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안 되는 사랑: 독자 사연

<아이에게 아빠의 성을 주고 싶습니다>

by 유혜성

하면 안 되는 사랑: 독자 사연


<아이에게 아빠의 성을 주고 싶습니다>


작가님께.


저는 서른일곱입니다.

법적으로는 미혼입니다.

하지만 혼자는 아닙니다.


제 아이는 네 살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아빠는 제 회사 상사입니다.


그는 50대이고

아이 셋이 있고,

지금의 부인은 두 번째 부인입니다.


처음에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유부남이라는 걸,

아이들이 있다는 걸,

퇴근 시간이 되면 다른 집으로 돌아간다는 걸.


그런데 사람은 알고도 빠집니다.


그는 제 팀장이었고,

제가 첫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제일 먼저 “네가 잘 해낼 거야”라고 말해준 사람이었습니다.


야근이 이어졌고,

술자리가 잦았고,

어느 날부터 그는 제 집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잠깐 쉬다 가는 것이었고,

그다음엔 칫솔이 생겼고,

그다음엔 서랍 한 칸이 그의 것이 되었습니다.


평일에는 제 집에서 삽니다.

아이를 재우고, 분유를 타고,

저녁이면 세 식구처럼 밥을 먹습니다.


주말이 되면

자기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이들에게 아빠 역할을 하러.


저는 그 시간을

‘주말 공백’이라고 부릅니다.


아이의 성은 제 성입니다.

출생신고를 할 때

그는 말했습니다.


“지금은… 곤란해.”


저도 알았습니다.

호적에 올리는 순간

두 집 살림이 드러난다는 걸.


동네에서는

그를 제 남편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일마다 같이 다니니까요.


하지만 유치원 원서에

‘아버지 성명’을 쓰는 칸에서

저는 늘 펜을 멈춥니다.


아이에게

아빠의 성을 주고 싶습니다.


아이는 아직 모릅니다.

아빠가 두 집의 아빠라는 걸.


주말이 되면

아이의 체온이 조금씩 오릅니다.


금요일 밤까지 멀쩡하던 아이가

토요일이면 칭얼대고,

일요일 밤이면 열이 납니다.


응급실에 간 적도 몇 번 있습니다.

대기 의자에 앉아

혼자 아이를 안고 있으면

그의 전화가 옵니다.


“괜찮아?”


그는 오지 못합니다.


아이의 작은 손이

제 옷깃을 붙잡고

“아빠…”라고 중얼거릴 때,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그는 아이를 사랑합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평일에는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아빠입니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그는 다른 집의 가장입니다.


저는 그를 미워하고 싶다가도

평일 저녁, 아이를 안고 웃는 모습을 보면

또 스스로를 설득하게 됩니다.


이 관계는

제가 감당해야 할 선택입니까.


아니면

이제 끝내야 할 관계입니까.


그리고


아이에게 그의 성을 주고 싶다는 이 마음은

사랑입니까, 집착입니까.


-37세, 한부모 가정의 엄마


작가의 답장


<아이의 시간은 어른의 계산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편지를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주말에 열이 납니다.”


어른의 사랑은

타협할 수 있습니다.

주중과 주말로 나눌 수 있고,

시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시간은

계산되지 않습니다.


금요일 밤까지 멀쩡하던 아이가

토요일이면 아프고,

일요일이면 아빠를 찾습니다.


그건 논리가 아니라

정서입니다.


당신은 알고 시작했습니다.

그는 알고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관계에서

가장 모르는 사람은

아이입니다.


아빠의 성을 주고 싶다는 마음은

욕심일까요,

책임일까요.


그 이름을 적는 순간

당신의 삶은 더 단순해지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의 가정도,

당신의 직장도,

아이들의 관계도

지금과는 다른 국면에 들어설 겁니다.


그는 두 집의 아빠입니다.

평일과 주말을 오갑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디에 서 있습니까.


이 관계는

사랑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구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구조는

언젠가 아이에게 설명해야 할 이야기가 됩니다.


이 문제는

누군가 대신 결론 내려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다만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아이의 시간은

어른의 선택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묻습니다


유부남 상사.

아이 셋.

두 번째 부인.

그리고 또 한 아이.


평일엔 함께 살고,

주말엔 다른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이 성은 엄마 성.

아빠는 존재하지만

법적으로는 없습니다.


여러분이라면,


1. 이 관계는 지금이라도 정리해야 한다.

2. 아이의 법적 권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3. 현실적으로 유지 가능한 구조라면 감당할 문제다.

4.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정서다.

5. 이건 사랑이 아니라 책임의 회피다.


아이에게

아빠의 성을 주고 싶은 마음은

이기심일까요,

당연한 권리일까요.


그리고


두 집을 오가는 남자의 사랑은

사랑입니까,

분할입니까.


이번 이야기는

사랑보다

“이름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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