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게 사는 법, 그 이후의 이야기

부록 | 밤에 도착한 한 통의 메일

by 유혜성

부록 | 밤에 도착한 한 통의 메일


책을 연재하던 어느 밤,

브런치스토리의 댓글 한 줄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작가님, 요즘 제게 무너지지 않게 사는 법이 절실해요.”


며칠 뒤, 그 독자에게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메일의 첫 문장은 이랬다.


“안녕하세요 혜성 작가님,

댓글을 남겼다가 이렇게 마음이 깊어져

메일로도 몇 자 남깁니다 :)”


그녀의 이름은 아름.(@조아름)

아름님은 8년간 여행업에 종사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업계로 이직해 다시 5년을 버텨온 사람이었다.

회사 CI 변경, 온라인 사업 이행, 언론 홍보, SNS 운영까지

무엇 하나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첫 승진의 문턱에서 뜻하지 않게 좌절을 겪고,

결혼과 임신, 출산으로 이어지며 또다시 경력의 단절을 맞았다.


그녀의 말에는 담담한 웃음 뒤로

조용히 삭은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


“새로운 직종으로 인정받고 들어왔는데

5년째 대리예요. 사회에서 대리만 10년째랍니다.

그래도 이 회사에서 사랑을 만나 아기도 얻었으니 후회는 없어요.”


그녀는 힘겹게 출산을 마치고

지금은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불안이 찾아왔다.

아이와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은 마음과

복직에 대한 걱정이 뒤섞인,

모든 엄마들이 한 번쯤 서 본 그 길목에 서 있었다.


“남편과 제가 같은 회사에 다니는데,

6+6 육아휴직 제도를 함께 쓰는 게 가능할까요?

회사에 미안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어쩐지 억울했던 마음을 이걸로 보상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그녀는 조심스레 자신의 불안과 죄책감,

그리고 사랑의 무게를 함께 꺼내놓았다.


작가의 답장


아름님,

메일을 천천히 읽으며 제 마음도 오래 머물렀어요.


단순히 “육아휴직을 더 써야 할까, 복직해야 할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억울함, 불안, 그리고 사랑이 느껴졌거든요.


무엇보다 저는 아름님이 이미 큰 용기를 낸 사람이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코로나로 직장을 잃고도 새로운 업계로 건너간 일,

결과가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낸 일,

그리고 지금은 한 생명을 품어 세상에 내어놓은 일.

이건 결코 작은 서사가 아니에요.


육아휴직을 더 쓸지, 복직할지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잊지 않았으면 하는 건,

이 선택이 “경력의 단절”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위한 결정이라는 점이에요.


아기를 돌보는 시간은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과 같은 ‘일’이에요.

세상은 그 가치를 쉽게 인정하지 않지만,

삶은 결코 그 차별을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름님,

당신은 이미 글을 쓰는 힘이 있잖아요.

그 글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는 순간,

그건 회사 밖에서도 빛나는 또 다른 경력입니다.


저라면 이렇게 말할 거예요.


“아기와의 시간을 조금 더 누리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 시간을 선택하세요.

그 시간이 나중에 일로 돌아갔을 때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됩니다.”


회사는 언제나 공정하지 않아요.

그렇기에 더더욱, 나를 지키는 선택이 필요합니다.


아름님께 전하고 싶은 4가지 작은 솔루션


1. 선택에는 늘 손해와 얻음이 함께 온다.

육아휴직을 더 쓰면 경력은 잠시 멈추지만,

아기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얻는다.

복직하면 커리어는 이어지지만,

아이의 하루하루는 놓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완벽한 길은 없다.

단지 ‘왜 이 선택을 했는가’를 스스로 분명히 새길 것.

그 이유가 있으면 후회는 줄어든다.


2. 내 자리’를 하나로만 보지 말자.

직장에서의 나, 가정에서의 나, 글을 쓰는 나.

이 세 공간이 균형을 이루면,

한쪽이 흔들려도 다른 두 곳이 버텨준다.

아름님은 이미 글쓰기로 ‘나만의 자리’를 만들고 있다.

글은 단절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깊어진다.


3. 불공정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지 말자.

여성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우는 사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부당함을 전부 내가 떠안을 필요는 없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몫과, 사회가 책임져야 할 몫을 구분하는 연습.

그것이 오래 버티는 기술이다.


4. 불안은 나쁜 감정이 아니다.

불안은 ‘나를 지키라’는 신호다.

불안이 올 때마다 이렇게 물어보자.


“나는 무엇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 마음이 드는 걸까?”

이 질문이 불안을 가치로 바꿔준다.


아름님,

지금 이 순간도 이미 충분히 잘 해내고 계십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은 분명 아름님을 더 단단하게 만들 거예요.


혹시 또 불안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온다면

이렇게 속삭여 보세요.


“나는 오늘도 나의 몫을 지켰다.

그리고 내일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멀리서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이 지금 서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삶의 균형이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 <무너지지 않게 사는 법> 작가, 유혜성 드림


작가의 기록


이 메일은 내게 큰 울림을 남겼다.

‘무너지지 않게 사는 법’은 책의 제목이 아니라,

이렇게 매일을 살아내는 누군가의 현실이었다.


아름님처럼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진짜 완성본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부록으로 남긴다.

누군가 이 사연을 읽으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 역할을 다 한 것이다.


독자 참여 코너 | 지금 어떤 일로 마음이 무너지고 있나요?

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의 사연이 또 다른 누군가의 숨이 될지도 모릅니다.

힘들었던 하루, 버텨낸 순간, 혹은 작은 회복의 이야기.

메일로 보내주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다음번 ‘밤 편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cometyou@naver.com

제목에 “무너지지 않게 사는 법 – 독자 사연”이라고 적어주세요.

무너지지 않게 사는 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오늘 한숨 대신 내쉰 한 번의 깊은숨,

그것이 이미 회복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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