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전에….사랑
“밸런타인데이네.”
“여자가 받는 거 아니야?”
“아니.
여자가 남자한테 주는 날이야.”
“난… 받은 적만 있는데.”
제이가 입술을 내밀었다.
“나도 한 번쯤 받고 싶어.”
“뭘?”
“사랑.”
토랑이가 피식 웃었다.
“아기네.”
“아기 아니야.”
“그럼 아기자기?”
“싫어.”
“아기?”
“야.”
잠깐 침묵.
“… 자기야.”
토랑이가 장난처럼 불렀다.
제이는 그대로 멈춰 섰다.
“…한 번만 더.”
“제이야, 자기야.”
제이는 한숨처럼 웃었다.
“이미 충분해.”
“참 단순하다.”
“응.
바라는 거 많지 않아.”
토랑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사랑만 있으면 되는구나.”
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제일 어렵지만.”
잠깐의 정적.
둘 다 웃어버렸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만 아는
조금 유치하고,
그래서 더 진짜인 순간.
그날 밤.
둘은 자연스럽게 함께 걸었다.
말은 가볍고,
손끝은 자꾸 스쳤다.
괜히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는 거리.
“우리 뭐 먹을까?”
토랑이는 대답 대신
제이의 셔츠 끝을 잡았다.
아주 작은 신호.
제이가 내려다봤다.
“왜?”
토랑이가 웃었다.
“먹기 전에… 할까?”
제이가 잠깐 멈췄다.
“뭘?”
토랑이가 천천히 말했다.
“… 사랑.”
식당 대신
둘은 서로에게 갔다.
불빛은 조금 더 낮아지고
말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가까워질수록
웃음도 점점 작아졌다.
제이의 팔이 등을 감싸자
토랑이의 어깨에서 힘이 천천히 풀렸다.
“긴장했어?”
토랑이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조금… 설레.”
그 말에
제이의 손이 더 조심스러워졌다.
손끝이 닿는 자리마다
따뜻한 온기가 천천히 번졌다.
토랑이는
그의 가슴에 귀를 댔다.
쿵.
쿵.
가까이서 들리는 심장 소리.
“들려?”
“응… 나 때문이지?”
제이가 낮게 웃었다.
“응. 너 때문.”
토랑이는 웃으면서도
그 품 안으로 조금 더 파고들었다.
몸이 닿는 순간
숨이 살짝 엉켰다.
이불 속에서
둘의 숨이 천천히 같은 리듬이 됐다.
이름이 불리면
대답 대신 더 가까워졌고,
웃음이 새면
입술이 먼저 닿았다.
손이 등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자
토랑이의 숨이 조금 흔들렸다.
“제이…”
아주 작게 부르는 이름.
그 순간
제이의 손이 잠깐 멈췄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말이 없어도
괜찮은 밤이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서로의 온기가 선명했다.
그날 처음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건
초콜릿이 아니라
누군가의 품이라는 걸.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배고픔을 잊는다.
이미
서로로 가득 차 있으니까.
토랑이의 귀가
조용히 길어졌다.
발렌타인데이 밤토키.
“오늘 선물… 제대로 받았네.”
“달콤해?”
제이가 웃었다.
“너라서.”
다음 날 아침.
이불 속에는
어젯밤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잘 잤어, 자기야.
어제 받은 선물 덕분에
오늘 하루도 달콤할 것 같아.〉
토랑이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불 속으로 얼굴을 숨겼다.
그리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나도… 또 주고 싶어.”
어른이 되어도
누군가를 안고,
누군가에게 안기고,
이름 대신
“자기야”라고 불러보는 일.
그 별것 아닌 순간들이
세상을 다시 처음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다.
오늘 밤,
누군가는
메시지를 보낼지도 모른다.
“지금…
안아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