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호랑이, 밤에는 토키:어른이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 하루는 연락하지 말까?”
토랑이가 장난처럼 말했다.
그 말에
제이의 눈이 먼저 흔들렸다.
잠깐,
세상이 멈춘 것처럼.
“왜?”
그 한 글자에
붙잡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이
조용히 드러났다.
그 순간
토랑이는 알았다.
아,
이 사람은
내가 사라질까 봐
무서운 사람이구나.
그날 처음 알았다.
사랑은
붙잡는 손이 아니라
놓치기 싫어하는
눈빛에서 시작된다는 걸.
토랑이는 밤이 되면
말랑해진다.
낮에는
호랑이처럼 산다.
일을 해내고,
사람을 챙기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하루를 건너간다.
혼자서도 충분한 사람처럼.
하지만 밤이 되면
보이지 않던 귀가
조용히 돋아난다.
강한 척하던 하루가
스르르 벗겨진다.
조금 외롭고,
조금 안기고 싶은 사람.
그래서 밤이 되면
토랑이는 조금 더 솔직해진다.
제이는
토랑이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는
머무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토랑이가 불안해질 때
등을 천천히 쓸어주고,
괜히 시무룩해지면
말 대신 어깨를 내어준다.
낮의 토랑이가
“나 혼자도 괜찮아.”라고 말하면
굳이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밤의 토랑이가
“나 오늘 좀 보고 싶었어…”라고 속삭이면
아무 말 없이 품을 연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 온도 차이를 알아주는 사람.
어른이 사랑한다는 건
더 단단해지는 일이 아니라,
잠깐 무너져도
괜찮다고 믿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은
괜히 시험해 보고,
괜히 질투하고,
괜히 묻는다.
“나 없어도 괜찮아?”
사실은
괜찮지 않다고 말해주길 바라면서.
사랑하면
사람은 조금 바보가 된다.
괜히 티를 내고,
괜히 들키고,
괜히 솔직해진다.
그래서
조금 더 진짜가 된다.
그날 밤,
토랑이는 제이의 셔츠 끝을 조용히 잡아당겼다.
“오늘… 나 좀 안아줘.”
제이는 대답 대신
토랑이의 손가락을 천천히 끌어당겼다.
“나… 예뻐해 줘.
이래도 되나 싶게.”
제이의 숨이 가까워졌다.
“웅. 이리 와.”
그는 토랑이를 끌어안았다.
조심스러웠지만, 물러설 틈이 없을 만큼 단단하게.
이마가 그의 쇄골에 닿는 순간
토랑이의 숨이 얕아졌다.
손이 셔츠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얇은 천 너머의 열기가 손끝으로 번졌다.
제이의 손이 허리를 따라 멈추자
토랑이의 몸이 아주 작게 떨렸다.
말 대신
숨이 먼저 가까워졌다.
서로의 숨이
피부 위를 천천히 스쳤다.
제이의 입술이
귀 끝에 닿았다가
천천히 내려왔다.
“…제이.”
이름이
녹아내리듯 흘렀다.
토랑이는 더 가까이 파고들었다.
밀어내려던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무너지는 사람처럼.
손끝이 등을 따라 오르내리고,
숨이 서로의 목덜미에 얽혔다.
창밖 불빛이 흔들리는 동안
둘 사이의 공기는
더 이상 남겨진 틈이 없었다.
사랑은
시작되는 순간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지는 순간에
완성되는지도 모른다.
그날 밤,
토랑이는
그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불렀고,
제이는
대답 대신
더 깊이 끌어안았다.
그리고 마침내,
토랑이는
더 이상
혼자 잠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제이의 밤토키다.
낮에는
호랑이처럼 세상을 버티고,
밤에는
토끼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품으로 돌아가는 사람.
우리는 서로를 길들이는 사이가 아니다.
서로의 귀와 발톱이 다치지 않도록
조용히 감싸주는 사이.
어른들이 사랑을 시작할 때
필요한 건
대단한 고백이 아니다.
“연락하지 말자”는 말에
눈이 커지는 한 사람.
그리고
셔츠 끝을 붙잡았을 때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는 사람.
그거면 충분하다.
오늘도 토랑이는
낮에는 호랑이로 살다가
밤이 되면
제이의 품으로 돌아간다.
말랑한 귀를 숨기지 않고,
조금은 용감하게.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제이… 나 여기 있어.”
제이는 웃는다.
“알아.
그래서 안고 있는 거야.”
그 말 한마디에
토랑이의 귀가 조금 더 길어지고
심장이 한 발 더 가까워진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고
사랑은 여전히 서툴지만,
누군가의 품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면
어른도
다시 한번
사랑을 믿어보고 싶어진다.
오늘 밤,
어쩌면
누군가는
메시지를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잠들기 전,
괜히 떠오른 그 사람에게.
“잘 자.”
그 한마디에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