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나는 밤토키가 되었다〉
“나 요즘 고민이 있어.”
제이가 말했다.
토랑이는 먼저 걱정했다.
“회사에서 무슨 일 있어?”
제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나… 요즘 토랑이가 너무 좋아.”
그 말은
조용히 스며들었다.
“… 뭐야, 갑자기!”
“조용히 들어줘.”
제이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널 생각하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안고 싶고,
예뻐해주고 싶고,
계속 옆에 두고 싶어.”
토랑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장이 먼저
그 말을 받아버렸으니까.
“내 마음… 받아줄 수 있어?”
토랑이는
눈을 피하며 말했다.
“좋아하는 건 자유지.”
제이는 잠깐 웃었다.
“그래.
그럼 나 혼자 좋아할게.”
그리고 덧붙였다.
“난 직진남이야.”
“멈추지 않고
토랑이 마음속으로 들어갈 거야.”
토랑이는
고개를 돌렸다.
“… 마음대로 해.”
그날,
사랑은
고백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서로 알고 있었던 마음을
드디어 말했을 뿐이었다.
낮의 토랑이는
여전히 호랑이였다.
단단하고,
빈틈없고,
아무도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선을 긋는 사람.
하지만 밤이 되면
그 선이 조금 흐려졌다.
마음이 먼저 느슨해지고
몸이 그걸 따라왔다.
그리고 그날 밤,
제이는
그 비밀을 보았다.
“토끼네.”
토랑이는
숨을 멈췄다.
“… 들켰네.”
잠시 망설이다가
작게 말했다.
“사랑을 하면…”
손이
조금 떨렸다.
“이렇게 돼.”
토끼 귀가
조용히 흔들렸다.
“… 이래도 괜찮아?”
제이는
망설이지 않았다.
“응.”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난 좋아.”
그 대답이
토랑이의 마지막 방어를 무너뜨렸다.
“비밀 들킬까 봐
사람 좋아하는 것도 숨기고 살았어.”
제이가
조용히 웃었다.
“나만 알면 되지.”
그리고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그럼
토끼 말고…”
잠깐 숨이 멈췄다.
“토키라고 부를게.”
“나의 밤토키.”
그 이름이 닿는 순간
심장이 부드럽게 풀렸다.
“내 사랑받아줘서 고마워.”
“응.”
무심한 척했지만
토랑이의 손은
이미
제이의 셔츠 끝을
잡고 있었다.
작게.
하지만
놓지 않겠다는 힘으로.
“넌 낮엔 호랑이,
밤엔 토키야.”
“그럼 넌?”
제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
“난 네 사람.”
그 말은
약속보다 깊었다.
행복이
너무 가까워지면
사람은
겁이 난다.
그날 밤,
토랑이가
조용히 물었다.
“나…
이렇게 좋아해도 될까?”
“왜 그런 생각해?”
“이렇게 가득 차면
언젠가 사라질 것 같아서…”
말 끝이
흐려졌다.
제이는
아무 말 없이
토랑이를
끌어안았다.
넓은 가슴.
느린 심장 박동.
도망갈 필요 없는 품.
“난 널 놓지 않아.”
그 말은
대답이 아니라
안심이었다.
그의 품 안에서
토랑이는 처음으로
힘을 빼는 법을 배웠다.
기대도 되는 밤.
어깨에 얼굴을 묻자
제이의 손이
머리카락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다.
서두르지 않는 손길.
확인하듯
머무는 손.
토랑이는
눈을 감았다.
이 사람 앞에서는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몸이 먼저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입술이 닿기 전의 거리.
숨이 머무는 시간.
손이 허리를 감싸는 순간.
말보다 느린 다정함이
천천히 마음을 적셨다.
그날 밤,
둘은
오래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서로의 숨이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
토랑이의 귀가
살짝 떨렸다.
제이의 손이
그 등을 조금 더 끌어당겼다.
도망치지 않는 거리.
그리고
도망칠 생각도 없는 밤.
사랑은
격렬한 순간이 아니라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라는 걸
그 밤에
처음 배웠다.
연인이 된다는 건
서로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비밀을 맡기고
서로의 밤을 허락하고
서로의 상처를 겁내지 않는 것.
그래서 오늘도
토랑이는 낮에는
호랑이로 살다가
밤이 되면
조용히
밤토키가 된다.
사랑을 받을 때마다
귀가 조금 더 길어지면서.
제이는
낮게 속삭인다.
“넌 내 사람이야.”
토랑이는 눈을 감고
천천히 대답한다.
“응.”
그리고
아주 작게.
“나는
제이의 밤토키야.”
그 순간
토랑이는 깨달았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안겨도
사라지지 않는 나를
만나는 일이라는 걸.
제이의 품 안에서도
토랑이는 작아지지 않았고
사라지지 않았고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또렷해졌다.
그래서
토랑이는
그의 셔츠를 더 깊이 쥐었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아주 작게 속삭였다.
“이 밤이…”
숨이
가까이 닿았다.
“…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
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팔을 조금 더 조였다.
도망칠 곳이 없는 포옹.
그리고
도망칠 생각도 없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