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 이 친구야

Chapter 20. 그래도 다시 써. 넌 작가잖아.

by 유혜성


Chapter 20. 그래도 다시 써. 넌 작가잖아.


삶을 던졌지만, 결국 다시 펜을 잡은

나의 이름을 되찾는 이야기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글로 먹고살았고, 글로 울고 웃었고,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글이 한 편도 쓸모없다고 느껴졌다.

스스로 판단해 휴지통에 던져버린 글, 그리고 나 자신.


그 후로 나는 글을 쓰지 않았다.

적어도 겉으로는.


하지만 사실은… 나는 몰래,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글들을 쓰고 있었다.

어디에도 발표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문장을 쓰고, 마음을 기록하고 있었다.

다만 그 글들이 ‘작품’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다 나는 필라테스를 만났다.

전혀 다른 직업의 길로 들어섰다.

몸을 쓰는 일, 사람을 마주하는 일.

전혀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지만, 돌이켜보면 그것도 결국 같았다.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모든 시간은

결국 ‘글을 쓰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에버유’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처음엔 내가 만든 상호명이었지만, 지금은 그 이름이 나를 대신 말해주는 또 하나의 얼굴이 되었다.

새로운 역할에 익숙해질 무렵, 문득 내가 원래 누구였는지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나의 이름, 나의 정체성을 잠시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때, 친구가 내게 말했다.


“정신 차려, 이 친구야.

넌 작가잖아.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도 그랬고.

넌 항상 감동적인 글을 썼어.

SNS에서도, 생일 카드에서도.

넌 숨지 말고 나와야 해.

넌 더 잘 될 수 있는 작가야.”


그 말이 가슴 깊은 곳을 울렸다.

나는 단 한 번도 펜을 완전히 놓은 적이 없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했을 뿐.

누군가에게 보여줄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쓰고 있었고,

다시, 진심으로, 내 이름으로 써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강제 멈춤의 시기.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던 나는, 멈춰야 했다.

그건 나의 선택이 아니었다.

정부의 명령으로, 사회의 통제로.

모든 레슨이 중단되었고,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때 생각했다.


“나는 이제 뭘 하지?”


깊은 허무함 속에서, 나는 다시 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글쓰기는 내가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준 ‘마음의 기술’이었다는 것을.


몸은 필라테스로 단단히 지탱했고,

정신은 글쓰기로 중심을 잡았다.

몸의 근육과 마음의 근육, 그 둘이 함께였기에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제 나는 다시 펜을 들었다.

숨지 않고, 나의 이름으로 쓴다.

그것이 작가로서, 그리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길이니까.


나는 다시 쓰고 있다.

이전보다 더 깊고 단단한 문장을, 더 솔직하고 담백한 나의 언어로.


에필로그: 다시, 나의 이름으로


한때, 모든 것이 멈춘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순간에도

단 한 가지, 글쓰기만은 멈춘 적이 없었다.


글은 내 안의 등불이었다.

세상이 흔들리고,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도

그 조용한 불빛은 나를 지켜주었다.

어둠 속에서도 내가 나를 잃지 않도록

그 작은 불씨는 결코 꺼지지 않았다.


필라테스는 내 몸을 붙잡아주었고,

글쓰기는 내 정신을 곧게 세워주었다.

몸과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 둘이 나를 동시에 지탱해 주었다.


나는 결국 다시 펜을 들었다.

더는 숨지 않는다.

이제는 내 이름으로 쓴다.

어떤 타인의 기준도 아닌,

온전히 나의 리듬으로, 나의 언어로.


우리는 누구나 자기 인생의 작가다.

때로는 멈추고, 포기하고,

페이지를 찢어버리고 싶은 순간이 온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 써야 한다.

그것이 나를 구하는 길이니까.


내가 다시 쓰게 된 건

누군가의 진심 어린 쓴소리 덕분이었다.


“정신 차려, 이 친구야.

넌 작가잖아.

그러니, 다시 써.”


그 말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불씨처럼 살아 있다.

내가 다시 펜을 들 수 있게 해 준, 가장 따뜻하고 진심 어린 응원.


이제 나는

필라테스를 하며 몸의 근육을 만들고,

글을 쓰며 마음의 근육을 세운다.

오늘도 그렇게,

나는 내 이름으로 조금씩 빛나는 중이다.


그리고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지금

슬럼프의 한가운데에 있다면,

잠시 멈춘 채 길을 잃었다고 느낀다면

내가 들었던 그 말을

이제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다.


“정신 차려, 이 친구야.”

당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당신이라는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 첫 문장일지도 모른다.



To. 독자님들께

<정신 차려, 이 친구야>는
사실 제가 제일 먼저 저한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어요.

그 말을 스스로에게 자주 건네다 보니

조금씩 마음이 흔들릴 때,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었어요.


이 글을 읽으며 여러분도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말 걸어봤기를 바라요.

“정신 차려, 이 친구야”

그 한마디에 생각보다 많은 힘이 숨어 있으니까요.


삶이 복잡하게 엉킬 때,

이 말을 떠올려 주세요.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아무도 내 편 같지 않을 때,

당신이 당신의 편이 되어주는 것.

그게 시작이에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말을 언젠가 스스로에게

가장 친근하게, 가장 단단하게 건네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응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깨달음으로 빛나기 시작하니까요.


이제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조금 더 숨을 고르고, 조금 더 내 마음을 돌보는

다음 이야기 <필라테스 힐러>로 바로 이어갑니다.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From. 유혜성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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