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남편의 제자입니다
작가님께.
브람스와 클라라 이야기를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도 모르게 메일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건 제 이야기와
너무 닮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에도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드나들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고장 난 전등을 갈아주고,
눈이 오면 마당을 치워주던 사람.
처음엔 그저 익숙한 방문객이었고,
나중엔 가족처럼 편안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가 없는 날이면
집이 조금 더 조용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55세입니다.
결혼 27년 차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제 남편의 제자였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남편을 존경했고,
졸업 후에도 연구와 일을 도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제자였고,
그다음엔 남편의 가장 신뢰하는 후배였고,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가족과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를 좋아했습니다.
형처럼, 삼촌처럼 따랐습니다.
이사할 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왔고,
고장 난 것들은 말없이 손봐두고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은 늘 연구실에 있었고,
그는 종종 집에 남아
아이들과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는 그를
집안의 막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남편은 좋은 사람입니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사회적으로도 존경받습니다.
다만
저를 여자로 대해준 적은 거의 없습니다.
집은 잠시 머무는 공간이었고,
대화는 필요한 말로만 끝났습니다.
우리는 싸우지 않았습니다.
그냥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말했습니다.
“형수님은 늘 혼자 버티시는 것 같아요.”
특별한 뜻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대화 사이에 흘러나온 말이었을 겁니다.
그 말은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괜히 시선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제 ‘괜찮은 척’을 눈치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책임감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가 지쳐 있는지
굳이 묻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그 말에 의미를 더한 건
그가 아니라 저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때의 저는
생각보다 많이 외로웠으니까요.
남편이 해외 학회로 집을 비웠던 겨울이었습니다.
그는 거의 매일 들러
아이들 저녁을 챙기고,
고장 난 것들을 손보고,
늦은 밤까지 함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잠든 뒤
거실에 저와 그만 남았습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따뜻한 차를 마셨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그런데… 형수님은…”
그 뒤의 말은
끝까지 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 문장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우린 거기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손을 잡은 적도 없고,
입을 맞춘 적도 없습니다.
다만
그날 이후로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말이 줄었고,
시선이 오래 머물지 않도록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더 선명한 증거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여전히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소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춥니다.
그가 누군가와 잘 되기를 바라면서도,
막상 그 장면을 상상하면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조여옵니다.
왜 그런지
모른 척하고 있을 뿐입니다.
남편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를 여전히 신뢰합니다.
저는 가끔 생각합니다.
우린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고백하지 않았을 뿐,
서로의 마음을
이미 확인해 버린 건 아닐까요.
저는 제 가정을 깨고 싶지 않습니다.
그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선명합니다.
말하지 않기로 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남는다는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55세, 여전히 누군가의 아내
당신의 편지에서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은
절제가 아니라 긴장이었습니다.
존경은 안전합니다.
위로도 안전합니다.
하지만
오래 지속된 정서적 친밀감은
경계를 아주 천천히 흐립니다.
당신은 남편을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도 고백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로가 알고도 말하지 않은 문장이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입니다.
우린 거기까지 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당신의 마음은
어디까지 갔습니까.
그가 결혼하지 않기를
은근히 바랐다면,
그건 이미 감정의 방향이 정해졌다는 뜻입니다.
사랑은
행동으로만 완성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피하지 못한 시선과
멈추지 못한 상상 속에서
이미 시작됩니다.
이 감정을
추억으로 접어둘 수 있습니까.
아니면
계속 같은 공간에서
조용히 키워갈 것입니까.
멈춤도 선택입니다.
하지만
머무름도 선택입니다.
여러분께 묻습니다
55세 유부녀
남편의 제자, 총각
가족과 깊이 얽힌 관계
육체적 관계없음
서로 알고도 말하지 않음
이건 외도입니까.
아니면
말하지 않은 사랑입니까.
총각 남자의 침묵은
배려입니까,
아니면 기다림입니까.
여러분이라면
1. 감정이 시작된 순간 이미 배신이다.
2. 행동이 없다면 죄는 아니다.
3. 남편에게 솔직해야 한다.
4. 총각이 더 위험하다.
5. 어른이기 때문에 더 비겁하다.
정말 묻고 싶습니다.
우린 거기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정말 안전한 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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