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안 되는 사랑:독자 사연

프롤로그: 아프니까, 흔들리니까, 우리는 사랑이다〉

by 유혜성

프롤로그


<아프니까, 흔들리니까, 우리는 사랑이다〉


하면 안 되는 사랑, 독자 사연 아카이브


사랑이라는 말은

언제나 아름답게 시작합니다.


설렘, 위로, 구원, 운명.

우리는 사랑을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말이 따라붙습니다.


“그건 하면 안 되는 사랑이야.”


사랑인데,

왜 하면 안 된다고 할까요.


우리는 그렇게 쉽게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 말라는 말이

얼마나 강하게 마음을 흔드는지.


금지는 도덕의 언어이고,

흔들림은 인간의 언어입니다.


이 연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역사와 예술 속 인물들을 불러냈습니다.


사랑을 위해 왕위를 내려놓은

에드워드 8세.


제국을 뒤흔들었던

클레오파트라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금지된 사제와 제자였던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서로를 사랑하고도 서로를 상처 입혔던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서로를 소진시켜 버린

젤다 피츠제럴드와 F. 스콧 피츠제럴드.


사랑의 모양을 다르게 남긴

차이콥스키와 브람스.


그리고 평생 독신으로 살며

좋아했던 여성에게 거절당했고,

그 여인은 다른 사람과 결혼했지만

결국 사랑 대신 사유를 택했던

프리드리히 니체.


그는 비혼에 가까운 삶을 살았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고독을 견디며

위대한 사상을 남겼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비극이 되었고, 전설이 되었고,

때로는 예술과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그 관계를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멀리 있는 사랑은

쉽게 말할 수 있으니까요.

도덕도, 선택도, 책임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편지가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님, 제 이야기 같아요.”

“누구에게도 말 못 한 사랑이에요.”

“제가 잘못한 걸까요.”


그때 알았습니다.


하면 안 되는 사랑은

역사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회사 안에 있고,

병실에 있고,

헬스장에 있고,

강의실에 있고,

유치원 원서의 ‘아버지 성명’ 칸에 있습니다.


우리는 멀리 있는 왕보다

내 옆자리의 사람 때문에 더 흔들립니다.


각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각색하려 했습니다.

더 극적으로, 더 구조적으로.


하지만 멈췄습니다.


이 사연들은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편지였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최대한 훼손하지 않기로.

자극적으로 포장하지 않기로.

보내온 문장의 숨을 살리기로.


나는 그저

조금 정리하고,

내 생각을 덧붙이고,

다시 묻기로 했습니다.


답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정확히 던지는 사람이 되기로.


사랑 상담 아카이브


사연을 읽고 답을 쓰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연애 상담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될 만큼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최선을 다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누군가를 단죄하기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미화하기 위한 공간도 아닙니다.


이곳은

흔들린 마음들의 기록입니다.


사랑의 판결문이 아니라

사랑의 아카이브.


익명으로 도착한 사연들은

모두 실제 이야기입니다.


본인의 평소 이메일이 아니라,

새로 계정을 만들어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보내온 메일들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이름이 남을까 봐,

혹시라도 흔적이 남을까 봐

조심스럽게 작성한 고백들입니다.


그만큼 솔직했고,

그만큼 절박했습니다.



우리는 재판관이 아닙니다


법을 어기면 법이 판단합니다.

그러나 마음의 흔들림까지

우리가 재단할 자격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머릿속으로 한 사랑은 죄가 아니잖아요.”

“플라토닉은 괜찮고, 몸으로 한 사랑은 처벌받아야 합니까?”


우리는 영장류이고,

본능과 도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합니다.


어떤 이는 이미 이혼을 했고,

어떤 이는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고,

어떤 이는 끝냈는데도 몸이 기억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아직도 늪 한가운데에서

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들의 인생은

이 사연 하나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람의 한 장면을 읽는 것이지

그 사람 전체를 심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정말

‘하면 안 되는 사랑’은 무엇일까요.


사랑은 아름답기만 해야 합니까.

도덕적이어야만 사랑입니까.

책임 없는 사랑은 전부 욕망입니까.


아니면

흔들리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인간적인 걸까요.


이 연재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닙니다.


질문을 남기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읽는 동안

혹시 마음이 움직였다면,

어딘가 눌러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면,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흔들리니까 사람입니다.

아프니까 사랑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누군가의 흔들림을

조용히 마주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연을 보내고 싶은 분께


혹시 이 글을 읽으며

“이건 내 이야기인데”라고 생각했다면,

언제라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여기는

판결을 내리는 곳이 아니라

들어주는 곳입니다.


그리고

함께 묻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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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