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용서받고, 우리는 안 되나요〉
작가님께.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이야기를 읽고
며칠을 잠을 못 잤습니다.
그들이 부러웠던 건 아닙니다.
그들의 사랑은 엉망이었고,
상처로 얼룩졌고,
이혼하고 재혼하고,
서로를 망가뜨리면서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글을 읽다가
문득 제 삶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사랑해 본 적이 있었나.
아니,
사랑을 할 여유조차
제 삶에 있었나.
저는 남편의 제자였습니다.
남편은 가난한 집 장남이었습니다.
“나는 절대 가난하게 안 살 거야.”
그 말이 그의 인생 목표였습니다.
그는 미술로 성공하고 싶어 했고,
저는 그가 운영하던 학원에서
장학생처럼 그림을 배웠습니다.
그는 저를 키웠고,
저는 그를 믿었습니다.
우리는 결혼했고
예술가 부부로 불렸습니다.
광고 디자인 업계에서 이름을 알렸고,
사업체도 운영했습니다.
남편은 성공했습니다.
자산을 모았고,
건물을 사고,
“이제 우린 안정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가 자랑스러웠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남편은 더 모으고 싶어 했습니다.
더 벌고 싶어 했습니다.
자산을 굴려야 한다며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벌었습니다.
그다음엔 잃었습니다.
그리고 멈추지 않았습니다.
집을 한 번 날렸고,
다시 일어섰고,
또 잃었습니다.
그는 점점 예민해졌고
집 안 공기는 늘 날카로웠습니다.
저는 일을 더 많이 했습니다.
남편이 잃은 돈을 메우기 위해
더 벌었습니다.
부부관계는
자연스럽게 끊겼습니다.
그는 차트를 보고,
저는 통장을 봤습니다.
그는 자산에 집착했고,
저는 생계에 집착했습니다.
저는 점점
그에게 의존적인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만났고,
그는 스승이었고,
저는 늘 그의 선택을 따라왔습니다.
떠나는 방법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병명은 없었습니다.
그냥 만성 피로, 불면, 두통.
의사가 말했습니다.
“수영이 좋겠습니다.”
개인 레슨을 받았습니다.
그는 제 어깨를 만지며 말했습니다.
“많이 굳으셨어요.”
그 말이
저를 무너뜨렸습니다.
누군가
제 몸을 걱정해 준 게
너무 오래된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밥을 먹었고
차를 마셨고
어느 날은 집에서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잠을 잔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랜만에
여자처럼 웃었습니다.
남편은 이미
집 안에 CCTV를 몰래 설치해 두었습니다.
그는 제가 수영을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의심했다고 합니다.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이게 외도지.”
그날 이후
제 삶은 지옥이 되었습니다.
이혼을 요구했지만
그는 거부했습니다.
“넌 평생 나랑 살아야 해.”
“넌 바람피운 여자야.”
그는 의처증이 생겼고
저는 죄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남편의 메시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동호회,
마라톤 동호회,
여자들과 주고받은 연락.
그는 이미
다른 여자들과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
저를 숨 쉬게 했습니다.
늘 감시받는 쪽이 아니라
나도 억울한 쪽이 될 수 있다는 생각.
그건 비겁한 안도였을까요.
아니면
제가 처음으로
남편에게서 감정적으로 떠난 순간이었을까요.
그저
“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작가님.
저는 아직 떠나지 못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혼자 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아직도 스승의 제자인 것 같습니다.
가끔
수영 강사가 생각납니다.
그 사람이 아니라,
그때의 제가 생각납니다.
살아 있던 제 표정이.
제가 너무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예술가는 상처를 주고받아도
‘비극적 사랑’이라 불리는데,
저는 왜
평생 죄인이 되어야 합니까.
-48세, 아직도 떠나지 못한 여자
당신의 편지를 읽으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당신은 사랑을 원하는 걸까요.
아니면 자유를 원하는 걸까요.
수영 강사가 어깨를 짚었을 때,
“많이 굳으셨어요.”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건 남자가 좋아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처음으로
당신의 긴장을 알아봐 줬기 때문 아닐까요.
남편은 당신의 통장을 봤고,
당신은 남편의 눈치를 봤고,
그 사이에서
당신의 몸은 굳어버렸습니다.
어깨가 굳은 건
근육이 아니라
삶이 굳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스트레칭을 배우며
그가 팔을 들어 올려주고,
등을 펴주고,
“호흡하세요.”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누군가의 아내도 아니고,
누군가의 제자도 아니고,
누군가의 빚을 메우는 사람도 아닌
한 사람으로 존재한 느낌을 받았던 것 아닙니까.
그 순간이
마음이 기울어진 시작이었겠지요.
남편과의 관계는
처음부터 대등하지 않았습니다.
스승과 제자,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집착,
자산을 쌓겠다는 강박.
그는 “모으는 사람”이었고
당신은 “따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구조 안에서 오래 살다 보면
떠난다는 생각 자체가
죄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그 수영 강사입니까.
아니면
죄인이 아닌 삶입니까.
아니면
누군가의 통제 없이
혼자 서 있는 삶입니까.
사랑은
당신을 구해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는
당신을 세울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사랑을 했다”는 죄책감보다
“내 삶을 한 번도 선택해 본 적 없다”는 공허함에
더 흔들리는 것 아닐까요.
이 사연은 외도입니까.
아니면 통제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입니까.
• 스승과 제자라는 권력관계
• 경제적·심리적 의존
• 투자 중독과 반복된 외도
• CCTV 감시
• 이혼 거부
• 육체적 관계는 없음
1. 감정도 외도다. 잘못이다.
2. 남편의 통제와 가스라이팅이 더 큰 문제다.
3. 그녀는 사랑이 아니라 자아를 찾고 있다.
4. 이건 둘 다의 파탄이다.
5. 자유를 선택해야 한다.
사랑은 언제 배신이 되고,
자유는 언제 이기심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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