유일한 안내자는 그 성장 질서가 내재되어 있는 자연이어야 합니다. 더불어 만약 아이를 가르치는 교육자가 꼭 필요다면, 그는 자연의 대리인 이상이어서는 안 되죠. 자연의 대리인 역할을 맡은 교육자는 아이가 자연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아이를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루소에게 자연이란 질서의 근원을 말합니다. 따라서 자연에서 벗어나면 무질서가 되죠. 만물은 자연의 질서에 따라 존재해야 합니다. 아이를 아이로 다루는 것, 시기에 적합한 교육을 하는 것이 곧 자연이 부여한 질서에 따르는 일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질서를 사랑하는 타고난 선함을 유지하여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일입니다.


그는 아이들을 자연인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네 가지의 격률을 제시합니다.

하나. 자연이 부여한 모든 힘을 어린이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
둘. 신체적 필요는 물론, 지성과 능력에 관해 어린이를 돕고 보충해 줄 것.
셋. 자연 상태에서 제멋대로의 행동은 생겨나지 않는다. 실제로 필요한 것에 한해서만 어린이를 도울 것.
넷. 어린이를 주의 깊게 연구해 어린이에게서 자연에서 직접 생겨난 것과 억측에서 생겨난 것을 구분할 것.


그리고 이 같은 법칙의 정신으로


어린이에게 진실된 자유는 부여하되, 지배력은 부여하지 않으며, 될 수 있는 한 자기 스스로 모든 일을 하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구하지 않도록 할 것


을 내세웠죠.


루소의 <에밀>은 출간 즉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죠. 자신이 원하던 가정교사직을 얻었으나 말 안 듣는 아이들을 견뎌내지 못한, 그리고 생활고 끝에 다섯 아이를 모두 고아원에 보내고 끝내 찾지 못한 루소의 개인사에 대한 비판이 다수였죠. 하지만 그의 책은 당대, 그리고 이후의 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간다운 삶과 바람직한 교육에 대한 루소의 ‘진심’이 결국은 전해졌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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