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고 잔게 벌써 반년정도 됐다
이렇게 약을 오래 먹어도 되냐니까
의사는 별 상관은 없단다
저번주에 병원을 못 가서 약을 못 탔는데
약을 안 먹고자서 선잠을 잤다
짧은 사이에 꿈을 꿨는데
인류가 멸망하는 꿈이었다
그건 마치 절벽과 나무의 승리같았고
평화롭고 관조적으로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왜 멸망하는지 설명할 순 없었다
스스로를 스스로가 매듭지을 순 없다
누구도 자기자신을 설명할 언어를
자기 안에 모두 가지고 있진 않다
외부세계는 존재 여부를 떠나
최소한 가정되어야 한다
모래상자 안의 개미가 상자밖으로 기어나오듯
몇 년을 더 살진 몰라도
동료들을 위로하는 거짓 편지를 쓴다
우리는 멸망의 원인에 거의 근접했던 거 같다고
절벽과 나무에게는 미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