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안 되는 사랑:독자 사연

나는 이혼했는데, 그는 떠났습니다

by 유혜성

하면 안 되는 사랑:독자 사연


<나는 이혼했는데, 그는 떠났습니다>


작가님께.


저는 마흔둘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고,

지금은 이혼한 여자입니다.


그를 만난 건 헬스장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PT를 받으면서요.


그는 스물아홉,

저보다 열세 살 어렸습니다.


처음엔 그냥 트레이너였고,

저는 살을 빼야 하는 고객이었습니다.


저는

결혼 12년 차였고,

남편과는 거의 대화가 없었습니다.


아이 이야기, 학원비 이야기,

생활비 이야기.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대화가 없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대화의 방식이었습니다.


남편은

말을 조심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무슨 이야기를 꺼내면

대화가 이어지기보다는

항상 저를 평가하는 말로 돌아왔습니다.


“쓸데없는 생각 좀 그만해.”

“콤플렉스 많은 사람이 예민하게 군다더라.”

“헬스장 다닌다면서 왜 살은 그대로야?”


가볍게 던지는 말 같았지만

그 말들은 늘

저를 작게 만들었습니다.


한 번은

뉴스 이야기를 꺼냈다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사람은 좀 배워야지.”

“무식한 네가 뭘 알겠니.”


그 순간

제가 틀린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문제로

학교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엄마가 저러니까 애들도 공부를 못 하지.”


그 말이

아직도 귀에 남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부족한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 참고,

더 맞추고,

더 말을 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저는

제 생각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제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그냥

지적받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남편 앞에서는

항상 조심스러웠고,

늘 눈치를 보게 됐습니다.


표정 하나,

말투 하나에도

제가 틀린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제 몸의 자세를 고쳐주면서

자꾸 말을 걸었습니다.


“어깨 힘 빼세요.”

“오늘 컨디션 안 좋아 보이네요.”

“회원님은 생각보다 운동신경이 발달하고 근력이 좋아요.”


그 말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이 남았습니다.


어느 날은

운동이 끝나고 단백질 셰이크를 마시다가

그가 물었습니다.


“회원님은 왜 그렇게 늘 미안한 얼굴이에요?”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숨이 막힌 것 같았습니다.


제가 어떤 얼굴로 살고 있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운동 말고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제 말을 끊지 않았고,

제 이야기를 가볍게 넘기지 않았습니다.


그 앞에서는

제가 작아지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 앞에서는

제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잊고 있던 제 모습을

조금씩 떠올리게 됐습니다.


선을 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제게 말했습니다.


“누나, 나는 진짜예요.”


그 말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저는 이혼을 선택했습니다.


남편은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설마, 트레이너?”


어이없다는 듯 웃었고,

그 태도는

마지막까지도 저를 가볍게 보는 시선이었습니다.


이혼 과정에서

저는 많은 걸 내려놓았습니다.


재산도,

조건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저와 살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붙잡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빨리 정리하자는 쪽이었습니다.


마치

오래 기다렸던 일처럼.


그때 저는

제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도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믿었습니다.


저는

그와 함께하기 위해서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작가님,


이혼이 끝나고

두 달쯤 지났을 때

그가 말했습니다.


“누나…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저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결혼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제 선택이

그의 선택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그는 결국

다른 지점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연락은 점점 줄었고,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이혼했고,

아이들은 저와 삽니다.


그는

제 인생을 바꿔놓고

제 인생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작가님,


이건 사랑이었습니까.


아니면

제가 사랑받고 싶어서

붙잡은 환상이었습니까.


저는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입니까.


그리고

저는 아직도

그를 미워해야 합니까.


-42세, 이혼한 여자


작가의 답장


<결단은 언제나 혼자입니다>


편지를 읽으며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당신은 정말로 결단한 사람이다”라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은

감정까지는 갑니다.

하지만 삶까지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당신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선택했고,

실제로 바꿨습니다.


그 선택이

사랑 때문이었는지,

외로움 때문이었는지,

인정받고 싶어서였는지는


지금에 와서는

조금 덜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하나입니다.


그는 선택하지 않았고,

당신은 선택했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은

때때로 용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결단은 다릅니다.


결단은

결과까지 혼자 감당하는 일입니다.


그는

당신의 삶을 흔들었고,

당신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삶을 책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그렇게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때의 감정은

분명 진짜였을 겁니다.


당신은

거짓으로 살다가

처음으로 진짜를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 질문은 남습니다.


그를 만나지 않았어도

당신은 언젠가

그 결혼을 끝냈을 사람입니까.


아니면


그가 있었기 때문에

결정을 앞당긴 것입니까.


그리고 하나 더.


지금 당신의 삶은

그를 잃어서 무너진 상태입니까.


아니면


그를 통해

비로소

당신 자신을 보게 된 상태입니까.


만약 후자라면,


이건

누군가에게 버려진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이

자기 삶을 시작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은

항상 함께 끝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정은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남습니다.



여러분께 묻습니다


유부녀, 연하 트레이너.

선을 넘었고,

이혼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떠났습니다.


이건

남자의 책임일까요.

여자의 착각일까요.

아니면

각자의 선택일까요.


여러분이라면,


1. 연하는 처음부터 위험한 선택이었다

2. 이혼은 결국 본인의 결정이다

3. 남자도 감정에 대한 책임이 있다

4. 사랑과 결혼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6.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의 선택은 더 신중했어야 한다


이 사랑은

용기였을까요,

도피였을까요.


아니면

성장으로 가는 통과 과정이었을까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번 이야기는

사랑보다

“결정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여러분께 묻습니다.


이 이야기,

연하 트레이너를 만난 한 사람의 선택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그 시작에는

존중받지 못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무시당하는 말,

가볍게 깎이는 자존감,

설명해도 들리지 않는 관계.


그래서 질문을 하나 더 던져봅니다.


배우자의 반복적인 폭언과 무시.


이건

단순한 부부 갈등일까요,

아니면

관계를 끝낼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건

남편이냐, 아내냐가 아닙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누가 했든

존중이 사라진 관계라면.


그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움직였다면,


그건

문제의 시작일까요,

이미 결과일까요.


여러분이라면

존중받지 못하는 결혼을 끝내는 선택,

어떻게 보십니까.


그리고

그 이후의 사랑까지 포함해서,


이건

도망일까요,

아니면

늦게 시작된 자기 선택일까요.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기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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