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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Dec 11. 2019

고전에서 배우는 '말 잘 하는' 5가지 방법

책에서 찾은 인문학의 지혜


우리는 늘 말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합니다. 유명한 연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중요한 자리에서 떨지 않고 말하고 싶고, 멋진 말로 사람을 설득하고 싶죠. 하지만 노력해도 이 목표는 늘 제자리임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쩌면 목표를 낮춰 ‘차라리 말실수라도 하지 않았으면’하는 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일지도 모르죠.

말이 늘 어려운 이유를 우리는 고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와 그의 학문적 동지였던 여동래가 쓴 책 <근사록>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담겨 있습니다. 


마음이 안정되어 있으면 그 말이 신중하고 여유가 있다.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못하면 그말이 가볍고 급하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결국 그 근원은 마음입니다. 평상시 말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은 마음에서 비롯되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말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고전연구가인 조윤제 작가는 자신의 책 <우아한 승부사>를 통해 고전에서 배울 수 있는 말 잘하는 가르침을 소개합니다.


1.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過猶不及)

우선 첫 번째 가르침은 균형을 맞추라는 것입니다. 중용은 균형 잡힌 삶을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죠. 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고자 하는 말을 잘 하는 능력,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거르는 능력. 이것이 곧 말의 핵심이죠. 특히 요즘과 같은 감정 과잉, 말의 과잉 시대에는 지나침으로 인해 말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나 자신을 드러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부심과 겸손함이 적절해야 하죠. 자부심이 지나치면 자만으로 느껴지고, 겸손함이 지나치면 자신감이 없어보이게 마련입니다. 겸손한 가운데 당당한 자신도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중용, 즉 내면의 단단함에서 얻을 수 있죠.




2.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것에서부터 미루어 생각한다.”(切問近思)

두 번째는 상대방의 생각을 물으라는 것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빚어지는 오해와 갈등은 주로 상대의 생각을 지레짐작함으로써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마치 독심술사가 된 것처럼 상대의 생각을 예측하고 행동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는 심각한 소통의 부재로 귀결됩니다. 상대의 표정만 보고 ‘나에게 불만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내 생각을 마음에 쏙 들어하고 있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적절한 질문과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질문은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도 적용됩니다. 다시 말해,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짐으로써 충실하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한다면 타인이 말하고 싶은 사람, 내 주관을 뚜렷하게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3. “담력은 크고 마음은 작아야 하며, 지혜는 둥글고 행동은 모나야 한다.”(膽大心小 智圓行方)

세 번째는 세심하게 관찰하라는 것입니다. 담대하되 세심함을 잃지 말라는 손사막의 말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올바른 삶의 도리를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세상의 지식을 폭넓게 공부하고 받아들이되 인을 바탕으로 예의만큼은 바르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꿈과 이상을 이루기 위해 담대하게 결단해야 하지만, 주위를 향한 세심한 배려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삶의 도리를 옛 학자들은 문장을 짓는 지혜로 차용했습니다. 문장을 쓸 때는 담대함과 세심함을 갖춰야 하고, 폭넓은 지식과 단정한 문체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죠. 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위나 권세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밝히며, 상대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잊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죠.


4. “말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그것을 실천하기는 어렵다.”(其言之不怍則爲之也難)

네 번째는 믿음을 주라는 것입니다. 믿음은 모든 일의 핵심입니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공약을 지켜야 하고, 회사의 대표는 직원들이 그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하죠. 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함부로 하는 사람, 말만 늘어놓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사람, 큰소리치며 자신을 과시하기에 급급한 사람은 결코 사람들의 믿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반면 항상 실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은 함부로 말하지 않습니다. 한 번 말한 것은 꼭 지켜야 하기에 쉽게 말할수 없고 약속을 남발할 수도 없기 때문이죠. 믿음은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습니다. 뭔가 크고 대단한 일을 해서 생겨나는 것도 아니죠. 일상의 삶에서 꾸준히 신뢰감 있게 행동하고 약속을 지켜감으로써 자신의 말에 차츰 무게를 더해가야 합니다.


5. “군자는 상대방의 장점은 키워주고 단점은 막아주는 사람이다. 소인은 그 반대다.”(君子 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 反是)

마지막 다섯 번째는 상대를 존중하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품격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마음속으로 세속적인 것을 바라는 사람도 겉으로는 품격 있게 보이기를 원하죠. 이러한 품격의 핵심은 ‘존중’입니다. 내 삶의 의미를 인식하고 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나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품격을 높이는 첫 걸음입니다. 내 삶을 소중히 하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함부로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품격의 완성입니다. 진정한 존중이란 그의 장점과 함께 단점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입니다. 장점은 자랑해주고 단점은 막아주는 것이지요.


흔히 말은 돌고돌아 나에게 돌아 나에게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단점을 찌르면 그 말은 단검으로 나에게 돌아옵니다. 반면 누군가의 장점을 말하면 그 말은 향기로 나에게 돌아오죠. 나를 존중하고 남을 존중하는 것, 이것이 결국 나의 품격이 되고 모두의 품격이 되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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