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자리에 누가 앉아야 합니까>
작가님께.
저는 오십 대 중반입니다.
두 딸을 키웠습니다.
큰아이는 스물일곱,
둘째는 스물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
남편이 집을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네 살, 열 살 때였습니다.
바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묻습니다.
“왜 이혼하지 않았어요?”
사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그때 저는
전업주부였습니다.
집 하나 외에는 재산도 많지 않았고
아이들은 아직 너무 어렸습니다.
이혼을 하면
아이 둘을 혼자 키워야 했습니다.
양육비가 제대로 들어올 거라는
확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을 없는 사람처럼 두고 살았습니다.
법적으로만 남편이었습니다.
아이들 학원비나
대학 등록금 같은
큰일이 있을 때만
아버지라는 사람이 잠깐 등장했습니다.
그 외에는
사실상 남이었습니다.
그 사이 저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나중에는 직장도 다녔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길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시기부터
우리 집에는 가끔 들르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제 오래된 친구입니다.
총각이고
지금도 혼자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끔 집에 들러
아이들을 챙겨주곤 했습니다.
머리를 묶어주고
발톱을 깎아주고
고장 난 전구를 갈아주고
아이들을 데리고 밥을 먹으러 나가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를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그냥 제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동네에서는
자연스럽게 남편처럼 여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고
그렇게 십몇 년을 살아왔습니다.
아이들도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를 우리 집 사람처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식적인 관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도 아닙니다.
십몇 년 동안
서로의 집을 오가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결혼할 나이가 된 것입니다.
딸들이 말합니다.
“엄마, 우리는 아빠 안 부를 거야.”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우리 집을 떠난 사람입니다.
그래서 묻게 됩니다.
결혼식에
누가 아버지 자리에 앉아야 할까요.
법적인 아버지입니까.
아니면
어릴 때부터 우리를 돌봐준
아이들이 ‘아저씨’라고 부르는 그 사람일까요.
하지만 그를 아버지 자리에 세우는 순간
지금까지 조용히 지켜온 관계를
가족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아직 공식적인 사이도 아닌데
그 사실이 한꺼번에 드러나게 됩니다.
그렇다고
법적인 아버지를 부르자니
그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떠난 사람을
결혼식에 부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설령 연락을 해도
그가 올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거절한다면
아이들은 또 한 번 상처를 받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결혼식에서
아버지 자리를 비워 둘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고민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법적으로는 유부녀입니다.
이혼을 하면
남편이 재산을 나누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집은
제가 대출을 갚으며 유지해 왔지만
법적으로는 공동 재산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그냥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하지만 요즘은
다른 걱정이 더 큽니다.
아이들이
결혼을 망설입니다.
남자를 만나도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아빠처럼 떠날 수도 있잖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작가님.
저는
딸들에게 어떤 선택을 보여줘야 할까요.
지금이라도
이혼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요.
그리고
결혼식에서
아버지 자리는
누가 앉아야 합니까.
-두 딸의 엄마
편지를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결혼식에 누가 아버지 자리에 앉아야 합니까.”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는 한 사람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가족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어떤 아버지는
아이를 낳았지만 떠납니다.
어떤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지만
아이 곁에 남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아버지인가가 아니라
누가 아버지 역할을 했는가.
아이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를 버린 사람을 왜 부르냐.”
이 말은
분노라기보다 기억입니다.
다만 또 하나의 문제는
어른들의 현실입니다.
법적인 관계,
재산 문제,
경제적인 책임.
당신이 이혼하지 않은 이유는
복수라기보다
생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사랑보다
시간과 책임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결혼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아버지가 떠났기 때문이 아니라
떠난 뒤에도
가족의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아버지가 아니라
정직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누가 결혼식에 앉느냐보다
누가 아이들의 삶에 남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외도를 했고
집을 떠났습니다.
법적으로만 남편입니다.
그 사이
아이들을 돌봐준
엄마의 친구가 있습니다.
딸들이 결혼할 때
결혼식 아버지 자리는
누가 앉아야 할까요.
1. 법적인 아버지를 부른다
2. 아이들을 키운 아저씨가 앉는다
3. 아버지 없이 결혼식을 한다
4. 지금이라도 이혼하고 관계를 정리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
가족을 떠난 아버지와
가족을 지켜온 사람.
아버지는
누가 되어야 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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