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잡았는데,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기분입니다
작가님께.
저는 쉰다섯입니다.
법적으로는 유부남입니다.
아내와 한 집에 삽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전부터 부부라기보다
같은 주소를 공유하는 사람들에 가깝습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결혼 초에는
나름대로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싸우기도 했고,
풀기도 했고,
서로에게 기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의 성격은
저를 꽤 많이 압박했습니다.
지나친 간섭,
사소한 일까지 통제하려는 태도,
그리고 제가 원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결혼 생활.
저도 잘한 건 없습니다.
버텼고,
참았고,
그러다 한 번씩 터졌습니다.
이혼 이야기도
여러 번 오갔습니다.
실제로
이혼을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 때문에
결정을 미루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조금씩 변했습니다.
싸우던 관계에서
무관심한 관계로.
이제는
서로를 바꾸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기대도 하지 않고,
실망도 하지 않습니다.
그게 더 편해졌습니다.
각자 방을 쓰고,
각자 시간을 보내고,
대화는 생활에 필요한 말뿐입니다.
아이들은 다 컸고
각자 독립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싸우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웃지도 않습니다.
그냥…
서로의 하루를 모른 채
같은 집에 사는 사람입니다.
부부관계는 끊긴 지 오래입니다.
언제부터였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이 집에서는
누구도 누구에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밥도 같이 먹지 않습니다.
각자 알아서 해결합니다.
말을 하면
대개 다툼이 됩니다.
그래서 이제는
싸우는 것도 하지 않습니다.
싸우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니까요.
남들 눈에는
문제없는 가정입니다.
저는 성실하게 일했고
아내도 자기 일을 합니다.
우리는 서로 간섭하지 않습니다.
서로 묻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녀를 만난 건
일 때문이었습니다.
프로젝트 협업으로 몇 번 미팅을 했고
점심을 같이 먹었고
어느 날은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녀도 유부녀였습니다.
말투는 차분했고
표정은 조금 지쳐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배우자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냥…
말이 통했습니다.
그게 문제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도
남편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을.
섹스리스 부부라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같이 사는 오누이 같아요.”
그 말에
저는 웃지 못했습니다.
저도
같은 집에 사는 ‘룸메이트’가 있으니까요.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야기들.
마음속에
쌓여 있던 이야기들.
대화가 잘 통했습니다.
놀랄 만큼
잘 통했습니다.
이 나이가 되니
몸의 욕망보다
누군가와
대화가 되는 것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오래 잊고 있던 언어를
다시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날
우리는 손을 잡았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키스를 한 것도 아니고
포옹을 한 것도 아니고
그 이상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게 ‘아무 일’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20대에 만났다면
우리는 아마
정말 예쁘게 연애했을 겁니다.
지금은
각자의 현실이 있습니다.
그녀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래도 남편인데…”
그 말이
자주 나옵니다.
저는 말했습니다.
“우린 잘못하려고 시작한 게 아니잖아요.”
정말입니다.
바람을 피우려고 만난 게 아닙니다.
누군가를 배신하려고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외롭던 두 사람이
늦게 만난 것뿐입니다.
그녀는 조심스럽고
저는 조금 더 솔직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알고 있습니다.
이 마음이
이미 가벼운 건 아니라는 걸.
작가님,
저는 묻고 싶습니다.
이 나이에
이렇게 마음이 뛰는 게
잘못입니까.
우리는
가정을 깨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가끔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친구처럼
서로를 이해하며
지내고 싶을 뿐입니다.
하지만 또 압니다.
이 마음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아직
손만 잡았는데
왜 벌써
돌아갈 수 없는 기분이 드는 걸까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55세, 아직 설레는 남자
편지를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손만 잡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사람의 관계는
몸으로만 시작되지 않습니다.
대화로 시작되기도 하고
이해로 시작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오랫동안 말이 통하지 않던 삶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와 말이 통하는 순간
시작되기도 합니다.
당신의 편지에서
욕망의 문장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대화가 있었습니다.
통한다는 느낌,
이해받는 감각,
그리고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설렘 같은 것들.
어쩌면
이 나이의 사랑은
젊은 시절과 조금 다른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보다
누군가와 말이 통한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오는 관계.
그래서
손을 잡는 일이
키스보다 더 큰 사건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도 분명합니다.
당신과 그녀는
각자의 결혼 안에 있습니다.
당신이 느끼는 공허함이
사실일 수 있습니다.
부부 관계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결혼은 아직
끝난 관계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선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가
사람이 사람에게 느낄 수 있는 위로이고
어디서부터가
배우자를 향한 배신이 되는지.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이런 질문을 더 자주 만나게 됩니다.
한 사람과 평생을 사는 약속과
한 사람에게서만 모든 감정을 얻지 못하는 현실 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고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느끼는 감정이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가벼운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 관계가
어떤 이름을 갖게 될지는
앞으로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이 만남이
잠시 숨을 쉬는 창문이 될지
아니면
당신의 삶을 다시 흔드는
또 다른 사랑이 될지.
지금은
그 갈림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섹스리스 부부.
대화 없는 가정.
법적으로는
유부남과 유부녀.
그들은
사랑을 시작한 걸까요.
아니면
외로움 속에서
잠시 서로를 발견한 걸까요.
손만 잡은 관계.
여러분은
어디까지를
사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어디서부터
외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이라면,
1. 손을 잡는 순간 이미 선을 넘은 것이다.
2. 마음이 통하는 관계는 죄라고 말하기 어렵다.
3. 이런 감정이 생겼다면 이혼 후 시작하는 게 맞다.
4. 50대의 사랑도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항상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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