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안 되는 사랑:독자 사연

<쉰 하나에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by 유혜성

하면 안 되는 사랑: 독자 사연


〈쉰 하나에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작가님께.


저는 쉰 하나입니다.

이혼한 지 십 년이 넘었습니다.


딸 하나를 혼자 키웠습니다.

크게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쉽지도 않았습니다.


돌싱으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압니다.

사람들의 시선도,

혼자 결정해야 하는 무게도 압니다.


하지만 저는 오래전부터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딸이 결혼하는 모습만 보고

조용히 나이 들어도 괜찮겠다고.


그를 만난 건 우연이었습니다.

동창 모임에 나갔다가

친구가 데려온 회사 선배였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제 과거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 앞에서는

괜히 마음이 놓였습니다.


아이 이야기,

이혼 이후의 삶,

혼자 사는 시간의 방식까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그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말을 하면

중간에 끊지 않았고,

쉽게 판단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끝까지 들어주었습니다.


저를 그렇게 대해주는 사람은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는 별거 중이라고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따로 살고 있고

이혼 이야기도 오갔다고.


법적으로는 아직 부부입니다.


저는 그 말이 가볍지 않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처음엔 선을 지키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생각보다 빨리 가까워졌습니다.


어느 날은 밤을 함께 보냈고,

그 이후로 관계는

분명해졌습니다.


이 나이에

다시 설렌다는 게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는 안정적인 사람입니다.

과장하지 않고,

함부로 약속하지도 않습니다.


취향이 맞고,

대화가 편하고,

친구처럼 오래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꼭 재혼이 아니어도

곁에 있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정리는 할 거라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는 그가

저 때문에 이혼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의 삶은

그가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아직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지우고 살 수는 없습니다.


얼마 전,

딸이 말했습니다.


“엄마 요즘 얼굴 좋아 보여.

혹시 누구 만나?”


딸은 제가 다시 누군가를 만나길 바랍니다.

제가 혼자였던 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봤으니까요.


하지만 딸은

그 사람이 아직 법적으로 유부남이라는 걸 모릅니다.


그 순간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는지

문득 겁이 났습니다.


이 관계를

여기서 멈춰야 할까요.


아니면

결혼이 아니라도

그냥 친구처럼, 연인처럼

지켜볼 수 있을까요.


쉰 하나에 다시 시작하는 마음은

용기입니까.

아니면 또 다른 실수입니까.


저는 이번엔

잘 선택하고 싶습니다.


-51세, 다시 누군가를 생각하는 여자


작가의 답장


〈순수한 마음도 복잡한 구조 위에 서 있습니다〉


편지를 읽으며

당신의 감정이 가볍지 않다는 건 느껴졌습니다.


이 나이에 다시 설렌다는 것,

혼자 견뎌온 시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지는 것,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당신은 외로움에 아무나 붙잡은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조심했고,

선도 생각했고,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그는 아직 법적으로 유부남입니다.

별거는 상태이고,

이혼은 결정입니다.


그 사이에는

늘 예상보다 긴 시간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가 당신 때문에 이혼하길 바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말속에는

이미 책임의 무게를 알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합니다.


지금 이 관계는

딸에게 말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당신이 재혼을 고민하는 건

사랑 때문이기도 하지만,

혼자가 아니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건 솔직한 마음입니다.


다만 질문은 이것일 겁니다.


그가 이혼을 하지 않아도

당신은 지금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그가 이혼을 하더라도

당신은 “기다린 시간”에 대한 원망 없이

같이 설 수 있습니까.


사랑은 순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늘 단순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번엔 잘 선택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잘 선택한다는 건

사랑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구조인지

끝까지 생각해 보는 일일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묻습니다


51세.

이혼 경험 있음.

딸 하나.

상대는 별거 중이지만 아직 유부남.


감정은 분명합니다.

함께 있고 싶습니다.

꼭 재혼이 아니어도 좋다고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1. 법적으로 완전히 정리되기 전엔 멈춘다.

2. 이혼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의 관계를 이어간다.

3. 딸에게 숨겨야 하는 관계라면 다시 생각한다.

4. 나이 들수록 사랑은 귀하니, 후회 없이 선택한다.


이 나이에 다시 시작하는 사랑은

용기입니까,

아니면 또 다른 복잡함을 선택하는 일입니까.


그리고


여러분은

“기다림”을 어디까지 사랑이라고 보십니까.

https://www.instagram.com/comet_you_

https://www.threads.com/@comet_you_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