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완전한 우리를 위하여

10장 아이언맨 - 갑옷 속의 두려움과 인간다움

by 유혜성

10장 아이언맨 - 갑옷 속의 두려움과 인간다움


아이언 맨 -불안한 인간이 만든 가장 완벽한 슈트


1. 나는 아이언맨을 사랑한다


아이언맨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말해 그냥 멋있었다.


붉은 금속 슈트, 공중을 가르는 장면,

눈부신 기술과 카리스마.

어릴 적 나를 두근거리게 했던 영웅들의 연장선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을 붙잡은 건 슈트가 아니었다.

안에서 흔들리는 인간, 토니 스타크(Tony Stark)였다.


그의 불안한 눈빛, 술에 기대는 밤,

그리고 “나는 괜찮다”는 말 뒤의 허세.

그 안에서 나는 내 모습을 봤다.


아이언맨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다.

그는 초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신이 아니었다.

그는, 우리처럼 불완전한 인간이었다.

2. 불안한 천재의 탄생 - 스탠 리의 실험실에서


아이언맨은 미국 마블 코믹스의 창작자 스탠 리(Stan Lee)가 1963년에 만든 캐릭터다.

스탠 리는 ‘누구나 불완전하다’는 진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완벽한 신 대신, 결핍을 품은 인간을 영웅의 자리에 세운 사람이었다.


그의 세계 속에서 영웅은 늘 흔들렸다.

헐크는 분노에 갇혔고,

토르는 신이지만 외로웠고,

스파이더맨은 책임감에 짓눌린 청년이었다.

그중에서도 아이언맨은 특별한 인간이었다.

그는 초능력이 아니라 기술, 돈, 불안으로 무장했다.

그리고 그 불안 때문에 더 인간적이었다.


3. 철의 심장은 사실 유리로 되어 있다


영화 속에서 토니 스타크는 무기 시연 중 적에게 납치된다.

폭발의 파편이 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었고, 그 조각들은 언제든 심장을 멈추게 할 만큼 위험했다.

죽음이 서서히 다가오는 그 절망의 순간,

토니는 동료 과학자 인센(Yinsen을 만난다.


인센은 자신의 생명을 걸고 토니의 가슴속에 작은 장치를 만들어 넣는다.

바로 ’ 아크 리액터(Arc Reactor)’였다.


그것은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기계가 아니었다.

토니의 새로운 심장이자,

다시 살아보겠다는 인간의 마지막 의지였다.

불안을 품은 인간이 스스로에게 심은 두 번째 심장이었다.


“토니, 이제 그 힘을 낭비하지 마.

네 인생을 새로 써.”


인센의 이 한마디는 토니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그는 더 이상 파괴를 위한 기술자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날 이후, 그는 무기 대신 책임을,

파괴 대신 구원을,

허세 대신 인간다움을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 결심이 바로, 아이언맨의 탄생이었다.


4. 슈트는 방어구가 아니라 고백이다


아이언맨의 슈트는 겉으론 완벽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불안이 산다.


그는 누구보다 단단한 금속으로 자신을 감쌌지만,

그 안의 심장은 여전히 인간이었다.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철로 자신을 둘러싸고,

불안을 견디기 위해 기술을 발명했다.

그의 철갑은 안전을 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속에서 그는 더 외로워졌다.


그는 코믹스 속에서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영화 속에서는 불면증과 공황에 시달렸다.

자신의 천재성과 불안을 동시에 견디지 못해 술에 기대고,

잠들지 못한 새벽마다 또 다른 슈트를 만들어냈다.

그가 만든 금속 슈트들은

결국 두려움의 부산물이자, 생존의 증거였다.


그의 슈트는 자신을 감추는 방어막이었지만,

동시에 세상에 대한 고백서였다.


그가 만든 모든 슈트는 이렇게 속삭였다.

“나는 아직도 두렵다.

그래도 멈추지 않겠다.”


이 문장은 단지 토니 스타크의 고백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진심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슈트를 입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웃음으로,

누군가는 무표정으로,

누군가는 일과 성취로 자신을 감춘다.

우리는 저마다의 불안을 숨기기 위해

각자의 갑옷을 입고 하루를 견딘다.


하지만 그 모든 방어의 이면에는,

‘그래도 나아가겠다’는 마음의 선언이 숨어 있다.


결국 아이언맨의 슈트는

완벽함의 상징이 아니라,

두려움을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용기 그 자체였다.


그의 금속 속에는 불안이 살았고,

불안이야말로 그를 살아 있게 만든 심장이었다.


그는 슈트를 입어야만 세상과 맞설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를 진짜 인간으로 만든 건

그 안에서 떨리던 심장이었다.

5. 페퍼 포츠 -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사랑


토니의 곁에는 언제나 페퍼 포츠(Pepper Potts)가 있었다.

비서로 시작해 파트너가 되고, 결국 아내가 된 그녀는

단순히 그의 곁을 지킨 사람이 아니라,

그의 그림자를 빛으로 바꾼 존재였다.


토니가 술에 취해 자신을 잃을 때면,

페퍼는 현실로 그를 끌어당겼다.

무모한 실험으로 스스로를 몰아세울 때면,

그녀는 그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당신이 아이언맨인 건, 슈트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아직 심장이 있기 때문이에요.”


페퍼는 토니에게 ‘인간’을 되찾아 준 사람이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영웅의 환상을 바라지 않았다.

대신 그 안의 연약함, 불안, 회피, 두려움까지 함께 끌어안았다.

그녀의 사랑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인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지켜주는 조용한 믿음이었다.


결국 토니가 세상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슈트의 힘이 아니라,

그녀가 만들어 준 ‘현실의 중심’ 덕분이었다.

페퍼는 그의 구원이었고,

그의 심장이 끝까지 인간으로 뛸 수 있었던 이유였다.


6. 허세에서 희생으로 - 어른이 된다는 것


토니 스타크의 인생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허세로 시작해, 희생으로 끝난 남자.”


그는 처음엔 화려함과 자신감으로 세상을 휘둘렀다.

파티의 중심이었고, 천재 CEO였으며,

모든 것을 가졌지만 마음속은 늘 공허했다.

그 화려한 웃음 뒤엔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소년의 외로움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사랑을 알고, 책임을 배우고,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자라나면서

그의 삶은 천천히 바뀌었다.


그는 어느새 스파이더맨의 멘토가 되었고,

청년에게 ‘두려움을 이기는 법’을 가르쳤다.

자신이 늘 외면하던 ‘어른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인피니티 스톤을 손에 쥐고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아이언맨이다.”


(I am Iron Man.)


그 한마디는

자만의 선언이 아니라, 존재의 수락이었다.

두려움을 품은 채 살아온 한 인간이

끝내 자신을 받아들이는 마지막 고백이었다.


그의 죽음은 비극이 아니었다.

그건 사랑의 완성이었고,

한 인간이 ‘어른이 되는 과정’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페퍼가 그의 슈트를 벗겨 주었을 때,

토니는 비로소 인간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 영웅은 사라지고,

한 사람의 마음만이 남았다.

7. 토니 스타크의 그림자 - 아버지라는 이름의 불안

토니는 늘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다.

말없이 완벽했던 아버지,

늘 먼 곳에 있던 그 그림자는

그의 평생을 따라다녔다.


그래서 그는 세상에 외쳤다.

“나는 존재한다. 나는 가치 있다.”


그의 발명품과 화려한 파티, 허세는

결국 사랑받고 싶은 아이의 외침이었다.


그리고 그 외침은,

우리 시대의 많은 부모들이 품고 있는

조용한 불안의 얼굴이기도 하다.


회사에서는 강철 같아야 하고,

집에서는 다정해야 하고,

아버지이면서도 여전히 마음속에는

상처받은 아이가 살아 있는 존재들.


그래서 어떤 밤에는,

아이에게 쓰는 편지가

결국 자신의 어린 시절에게 쓰는 편지가 된다.

그게 바로 어른으로서의 ‘재양육’이다.


우리는 자녀를 키우면서 동시에

우리 안의 아이를 달래며 살아간다.

누군가의 부모이자, 여전히 자라나는 아이로서.


8. 스탠 리의 철학 - 불완전함의 아름다움


스탠 리는 말했다.

“나는 완벽한 신을 쓰고 싶지 않았다.

불완전한 인간을 그리고 싶었다.”


그의 모든 영웅은 상처에서 태어났다.

헐크는 분노를 견디는 법을,

토르는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법을,

스파이더맨은 책임의 무게를,

캡틴 아메리카는 시대의 단절을 배우며 자랐다.


그들의 싸움은 세상과의 전투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화해였다.


결국 스탠 리가 만든 세계는 이렇게 말한다.

“불안은 결함이 아니라, 인간의 증거다.”


9. 우리 안의 아이언맨


아이언맨은 죽었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아직 우리 안에서 뛴다.


불안을 허세로 덮고,

상처를 웃음으로 감추며,

모자람을 증명하려 애쓰는 우리 모두 속에

작은 아이언맨이 산다.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불안하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이다.

그리고 그 불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영웅이다.


10. 아이언맨 이후 - 인간이 남았다


아이언맨이 떠난 자리엔,

여전히 인간이 남았다.


완벽하지 않지만 사랑할 수 있고,

흔들리지만 끝내 나아가는 존재.


그게 바로 우리가 사랑한 아이언맨의 진짜 얼굴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자신의 얼굴이기도 하다.


한 줄 메모

“모든 인간은 결국 영웅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아이언맨이다. “

함께 나누는 작은 질문


1. 당신 안의 아이언맨은 어떤 얼굴인가요?

두려움을 감추는 나인가, 두려움과 함께 걸어가는 나인가.


2. 당신 곁의 페퍼 포츠는 누구인가요?

오늘 그 사람에게 “덕분에 내가 사람으로 남는다”는 한 문장, 보내볼까요?


3. 당신의 마음속엔 여전히 아이가 살고 있나요?

오늘은 그 아이에게 뭐라고 말해주고 싶나요?


작가 노트 - 왜 마블은 여전히 인간을 믿는가


세상은 늘 더 강한 존재를 원한다.

더 완벽한 신체, 더 빠른 기술, 더 완전한 답.

하지만 마블은 그 반대의 길을 택했다.


그들은 불완전한 인간을 신화의 중심에 세웠다.

기계가 감정을 흉내 내는 시대에도,

마블은 여전히 흔들리는 인간의 선택을 이야기한다.


아이언맨은 철의 슈트로 두려움을 덮었지만,

끝내 그 슈트를 벗고 인간으로 돌아왔다.

헐크는 분노를 억누르지 않고 품는 법을 배웠고,

스파이더맨은 책임과 성장의 진자 위에서 어른이 되었고,

토르는 외로움 속에서도 사랑을 선택했다.


그들은 싸움보다 성장을 선택한 인간들이었다.


마블의 세계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너무 완벽하려 하지 마.

불안한 네가, 진짜 너야.”


아이언맨은 결국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철로 만들어졌지만,

내 심장은 언제나 인간이었다.”


그 말 한 줄에,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데워진다.

에필로그


불완전한 우리를 위하여


오늘, 당신에게 이 글을 건넨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두렵고 흔들리더라도 여전히 아름답다고.


나는 이 책을 쓰는 내내 수없이 흔들렸다.

어떤 날은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울었고,

어떤 날은 필라테스 기구 위에서 버티듯 문장을 버텼다.

그때마다 마음속에서 한 사람을 떠올렸다.


철의 슈트를 벗고도 여전히 심장이 뛰던 사람,

아이언맨.


그는 나에게 영웅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와 닮은 인간이었다.

불안했고, 외로웠고, 그럼에도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끝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었다.


그를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우리 안에도 각자의 아이언맨이 산다는 것을.

불안과 허세, 상처와 사랑을 품은 채,

철이 아니라 마음으로 세상을 버티는 존재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어쩌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또 다른 아이언맨일 것이다.


가슴속 어딘가에 불안의 파편을 품고,

그 파편이 심장을 찌를 듯이 아파도,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다시 슈트를 입는 사람.


나는 그 사실이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다고 믿는다.


이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조용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하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의 심장이 되어주는 존재들이 있다.

그래서 세상은 여전히 견딜 만하다.


이 책이 그 마음에 닿길 바란다.

당신의 불안이, 당신의 결핍이,

그리고 당신의 온기가

누군가의 세상을 비출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나는 불안하지만 괜찮아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는 인간이에요.”


그 문장이야말로,

이 책이 도달하고 싶었던 마지막 문장이다.


불완전한 우리를 위하여

- 아이언맨의 심장을 품은 모든 이들에게.

참고자료

• 스탠 리, 《엑셀시어! : 스탠 리 자서전》, 시공사, 2010.

(Stan Lee, Excelsior! The Amazing Life of Stan Lee, 2002)

• 카를 구스타프 융, 《인간과 상징》, 김형효 옮김, 솔출판사, 2002.

(Carl G. Jung, Man and His Symbols, 1964)

• 브레네 브라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정미나 옮김, 한국경제신문, 2012.

(Brené Brown, The Gifts of Imperfection, 2010.

• 마블 스튜디오, 〈아이언맨(Iron Man)〉, 감독 존 파브로(Jon Favreau), 2008.

• 마블 스튜디오, 〈어벤저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감독 앤서니 루소·조 루소(Anthony & Joe Russo), 2019.

https://www.instagram.com/comet_you_

https://www.threads.com/@comet_you_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