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약함을 껴안는 마지막 고백
나는 아직도 불안하다.
이 문장을 쓰는 이 순간에도 손끝이 떨리고, 마음이 가끔 내려앉는다.
아직도 나는 불안하고, 불완전하고, 여전히 힘들다.
나만 못난 것 같고, 나만 뒤처진 것 같고,
그 열등감의 그림자 속에서 자주 길을 잃는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났다.
약을 먹었고, 주사에 의지했고,
아픔으로 버텨낸 밤들이 있었고,
그럼에도 살아남기 위해 글을 썼다.
쓰는 일은 나를 살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상담을 배우기 시작했고,
몸을 지키기 위해 필라테스를 했다.
그리고, 나를 치유하기 위해 사람을 가르쳤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나는 수많은 얼굴이었다.
나는 싱클레어였고, 또 누군가의 데미안이었다.
미운 오리 새끼이자 백조였고,
인어공주처럼 무모했고,
헨젤과 그레텔처럼 버림받은 기억이 있었으며,
백설공주처럼 나를 지켜주는 난쟁이들이 필요했다.
스누피처럼 불안을 웃음으로 덮었고,
찰리 브라운처럼 번번이 실패했다.
루시처럼 독단적이었고,
라이너스처럼 담요가 없으면 불안했다.
아이언맨처럼 수없이 밤을 새웠고,
불면증에 시달렸고,
수면제에 의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를 버티기 위해 술을 마셨지만,
술보다 더 취하고 싶었던 건 사람의 온기였다.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스스로 토닥이며 살아왔다.
운동으로 버티고, 글로 해석하고,
때로 울면서도 문장을 써 내려갔다.
그게 내가 다시 일어서는 방식이었다.
나는 올라프이기도 했다.
겨울 속에서도 여름을 꿈꾸던,
자신이 녹을 걸 알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못하던 존재.
나는 엘사였다.
세상 앞에서 강한 척했지만,
내면은 늘 예민하고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사람이었다.
나는 안나가 되고 싶었다.
곁에 머무르며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람.
하지만 나는 늘, 얼음으로 내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 엘사였다.
나는 행복한 왕자의 제비를 기다렸다.
하지만 동시에, 왕자처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내어줄 수 있기를 바랐다.
내 안엔 늘 상반된 마음이 공존했다.
주고 싶으면서도 무너질까 두려워 숨는 마음,
사랑하면서도 버림받을까 두려운 마음.
이 책을 쓰며 나는 그 모든 불완전한 자아들을 데리고 걸었다.
모두 나였다.
불안하고, 흔들리고, 완벽하지 않은 인간.
그러나 동시에, 다시 일어나고,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의 상처로 세상을 비추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이제야 말할 수 있다.
나는 약하다.
나는 자주 흔들린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 약함이 나를 인간으로 만들었다.
그 약함 덕분에 나는 타인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약함 덕분에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고백이다.
완벽하지 않아 괴로웠던 날들의 기록이자,
불완전함 속에서도 살아 있는 인간의 초상이다.
나는 어린 왕자의 여우와 장미였고,
데미안의 싱클레어였고,
인어공주였고,
난쟁이였고,
헨젤과 그레텔이었고,
행복한 왕자였고,
제비였고,
찰리 브라운이었고,
스누피였고,
올라프였고,
그리고 아이언맨이었다.
나는 그들을 쓰며 나를 썼다.
그들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이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하지만 이제는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의 본래 언어라는 걸 알았다.
그 언어로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다는 걸.
당신의 불안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당신의 결핍이 누군가의 용기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비춘다.
세상을 구하는 건 완벽함이 아니다.
세상을 견디게 하는 건 불완전한 마음이다.
그 마음이 사람을 살리고, 이어주고,
다시 살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그 마음을 위한 찬가다.
세상보다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누군가의 어둠에 작은 불빛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이 문장이 닿기를 바란다.
이제는 당신의 차례다.
이 페이지를 덮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당신 안의 약함을 떠올려보라.
지금 떠오르는 그 장면, 그 사람, 그 기억.
그건 부끄러움이 아니라, 당신의 진실이다.
이곳에, 혹은 당신의 일기장 한 구석에,
고해성사하듯 써 내려가도 좋다.
“나는 아직도 불안하다.”
“나는 여전히 무섭다.”
“나는 오늘도 나를 용서하지 못했다.”
괜찮다.
그 고백의 순간,
당신의 가슴이 살짝 젖고, 손끝이 떨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떨림은 성장의 징후다.
그건 눈물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겠다는 약속이다.
고백하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 책 속의 모든 인물들이,
그리고 나 또한, 같은 자리에서 떨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한때 강단에서 문학을 가르쳤다.
지식으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은 배움으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약함을 통과하며 자라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버티며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이 글을 쓴다.
불완전한 나로서, 불완전한 당신에게.
“나는 불안하지만 괜찮아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는 인간이에요.”
그 문장이 내 마지막 고백이자,
당신의 첫 번째 문장이 되기를.
불완전한 우리를 위하여
약함을 고백할 용기를 가진 모든 인간에게.
이 문장은 당신의 자리입니다.
지금 당신의 약함은 무엇인가요?
“나는 ______ 하지만 괜찮아요.”
그 문장 하나로, 이 책은 완성됩니다.
참고문헌
1.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까치, 2014.
2. 브레네 브라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갤리온, 2013.
3. 칼 G. 융, 『인간과 상징』, 을유문화사, 2016.
4.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문학동네, 2015.
5. 헤르만 헤세, 『데미안』, 민음사, 2019.
6.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인어공주·미운 오리 새끼 외 10편』, 열린 책들, 2022
7. 오스카 와일드, 『행복한 왕자』, 민음사, 2018.
8. 찰스 M. 슐츠, 『피너츠 완전판』, 시공사, 2020.
9. 스탠 리, 『엑셀시어! : 스탠 리 자서전』, RHK, 2019.
10. 마블 스튜디오, 〈아이언맨〉(2008), 〈엔드게임〉(2019).
11.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겨울왕국〉(2013).
이 글은 완벽한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불안 속에서 하루를 견디는 사람,
자신을 미워했다가도 다시 일어서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럼에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그 모든 불완전한 우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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