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냈는데도, 몸이 기억합니다>
작가님께.
저는 제 나이도, 이름도 밝힐 수 없습니다.
아마 밝히는 순간
제 직업이 먼저 드러날 겁니다.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합니다.
가정이 있고,
아이도 있습니다.
이 관계는 1년 전에 끝났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가 먼저 끝냈습니다.
그녀는 제 일로 만난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엔 존경이었고,
그다음엔 대화였고,
어느 순간엔 서로의 하루를 가장 먼저 묻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건 시작하면 안 되는 관계라는 걸.
그래서 더 빨리 끊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더 만나지 않기로 했고,
번호를 지웠고,
SNS도 정리했습니다.
업무도 다른 사람에게 넘겼습니다.
완벽하게 정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가님,
몸은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이유 없이 그녀가 떠오릅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비슷한 향이 스치면
심장이 먼저 반응합니다.
아내와 저녁을 먹다가도
문득
그녀의 웃음이 겹쳐 보일 때가 있습니다.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가정을 깨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더 서둘러 끝냈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 관계가 오래가면
누군가는 다친다는 걸.
그래서 서로 이야기했고,
여기까지 하자고 합의했습니다.
더 이상 만나지 않기로 했고,
더 이상 닿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닿았던 기억은 남습니다.
손을 잡았던 온기,
몸을 기댔던 밤의 체온,
귓가에 가까웠던 숨.
지워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몸은 생각보다 정직합니다.
이성은 정리를 했는데,
감각은 늦게 따라옵니다.
이건 미련일까요.
아니면 사랑의 잔상일까요.
끝냈는데도
반응하는 감정은
배신입니까.
저는 지금
제 역할을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제 몸이 저보다 솔직합니다.
이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입니까.
아니면
제가 아직 정리하지 못한 걸까요.
-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독자
편지를 읽으며
이 문장이 남았습니다.
“몸은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이별은 결단처럼 보입니다.
번호를 지우고,
사진을 삭제하고,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것.
하지만 감정은
파일이 아닙니다.
삭제 버튼이 없습니다.
몸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합니다.
향,
온도,
목소리의 높낮이 같은 것들.
그건 사랑일 수도 있고,
잔상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것일 겁니다.
그 기억이
지금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습니까.
돌아가게 합니까.
아니면 멈추게 합니까.
사랑을 끝낸다는 건
상대를 떠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사랑이 만든 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가정을 지키기로 선택했습니다.
그 선택은 분명합니다.
남은 건
감정의 반응입니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해서
이미 돌아간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반응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방향은 달라질 겁니다.
그녀를 떠올릴 때,
당신은 지금의 삶에 더 집중하게 됩니까.
아니면 자꾸 빠져나가고 싶어 집니까.
그 차이가
이미 답일 겁니다.
끝냈습니다.
돌아가지 않습니다.
가정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몸이 기억합니다.
이건 배신입니까.
아니면 인간적인 잔상입니까.
여러분이라면,
1. 완전히 차단하고 기억까지 밀어낸다.
2. 추억으로 인정하고 현재를 지킨다.
3. 배우자애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4. 다시 연락한다.
사랑은
“끝내자”라고 말하면 정말 끝나는 걸까요.
연락하지 않고,
다시 만나지 않고,
가정을 지키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걸까요.
그런데도
배우자 몰래
계속 다른 사람을 떠올린다면,
그건 이미 외도입니까.
아니면
인간이 완전히 지우지 못한
기억의 잔상일 뿐일까요.
행동은 멈췄습니다.
하지만 계속 떠오릅니다.
어디서부터 이미 다른 사랑이 시작된 것이라고 보십니까.
여러분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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