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랑이의 질투: 가지 마
토랑이라는 이름은
제이가 만들었다.
“토끼 같다가도
가끔은 호랑이 눈이야.”
그가 웃으며 말했다.
“토끼 + 호랑이…
토랑이.”
유치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싫어. 이상해.”
토랑이가 입을 삐죽였다.
“그럼 부르지 말까?”
잠깐의 침묵.
“… 불러.”
아주 작게.
제이는 일부러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속삭였다.
“내 토랑이.”
그 순간,
심장이 먼저
봄이 되었다.
사랑은
가끔
이름을 불러주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제이는 다정하다.
너무 다정하다.
웃으면
눈이 반달이 되고,
말투는 젠틀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그래서 문제다.
사람들이
제이를 좋아한다.
괜히 말 한마디 더 걸고,
괜히 한 번 더 웃고,
괜히 눈에 별이 반짝인다.
토랑이는
그걸 다 본다.
호랑이의 눈으로.
토끼의 심장으로.
어느 날,
제이가 말했다.
“나 초대받았어.”
“누구한테?”
“어… 아는 사람이.”
토랑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여자?”
“…응.”
토랑이의 귀가
순간 쫑긋 섰다.
“가도 될까?”
괜히
쿨한 척.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허락받아야 될 것 같아서.”
그 말에
심장이 몽글하게 녹았다.
하지만
입은 여전히 호랑이였다.
“… 가지 마.”
잠깐의 침묵.
그리고
제이가 말했다.
“응. 안 갈게.”
너무 쉽게.
너무 당연하게.
토랑이가 눈을 깜빡였다.
“왜 그렇게 바로 안 가?”
“네가 싫다잖아.”
“그래도 네 인간관계인데…”
제이가 웃었다.
“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건
너야.”
호랑이는
말을 잃었다.
질투는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랑이
넘쳐서 생긴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고마워.”
제이가 말했다.
“뭐가 고마워?”
“가지 말라고 해줘서.”
“왜 그게 고마워?”
“네가 나를
신경 쓴다는 거잖아.”
호랑이는
고개를 떨구며 웃었다.
질투는
소유가 아니라
확인이다.
나는
네 세상 안에 있어?
너는
내 세상 안에 있어?
그걸
투정처럼 묻는 말.
사랑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말.
그날 밤,
토랑이는 일부러 등을 돌리고 누웠다.
“삐졌어?”
제이가 물었다.
“아니.”
“거짓말.”
제이가 뒤에서 천천히 다가와
허리를 감쌌다.
도망치지 못하게.
토랑이는 버티는 척하다가
결국 그의 팔 안으로 스며들었다.
“… 놓지 마.”
“안 놔.”
“진짜?”
“응.
네가 먼저 밀어내도.”
그 말에
토랑이의 손이 뒤로 돌아가
그의 손등을 꼭 잡았다.
성인의 사랑은
말보다 이런 약속으로 남는다.
토랑이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의 턱 끝에 입을 맞췄다.
장난처럼.
하지만
이번에는
바로 물러나지 않았다.
“넌 내 거야.”
호랑이처럼 말했지만
목소리는 토끼였다.
제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응. 난 너 거야.”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제이의 팔이 조금 더 깊어졌다.
숨이
등 뒤에서 천천히 닿았다.
도망칠 곳이 없는 포옹.
그리고
도망칠 생각도 없는 밤.
어른이 되면
사랑은 쿨해져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가끔 유치해지고
가끔 질투하고
가끔
“가지 마.”
라고 말할 줄 아는 것.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면서도
잠깐은
그 세계의 중심이 되고 싶어지는 마음.
그게
몽글몽글한 어른의 사랑이다.
오늘도 제이는
누구에게나 다정하지만
토랑이에게만
다정함의 온도가 다르다.
그리고 토랑이는 안다.
제이의 세상은 넓지만
머무는 곳은
항상 자기라는 걸.
그래서
질투의 끝은
언제나
포옹이다.
그리고 가끔은
그 포옹이
조금 더
깊어지는 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